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형식 영화같은 광고가 뜬다

2010-05-24 예정현 기자  

‘로우로우’ 플래그십스토어 홍대점

패션 디자인만큼이나 영화와 사진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샤넬의 헤드 디자이너 칼라거펠트가 단편 영화 형식의 홍보용 필름 “Remember Now"의 티저 영상을 선보였다. 프랑스 영화 배우 파스칼그레로리와 이탈리아 모델 엘리사세드나오니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이 필름은 5월 11일 생트로페즈에서 진행된 샤넬 크루즈 컬렉션 쇼를 위해 촬영된 것으로서 칼라거펠트의 뮤즈 밥티스트 지아비코니와 수퍼 모델들이 나이트 클럽과 럭셔리 호텔을 배경으로 옷을 갈아입고, 춤추는 모습과 스쿠터나 뱃모빌을 타고 생트로페즈를 달리는 모습 등 이름 그대로 ‘크루즈(혹은 리조트) 컬렉션’의 여유롭고 흥겨운 분위기를 보여주는 영상으로 구성되었다.

단편 영화 형태 광고 주목
크루즈 컬렉션은 원래 겨울 시즌 따뜻한 휴양지에서 크루즈 여행을 즐기는 상류층을 위해 시작되었지만 최근에는 본격적인 시즌 컬렉션 사이에 간주곡처럼 선보이는 컬렉션을 일컫는 말로 진화되어 많은 의상 구입에 돈을 투자할 수 있는 부유층을 타깃으로 한 여행이나 휴가용 컬렉션을 일컫는 말로 확장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크루즈 컬렉션은 구찌, 디올, 랄프로렌 등 많은 럭셔리·디자이너 브랜드에 의미있는 매출을 가져오는 곁가지 컬렉션으로 자리 잡았고 샤넬의 크루즈 컬렉션은 그 중에서도 가장 품격있는 컬렉션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샤넬의 크루즈 컬렉션 홍보 필름 “Remember Me"가 주목받는 진짜 이유는 디지털 테크놀로지 채택에 적극적인 샤넬이 “Remember Me” 영상을 인터넷((http://www.chanel-news.com)을 통해 공개, 디지털 세대를 노골적인 광고 타깃으로 끌어들인 것과 최근 패션 및 광고 업계를 사로잡고 있는 필름 같은 광고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눈길을 사로잡는 스토리와 이를 뒷받침하는 시각적 영상이 어울려, 노골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해당 브랜드와 제품을 광고하는 영화 같은 광고는 소비자들의 감정을 강렬하게 자극하면서 호기심을 자아내는 효과가 크다. 특히 전체 광고가 시리즈로 연결될 경우 다음 광고에 대한 기대감을 안겨주면서 소비자의 안달감과 기대감을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뮤직 비디오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얼마 전 레이디가가가 10분짜리 비디오 Telephone 영상을 공개했을 때 YouTube를 통해 이를 시청한 사람은 2800만 명, MTV.com을 통해 본 사람은 50만 명, 그리고 레이디가가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공개된 영상을 클릭한 횟수는 15만 건에 달했다. 이는 기존의 뮤직 비디오보다 긴 ‘단편 영화 길이’의 영상이 시각적·청각적 즐거움을 배가시키고 시청자를 노래와 영상에 더 깊이 빠져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고 마케터들은 짧은 길이의 광고가 효율성이 있는 반면 스토리가 있는 보다 긴 길이의 광고-일종의 단편영화 형태-가 브랜드 인식 및 소비자 포섭 효과가 크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어 시리즈 형태의 이야기가 있는 보다 긴 광고가 늘어나는 추세다.

뮤직 비디오를 일종의 단편 영화처럼 구성, 뮤직 비디오의 흐름을 바꿔 놓은 마이클잭슨의 1983년작 “Thriller"는 물론 27분짜리 필름 형태의 광고를 진행한 Kraft Foods, 영화 감독 리들리 스콧이 제작한 필립스의 글로벌 애드 캠페인 ”Parallel Lines"은 필립스의 TV를 통해 다양한 영화적 시청 경험을 제공하는 일련의 단편영화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발시킨 바 있다.

엔터테인먼트적 요소 통한다
패션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영화 감독과 손잡고 스토리와 음악이 어울린 드라마틱한 필름형 광고를 선보이고 있는 샤넬과 디올은 물론 로다르테(Rodarte) 프링글(Pringle), 올리버피플즈(Oliver Peoples) 등도 영화 형태의 보다 긴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 광고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즉 소비자들에게 노골적인 ‘광고’보다 일종의 엔터테인먼트를 제공,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시각적 자극에 민감한 디지털 세대에 특히 효과적인 마케팅 방식으로 주목되고 있는 상황.

실제로 럭셔리 아이웨어 업체 올리버 피플스는 최근 세 번째 필름형 온라인 광고를 선보였다. 이 광고 속에는 할리우드 배우 엘라이야우드와 록스타 셜리맨슨이 수영장이나 화려한 저택을 배경으로 다양한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모습이 담겨있는데 사람들은 이들 배우의 일상 속에 들어간 것처럼 전개된 영상에 친근감을 느끼며 올리버피플스를 한결 가깝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기존의 30초짜리 보다 긴 스토리가 있는 광고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긴 광고가 표준 광고와 다른 차별적 면모로 눈길을 사로잡는데다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소비자의 흥미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각종 매체의 발달로 그 어느 때보다 소비자의 시선이 분산되고 있는 지금, 특히 젊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려면 엔터테인먼트의 요소가 강조될 수밖에 없고, 바로 이점이 영화적 영상과 스토리가 ‘통하는’ 바탕이 되는 셈이다. 여기에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발달하면서 길이가 긴 광고를 제작하는데 투자되는 광고비용도 상대적으로 절감된다는 점도 필름 형태의 긴 광고 제작이 늘고 있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최근 인터넷 사용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제품에 초점을 맞춘 30초짜리 광고보다 스토리가 있는 필름형 2분짜리 광고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 유인에 골몰하고 있는 패션계와 마케터들의 동참을 유발한다. 특히 인터넷 광고의 경우에는 소비자들이 클릭 하나로 해당 광고를 보거나, 보지 않을 선택권이 보장되어 있어 긴 광고가 소비자의 시선을 더 많이 사로잡는다는 조사는 온라인 광고를 시행하는 업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경제성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터넷을 통해 긴 광고를 쉽게 전파할 수 있다는 것도 기존보다 긴 필름형 광고가 인터넷 세상에 증가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긴 광고가 경제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필요에 따라 30초짜리 광고로 재편집, 상황에 따라 재활용이 가능해 실질적으로 제작비 대비 융통성 있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 일례로 영화 감독 스파이크존스가 제작한 15분짜리 앱솔루트보드카(Absolute Vodka) 광고의 경우 선댄스 영화제에서 시사될 때는 긴 길이 그대로 상영되었지만 이후 30초, 60초짜리 영상으로 재편집되어 다른 매체를 통해 광고된 바 있다.

따라서 엔터테인먼트적 요소와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결합되어 기존의 광고와 차별적 경험을 제공하는 필름형 광고가 패션 광고계를 사로잡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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