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17 정인기 기자 ingi@fi.co.kr
눈 앞의 이익 인가? 함께 멀리 갈 것인가?
최근 신세계백화점은 이마트 성남점 2층에 ‘스타일마켓’이란 신개념의 유통을 선보였다. 대형 마트인 이마트(지하 1층, 지상 1층) 건물 2층에 42개의 백화점 입점 브랜드를 유치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대형 마트가 이미 포화상태이고, 경쟁 기업의 추격이 임박한 만큼 뭔가 차별화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며, 유명 브랜드를 활용해 집객력을 높임으로써 점포의 효율을 향상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패션업체들의 불만은 적지 않다. 백화점이 운영하지만 엄연히 대형마트 내 ‘테넌트’에 불과하고, 이미지를 중시하는 브랜드 입장에선 달갑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입점 조건에 대해서는 더욱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검증이 되지 않은 점포에 입점하면서 판매 수수료는 지방 백화점 수준인 32%로 책정하고, 백화점 수준의 ‘고급 이미지’를 강조하는 신세계의 강요에 따라 매장당 적게는 4~5000만원, 많게는 1억원 가까운 인테리어 비용를 부담했다. 영업시간도 밤 10시까지로 늘어남에 따라 판매사원 고용도 부담이다.
“누가 봐도 이마트 영업 활성화를 위한 들러리에 불과한데 그에 따른 리스크는 고스란히 중소 패션업체에 전가시키고 있다. 브랜드 입점을 위해 이마트가 아닌 신세계 상품본부 직원들이 나섰으며, 장사가 안 될 것을 뻔히 알지만 신세계 기존 점포에서 영업 중인 패션업체들은 일방적인 요구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유통에 대한 실험인 만큼 그에 따른 리스크 또한 백화점과 입점업체가 분담해야 된다. 본인들은 전혀 손해보지 않으면서 힘의 우위를 배경으로 일방적으로 입점시켜서는 파트너십을 가질 수 없다. 럭셔리에 이어 저가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해외’ 브랜드에는 국내 브랜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파격적인 예우를 하면서 국내 업체엔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패션업체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유통 대기업의 횡포’라며 최근 신세계의 행태에 대해 불쾌감을나타냈다. 최근 사회 화두인 ‘상생 경영’은 고사하고 본인들이 부담해야 할 것까지 떠넘기는 것은 국내 패션산업 발전에 역행한다는 주장이다.
동종 유통업체들도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다. 롯데는 사전에는 ‘아웃렛’ 매장이라고 내부에 보고하며 ‘쉬쉬’ 했지만 막상 백화점 형태의 정상 매장으로 오픈하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는 오픈 하루 전에야 인지한 듯 뒤늦게 대책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백화점 관계자들도 우려하기는 마찬가지다.
“당장은 백화점 외형을 확대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백화점의 생명을 단축시킬 것이다. 소비자들이 백화점을 찾는 것은 그만큼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기 때문이다. 또 백화점의 욕심 때문에 패션업체 부실이 늘어난다면 결국 해외 브랜드 외에는 채워 넣을 수 있는 브랜드가 없을 것이다. 유통업체가 롱런하기 위해서라도 경쟁력 있는 국내 브랜드가 절실하다는 측면에서도 상호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상생’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
이와 상대적으로 패션업체들은 최근 롯데의 행보에 대해서는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롯데는 최근 김해를 시작으로 광주, 대구 등에 롯데아웃렛을 오픈하고 있는데, 판매 수수료를 15~18% 수준으로 책정함으로써 입점 업체들이 선호하고 있다.
대기업이란 힘의 우위를 기반으로 밀어붙인다면 당장은 이익을 챙길 수 있을 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중소 패션업체들의 부실과 이로 인한 산업 기반이 붕괴될 경우 유통업체들도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동된 바램이다.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