2011-06-09 김묘환 CMG 대표
한국 패션산업 선진화를 위한 어젠더 – 리테일 시대 생존 전략
일본을 포함해서 구미의 선진국들이 패션영역에서 본격적인 리테일 시대에 접어든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라고 보면 될 것이다. G5 재무장관들이 뉴욕 플라자호텔에 모여 강제로 일본의 엔화 절상을 결의한 ‘플라자 합의’에서 보듯이 1980년대는 일본의 시대였다. 반면에 영국과 아일랜드 등 유럽 국가의 재무위기가 촉발한 유럽 경제위기는 80년대 유럽의 패션산업을 크리에이터 중심의 컬렉션 시장으로 고착화 시켰다.
적은 비용으로 생존 유지가 가능한 작은 비즈니스 모델에 만족한 프랑스, 영국 그리고 이탈리아의 패션산업은 분명 8,90년대 중반까지는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그들은 시장을 확장하는데 실패하였고 오히려 주변국이라는 스페인이나 스웨덴의 기업들이 세상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어내서 「자라」나 「H&M」 같은 리테일 비즈니스 모델로 세상의 중심으로 부각한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크리에이터가 리드하는 공급자 중심 구조, 정보화 사회 이전엔 ‘크리에이터-컬렉션-바이어-소비자’에 이르는 시간차의 피라미드형 계층구조 Hierarchy가 시장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문명과 함께 확산된 정보화 사회의 흐름에 유럽의 기존 절대 강자들은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다다른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방편이 LVMH나 PPC 그룹 같은 브랜드 결집체가 8,90년대를 거치면서 막강한 성장을 하지만 실제적으로 기존 유럽의 많은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이 시기에 소멸 되어버리거나 주인이 몇 차례 바뀌는 운명을 맞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패션 시장에서 프랑스, 이탈 리아, 영국과 같은 크리에이션 중심 구도에서 주변국과 신대륙, 자본 중심으로 중심축 이동을 가속화 함으로써 전반적인 구도의 재편을 불러 오고 있다.
리테일 시대를 읽지 못한 서유럽
유럽의 리테일을 이해하면서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배경은, 역사 속에서 유럽의 형성과 성장에 있어 도시가 사회적 문화적 중심지이며, 수천 년에 걸친 인간 문명발달의 중심지로서 동인을 제공해왔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유럽의 도시들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문제를 끊임없이 해결해 나가고, 생활의 질을 개선시키고 하면서 경제적 성장과 커뮤니티의 수준을 향상시켜 나가는데 있어서 최적의 사회집단이라는 것을 유럽 사람들은 중세 이후 끊임 없이 실천 증명해 왔다. 도시 속 상업시설의 트렌드 지향적 발전은 과거 유럽 도시가 지속 가능한지를 결정하는 핵심이며, 인류 라이프스타일 문제의 프로토콜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었다. 이런 배경을 지닌 유럽이 본격적인 리테일 시대에서 신대륙이나 신흥국가에 비해 패션 분야에 있어서 리테일의 발전이 뒤쳐지고 있다는 사실도 아이러니 하다.
그 이유가 바로 공급자 중심의 Priority가 너무 강한 80~90년대 성숙기의 폐습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고객을 찾아가는 행위가 아닌 고객을 불러들이는데 너무 익숙했고 규모의 경제보다 임팩트 위주의 작은 존재감이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했음을 분명히 직시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의 여성복들은 더더욱 이 대목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에 더불어 공급자 중심의 기존 플랫폼에 앞서서 변화를 주어야 할 글로벌 디벨롭퍼들, 대표적으로 쿠시먼 앤 웨이크필드(Cushman& Wakefield) 같은 기업들도 ‘서유럽의 불확실한 시장 상황을 볼 때 신규 채널 창출보다는 기존의 상권 재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방향성을 설정’하고 있는 상황 등을 볼 때, 경기 악화로 프라임 상권과 그 외 지역간의 양극화가 심해지면 기존 상권을 지키는 것이 낫다고 보는 패션 리테일러들의 발상이 유럽의 패션 주도권을 상실케 하고 있다고 믿을 수 밖에 없게 된다.
동유럽 국가들 발빠르게 리테일 시대 진입
유럽의 전통적인 패션 강국들에서 경기불황과 유동성부족 현상이 시장에 이어지면서 리테일 시대를 주도해 나갈 채널 개발 사업들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이 시대에 부합된 플랫폼 진화를 하지 못하는 사이에 통일 이후의 독일이나 동 유럽 국가들의 모습은 매우 진보적인 방향성을 지니고 리테일 시대를 장악해 나가고 있다. 오늘날 글로벌 브랜드로서 위용을 자랑하는 H&M 같은 경우도 자국보다는 독일이라는 지역에서 유럽 매출의 절반가까이를 점유할 정도로 독일 소비자들은 리테일 지향적으로 진화하고 있고, 20세기 후반 국가 체제가 바뀐 동유럽 국가들의 경우, 교외화가 진전되고 도시화가 확산되면서 버림받거나 거의 사용되지도 않아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도시외곽 지역에 대규모 쇼핑 센터를 개발하여 활성화 시키는 경우도 많다. 러시아, 터키, 폴란드 같은 신흥 시장이 유럽의 리테일 시대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양한 리테일의 견본시 미국·일본
반면 1980년대 엔고의 위력을 발산한 일본과 레이거노믹스로 경제부활에 성공한 미국은 자본의 힘을 빌어 일찌감치 리테일 시대의 플랫폼을 마련한다.
미국은 소비천국이라는 닉네임을 달고 살 정도로 소득의 대부분을 필요한 물건 구입이나 생활비용으로 지출하는 반면에 실리 위주여서 충동구매나 과시구매를 하지 않는 뚜렷한 소비성향을 지닌 대표적 국가이고 국토 면적이 넓은 관계로 유럽의 환상(環狀) 도시화보다는 거점도시와 인근도시의 네트워크 형으로 일찌감치 국가의 사회구조가 형성되었다는 특성이 있었다. 당연히 집적도 면에서 떨어지고 라이프스타일의 경계가 뚜렷할 수 밖에 없는 생활상은 미국의 패션산업을 규모에 비해 재미없게 만든 배경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1930년대 형성된 할리우드와 1980년대 FOX TV나 M-TV와 같은 절대적인 미디어를 보유한 미국은 패션 산업에서 그 어느 국가보다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조건이 충분했다. 자국민보다 국외에 영향력을 지닌 패션 시장이라는 것이 미국 패션 리테일의 강력한 특징이라는 점을 이해할 때 미국 패션 리테일 시장의 중요성에 공감 할 수 있다.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오드리헵번을 앞세운 지방시나 70년대의 조지오알마니, 베르사체 같은 경우가 다 미국의 미디어와 결합해서 패션제국에 등장한 플레이어들이었다.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 원칙이 ‘보다 나은 품질(BETTER)의 상품을 보다 싸게(CHEAPER) 구입하려는 밸류(VALUE) 지향의 소비 성향에다가 남하고의 차별화(DIFFERE NT) 도 필수적인 BCD 소비’로 요약되는 상황에서 거품이 들어간 과거 유럽 중심의 패션 산업 구조는 적합도 면에서 결격사유가 충분한 시장이 미국이었다.
이러한 미국 시장이 1990년대 후반 이후 급격한 변화를 주도해 나가기 시작하면서 미국의 패션 리테일도 진화하기 시작한다. 작은 사치도 스스럼 없이 받아들이고 필요하지 않은 상품도 구매할 수 있다는 미국의 젊은이들(영 쇼퍼라고 부르는)이 미국의 패션산업에 무브먼트를 제공하였고 시장이 확대하는데 기여를 한다.
당연히 기존의 리테일 채널에도 서열변화가 생기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때 400여개에 달하는 리테일 기업들이 파산하거나 매각될 때도 영 쇼퍼들을 대상으로 하는 리테일들은 생존할 수 있었다.Aeropostale 이나 Charl otte Russe 같은 패션 리테일들이 대표적이 예가 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들이 미국의 기존 리테일 프로토콜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경기 후퇴가 지속되면서 기존 리테일들이 상품구색의 축소를 진행시키고 초대형 쇼핑센터 위주로 전개 되면서 미국 리테일의 특징인 ‘풀라인·원스톱 쇼핑성’은 감소하고 패션 등 전문화된 카테고리가 쇼핑센타의 핵점포로 입점하는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패션은 홀세일과 백화점 이라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대형화 와 서비스가 특화된 전략 카테고리로 미국 리테일 산업에서 신분 상승이 진행 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리테일 산업에 있어서는 가장 충실한 미국의 팔로워로 성장과 쇠퇴를 따랐다. 그것도 단순한 팔로워가 아닌 스스로 커스토마이징이 가능한 수준 높은 팔로워 였다 그래서 이론은 미국에서 배우고 실제는 일본에서 확인하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로 일본의 리테일 산업은 미국과 유사한 모습으로 표현 되었다. 하지만 패션 리테일에 있어서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미국보다 훨씬 앞서서 등장한 영 쇼퍼 들 때문이었다.
일본의 백화점이 힘을 잃기 시작하면서 GMS 중심의 대형 리테일들이 몰링 시대를 열어가는 것으로 주류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본 패션산업에 신선도를 부여해주는 것은 넓은 면에 펼쳐진 패션 타운들의 개미들이 노쇠한 일본 패션산업을 지지하는 기반이라고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90년대 헤이세이 불황기에 등장한 우라하라주쿠의 개미들이 오늘날 미국과 동남아까지도 확장하고 있는 Bathing Ape같은 아이콘의 주역이었고 시모기타자와나 코엔지 같은 지역의 군소 셀렉트숍들이 일본 패션의 신경망을 구성하고 확산시키는데 기여를 하는 필수 요소임을 부정할 수 는 없는 상황이 바로 일본 패션 리테일의 특징이 될 것이다. 미국적인 대형 몰과 신선도를 유지하는 독립적 존재의 군집화가 이루어내 패션 타운. 이 두 모습이 리테일 대형화 시대의 일본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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