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론적으론 찬성하지만 넘어야 할 산 많다”

2010-07-23 정인기 기자 ingi@fi.co.kr

패션·의류協 통합… 우선 순위·소통 부재로 갈등 우려
정부는 실질적 당근 제시, 업계는 혁신적 마인드 필요

한국패션협회(회장 원대연)와 한국의류산업협회(회장 이인성) 간의 협회 통합이 난항을 보이고  있다.지난달 말 지식경제부가 통합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하면서 수면 위로 부상한 통합 건은 이후 양측 협회의 이사회 등을 통해 심도 있게 검토됐다.

그러나 양측은 공통적으로 “원론적인 입장에서는 찬성한다. 그러나 방법론에 있어서는 좀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미온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6일 가진 패션협회 이사회에는 30여명의 회원사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원대연 회장을 비롯 대부분 이사들은 통합에 대한 찬성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통합에 앞서 지경부에서 구체적인 정부지원책을 내놓겠다면 별도의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선(先)지원책을 요구했다.

또 굳이 시너지가 분명치 않은 상태에서 양 협회 간 통합할 구체적인 명분이 뭐냐는 원론적인 질문도 있었다. 한 참석자는 “정부에서 패션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이미 패션기업을 중심으로 회원사를 형성하고 있는 패션협회를 중심으로 지원하면 될 것이지 굳이 연관성도 많지 않은 제조업체 중심의 의류산업협회를 통합할 이유가 있느냐?”며 불필요성을 제기했다.

의류산업협회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온적인 입장은 마찬가지다. 의류산업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재정 의존도가 높은 만큼 정부 방침에 따를 것”이라고 밝히고는 있지만 회원사들이 참석한 이사회에서는 의견을 통일하기가 쉽지 않았으며 협회에서도 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이번 협회 통합 건은 정부에서 고위 관료까지 나서서 의사를 표명할 만큼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그만큼 패션산업에 대한 정부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어 패션업계에서는 고무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업무 추진과정에서 업계의 현실과 입장을 충분히 수렴하고, 이견(異見)을 조율하는 소통의 행정이 아쉽다는 것이 전반적인 의견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차관보까지 나서서 의사를 보였다면 사전에 통합해야 하는 납득할 수 있는 명분, 통합 이후 시너지와 전략적 발전 방향, 향후 일정 등에 대한 사전 조율이 있어야 했다”며 업계 현안에 대한 사전조사와 상호존중 등 소통에 대한 아쉬움을 밝혔다.

협회 이사회 이후 다각적인 통로를 통해 통합을 위한 의견조율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섬산련 회장단까지 나서 중재에 나서는 등 정부 의지가 강하다. 일단 통합 건이 수면 위로 부상되고 원론적인 측면에선 정부와 업계 모두 찬성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보다 전향적인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에서도 무조건 통합하라. 아니면 지원 없다는 식의 과거 시대착오적 접근보다는 업계 현안을 먼저 파악하고 향후 발전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협회에서도 협회만의 이익과 관련 인사들의 자리 보전이 아닌 패션산업과 회원사들의 입장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패션업체 관계자들의 중론(衆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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