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06 정인기 기자 ingi@fi.co.kr
지역 점포·SPA 지향·NPB 대상 5~10% 하향 조정
콘텐츠 한계 직면, 직사입·편집숍 등 근본적 대안 고민할 때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주요 백화점 판매 수수료가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오픈을 앞둔 청량리점 MD를 진행하면서 일부 브랜드에 한해 20~25%의 판매 수수료를 책정했다. 구관(舊館)이긴 하지만 「미쏘」 「로엠」 「지센」 등 가두상권에서 강세를 띠고 있는 브랜드와 SPA 지향 브랜드에 대해 비교적 낮은 수수료를 책정했다는 것이다.
롯데 관계자는 “구관 활성화 차원에서 이랜드, 행텐, 예신 등 가두상권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기업들의 브랜드를 유치했다. 가두상권 위주 브랜드는 25%, SPA 지향 브랜드는 20% 선에서 수수료를 책정했으며 이는 기존 백화점에 비해 7~10%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현대백화점은 부천 중동점에 「르샵」 「플라스틱아일랜드」 등을 입점시키면서 28% 안팎의 수수료를 책정했다. 더욱이 편집숍 브랜드인 「A-land」는 20%의 파격적인 조건으로 입점시켰다.
현대 측은 “쇼핑몰 활성화 차원이다. 글로벌 SPA 브랜드 유치가 쉽지 않기 때문에 대안으로 내셔널 브랜드 가운데 가격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를 유치했다. 소비자들을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가격이 저렴한 브랜드가 필요하며, 이들 브랜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판매 수수료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신세계는 최근 성남에 패션스타일마켓을 오픈하면서 기존 백화점에 비해 5~10% 낮은 수수료를 책정했다. 이 점포는 지하에 이마트를 복합으로 구성하고 있지만 패션 부문은 백화점 매장과 동일하게 구성했다. 지역 점포가 아닌 핵심 점포에서도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패스트 패션은 30% 안팎의 낮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 여성 캐주얼 A 브랜드는 신세계와 현대는 30%에 영업 중이며, 롯데는 32%의 판매 수수료를 설정하고 있다.
출시 당시부터 트렌드와 가격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은 덕분에 백화점에서 ‘특별한 조건’을 인정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이 브랜드는 매출이 매 시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 대표적인 한국형 SPA 브랜드로서 인정받고 있다. 이 브랜드와 경쟁 관계인 B 브랜드도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에 비해 또 다른 C 브랜드는 A, B에 비해 5% 가량 높은 수수료를 물고 있다.
A, B 브랜드는 출시 초기부터 SPA를 지향했지만 C 브랜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백화점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백화점 여성팀장은 “명분이 필요하다. 백화점이 아닌 독립 매장 등을 통한 상품 구성이나 판매력 등이 검증될 경우 백화점에서도 충분히 투자할 준비가 돼 있다. 이미 국내 백화점들이 콘텐츠의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에 인지도, 대형매장 VMD, 상품 구색과 부문별 완성도, 마케팅 등에 대한 투자가 선행된다면 상호 윈-윈 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롯데가 적극적으로 추진중인 NPB (National PB; 일반 내셔널 브랜드지만 특정 유통업체와 계약을 통해 일정 기간 해당 유통업체에서만 전개하는 조건으로 5% 안팎의 판매 수수료를 낮춰주는 것으로서 롯데가 시행 중)도 수수료 하향세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롯데는 현재 「오조크」 「크리스 크리스티」 「보니알렉스」 「JJ지고트」 「르윗」 「팀스 폴햄」 「질바이 질스튜어트」 등 10여 개 브랜드를 NPB로 전개 중이며 이들은 3년간 경쟁 백화점에 입점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32% 안팎의 수수료를 내고 있다. 브랜드 입장에선 낮은 유통비용으로 안정적인 유통을 전개할 수 있고, 백화점에서는 경쟁사에 비해 차별화된 콘텐츠를 보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상호 윈-윈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일부 지역 점포와 특정 브랜드의 판매 수수료 하향세가 전반적인 추세는 아니지만, 단계적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파른 성장세를 거듭 중인 온라인 쇼핑몰,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와 함께 활성화 되고 있는 복합 쇼핑몰과 나들목 상권, 엔터테인먼트 & 휴식 공간과 결합된 쇼핑 공간 등이 부상하면서 기존 유통업체들의 하락세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백화점 업체들의 고민도 심화되고 있다.
한 유력 백화점 임원은 “이미 백화점 입장에선 더 이상 판매 수수료를 올릴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해외 백화점에 비해 수수료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은 사은품과 할인율이 높아 백화점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지나친 과열 경쟁보다는 차별화된 MD 구성을 통해 유통이 진화하고 함께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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