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브랜드 사업 연기·포기 사례 속출

2010-07-09 정인기 기자 ingi@fi.co.kr

높아진 진입 장벽 … 자금력·전문 인력·시스템 갖추기 쉽지않아
기존 브랜드에 투자 집중 롱런 체질 강화·고객 신뢰 쌓는게 중요


올 가을 출시 예정이던 신규 브랜드들이 잇따라 연기 혹은 취소되고 있다.

이번 시즌 4개 브랜드를 동시 론칭해 화제를 모았던 미샤가 캐주얼 「AOR」 출시를 연기하기로 했으며, 여성복 업체 인디부니도 일정을 변경했다. 또 한 중견 캐주얼 업체도 백화점의 요청에 의해 서둘러 준비했지만 라이선스 문제 등으로 불가피하게 일정을 미뤘다. 이 밖에도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았던 몇몇 업체들도 준비하던 신규사업을 슬그머니 내려놓았다.

신규사업을 중단한 업체들은 높아진 진입장벽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백화점 수수료는 물론 주요 패션상권 내 A급 대리점주들의 요구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최근 A급 매장 점주들은 높은 마진율은 기본이고 시설비 지원, 매출보장 등 갖가지 조건을 요구하는 통에 예산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규 사업을 준비중인 한 사업본부장은 “예전에는 여성복은 20~30억원, 캐주얼은 40~50억원은투자해야 된다고 했는데, 지금은 두 배 이상으로 올려 잡아도 부족한 실정이다. 유통망을 40개로 예상하면 매장에만 20억원 이상 필요하다. 여기에 생산원가와 광고비, 인건비를 더하면 한 시즌에 최소 50억원 들어간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업체 사장은 “2004년 신규 브랜드를 할 때는 30억원으로 브랜드를 띄울 수 있었다. 그러나 그 3년 뒤에 세컨 브랜드를 할 때는 두 배 자금을 투입하고도 고전했다. 인력과 자금력, 기업 인프라 등 모든 것이 좋은 조건이었지만 높아진 진입장벽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빈익빈 부익부 영향으로 양극화가 심화된 것도 신규 브랜드 진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미 기존 브랜드들의 규모가 1000~ 2000억원대의 대형 브랜드로 성장함에 따라 웬만한 투자로 시작한 신규 브랜드는 주목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내 패션시장은 90년대 후반 유니섹스 캐주얼 시장을 시작으로 어덜트 여성시장, 최근 아웃도어를 비롯한 어덜트 캐주얼 시장에 이르기까지 대형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또 「유니클로」 「자라」 「H&M」 등 자본과 규모로 무장한 글로벌 SPA 브랜드들의 진출도 신규 사업에 대한 의지를 약화시키고 있다. 특히 이들 대형 브랜드들은 글로벌 소싱과 공중파 TV와 일간지 등 대중 매체를 통해 연간 수십억원대의 광고를 진행하는 등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패션업계 한 전문가는 “과거에는 패션사업은 적은 자본으로도 감각 있는 몇몇 사람들만 있으면 가능한 중소업종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충분한 자본력과 전문인력, 소싱과 물류 등에 대한 기업 인프라 등을 갖춰야만 진입 가능한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신규사업을 펼치기보다는 기존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늘려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신규 브랜드 출시를 통한 단기 사이클보다는 롱런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지속적 투자와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며 무리한 신규 사업보다는 기존 브랜드의 체질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또 유통업체들의 반성과 변화에 대한 요구도 적지 않다. 「자라」 「유니클로」 등은 글로벌 브랜드란 이유로 10%대의 낮은 수수료를 받는 반면, 국내 브랜드에게는 검증이 안됐다는 이유로 40%에 가까운 수수료를 받음으로써 신규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최근 캐주얼 시장에서 신규 브랜드 부족사태를 겪고 있는 것은 백화점의 자업자득이라는 불만이다.

패션업체 관계자들은 “이제라도 백화점과 대리점주 등 유통업자들이 경쟁력 있는 신생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기존 방식 외에도 유통업체가 사입하는 형태의 홀세일 브랜드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최근 백화점에서 편집숍에 대한 관심도 높은 만큼 이에 대한 적극적인 접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존 브랜드에 대한 M&A 관심도 높다. 신규 브랜드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시장진입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만큼 현재 시장에 안착해 있는 브랜드를 인수함으로써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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