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늬 컨트리 시크 룩 뜬다

2010-04-17 예정현 기자 

‘로우로우’ 플래그십스토어 홍대점

혹자는 ‘공포스런 아줌마 룩’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2010년 봄을 맞는 여성들은 꽃무늬가 화려한 ‘컨트리 시크’에 동참할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듯하다. 한 동안 세퀸 탑과 미니 스커트, 미니 드레스 등 다운타운 시크에 젖어있던 패션가가 약속이라도 한 듯 플로럴 프린트로 무장한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는 것.

할리우드부터 유럽의 패션가까지 사로잡은 플로럴 프린트는 심플한 가디건이나 헐렁한 남성용 재킷, 혹은 야상 점퍼와 매치 매력을 더하며 할리우드 스타는 물론 유럽의 패셔니스타들까지 컨트리 시크에 동참시키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트렌디한 패스트 패션 라벨 H&M은 아예 플로럴 프린트로 가득 채운 80종의 아이템과 10종의 액세서리로 구성된 가든 컬렉션을 통해 60달러 미만으로 플로럴 시크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이엔드 업계에서는 화려한 컬러와 프린트가 돋보이는 플로럴 아이템을 통해 좀 더 순진해보이면서도 여성스런 이미지를 선사하며, 맨스웨어풍 루즈 재킷과 빈티지 데님이 주도하는 2010 봄/여름 시즌에 여성스러움의 마지막 보루를 제공하는 분위기다.

플로럴 프린트·웨스턴 룩의 공존
플로럴 프린트의 매력은 소녀적이면서 어딘지 모르게 ‘순진무구한’ 느낌을 제공, 접근하기 쉬운 느낌을 준다는 것으로 모던 혹은 다운타운 시크와 대비되는 ‘편안하고 여성스러움’을 전달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컨트리 시크’라는 말에서 보듯, 자칫 잘못하면 순진하다 못해 ‘촌스러워’ 보일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컬러 화장을 최대한 절제하고 함께 매칭하는 재킷이나 스웨터, 혹은 슈즈와 액세서리는 좀 더 단순하게 정돈하는 센스가 필요해 플로럴 프린트가 주도하는 컨트리 시크를 제대로 표현하는 사람은 진정한 패셔니스타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로 까다로운 테마이기도 하다. 그래서 플로럴 프린트가 트렌드의 전면에 배치될 때는 늘 뉴트럴한 컬러의 심플하고 루즈한 재킷이나 단색 가디건, 혹은 플로럴 프린트가 살짝 보일 정도의 정통 트렌치 코트보다 길이가 짧은 변형된 트렌치 코트가 함께 런웨이에 등장하기 마련이다.

특히 올 시즌에는 플로럴 프린트의 깜찍하고 소녀적인 멋을 살려줄 수 있는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의 레인 부츠가 구비되어 사랑스럽고 소녀적인 스타일을 좋아하는 여성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줄 듯하다.

하지만 과도하게 사랑스런 ‘걸리 룩’에 거부감을 느끼는 대다수의 여성들은 한층 톤다운 시킨 컬러의 루즈한 히피풍 컨트리 시크를 통해 세련된 멋을 전달하는 니콜리치나 대담한 플로럴 프린트+심플한 디자인의 칵테일 드레스를 통해 우아하고 글래머러스한 플로럴 프린트의 차용을 보여주는 엘리자베스헐리/다이앤크로거, 혹은 가죽 재킷이나 카키, 혹은 트렌치와 플로럴 프린트 아이템을 함께 코디해 흠 잡을 데 없이 모던한 컨트리 시크를 연출하는 케이트모스처럼 자신의 체형과 스타일에 맞는 컨트리 시크를 시도하는 것이 자신의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 적절히 트렌드를 즐기는 패셔니스타의 자세가 될 듯.

흥미로운 점은 컨트리 시크의 대표적인 아이템인 플로럴 프린트가 유행할 때면 우연인 듯, 필연인 듯 웨스턴 패션이 함께 트렌드로 떠오른다는 것이다.
짙은 인디고 컬러나 빛바랜 데님, 혹은 닳은 쇠가죽을 닮은 탠 컬러가 과도해지기 쉬운 플로럴 프린트의 화려함과 ‘촌스러워질 수 있는 실수’를 막아주기 때문일까?

올 시즌 산뜻하고 세련된 컬러로 눈길을 사로잡는, 체크·플레이드 셔츠와 다양한 스타일의 데님은 가장 접근하기 쉬운 웨스턴 패션의 시그니쳐 스타일로 이미 우리 곁에 친근하게 자리하고 있고, 몸매에 자신있는 여성이라면 2005년 한창 완벽한 몸매를 자랑하던 제시카심슨이 영화 “Duke of Hazard"에서 유행시켰던 아슬아슬한 데님 쇼츠-가위로 제멋대로 자른 듯 솔기가 말려 올라가 엉덩이를 살짝 드러내는 길이-와 컬러풀한 플레이드 셔츠, 혹은 어깨가 드러나는 페전트 블라우스나 스모킹 블라우스와 매치해 건강하면서도 섹시한, 자신만만한 웨스턴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일각에서 웨스턴 패션을 ‘컨트리 시크’의 일부로 생각하는 것도 이처럼 자연스럽고 건강미가 넘치면서도 소녀적인, 혹은 섹시한 여성미를 표출하는데 플로럴 프린트와 웨스턴 룩이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웨스턴 룩은 미국 서부 카우보이와 연계되는 지역적 특성이 좀 더 강조되는 ‘All American' 룩으로 받아들이지만 샤넬과 디올, 베르사체, 돌체&가바나 등의 런웨이에서도 종종 등장할 정도로 글로벌한 스타일로 진화되고 있기 때문에 지역적 ’패션 스타일‘로 국한시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인 듯하다.

하이브리드 컨트리 시크
2010년 컨트리 시크가 갖는 또 다른 특성은 일종의 ‘융합’ 혹은 ‘크로스오버’가 가미된 컨트리 쉬시라는 점이다. 즉 최근의 컨트리 음악이 락큰롤적 요소나 R&B적 정서를 가미하는 것처럼 2010년 컨트리 시크는 도시에서도 멋들어지게 어울릴 수 있는 다운타운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실제로 2010년 컨트리 시크는 감각적이고 도회적인 락큰롤이나 활동적이면서도 섹시한 바이커 룩이 가미되어 보다 젊고, 활동적이면서 어번 시크(도회적인 멋)를 표현하는데 무리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즉 전통적인 플로럴 프린트나 웨스턴 룩에 머물지 않고 도회적이고 감각적인 락큰롤 스타일/히피적인 보헤미안 정서 매력적인 보호 시크/젊은 층이 좋아하는 활동적이고 슬릭한 바이커 룩의 요소를 디자인에 가미하거나 함께 코디해 전통적 컨트리 시크가 갖고 있는 ‘컨트리적인 요소’를 좀더 ‘모던하고 도회적’으로 진화시킨 하이브리드 컨트리 시크 인 셈이다.

플로럴 프린트와 웨스턴 룩, 그리고 하이브리드 컨트리 시크의 파고는 액세서리까지 그 영향이 파급되고 있다. 앤틱한 실버 버클이 큼지막한 블랙/브라운 수제 가죽 벨트나 멋들어지게 가죽을 길들인 레더 부츠, 빅 실버 이어링 등 과도하기 쉬운 컨트리 시크의 컬러를 잠재울 수 있는 심플하지만 ‘포인트가 될 만한’ 액세서리가 늘고 있는 것. 하지만 지나치게 시선을 분산시키는 ‘라인 스톤’인 큐빅, 컬러풀한 젬스톤 장식은 번잡하기 쉬운 컨트리 시크에 과도한 느낌을 주는 만큼 피하는 편이 안전하다.

모던한 컨트리 시크를 잘 보여주는 셀러브리티로는 옷 잘 입는 10대 스타로 꼽히는 테일러스위프트가 있다. 선드레스와 카우걸 부츠를 즐겨 입는 그녀는 웨스턴 룩을 기본으로 소녀적인 플로럴 프린트나 컬러, 티셔츠나 탑, 미니 드레스를 통해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컨트리 시크를 표현, 컨템퍼러리 컨트리 시크의 시그니쳐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는 평이다.

불황 털고 희망의 메시지 전달
그렇다면 2010 봄 패션계가 컨트리 시크에 흠뻑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패션이 시대적 흐름과 심리를 반영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 밑바닥에는 ‘불황의 터널을 벗어난 희망의 메시지’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설득력 있다.

즉 지난 몇 년간 글로벌 패션계를 움츠리게 했던 글로벌 금융 불황이 차츰 안정세를 찾고 소비자들이 다시 지갑을 열려는 움직임이 보이면서 공격적인 매니시 룩이나 칼날 같은 도발적인 모던 시크에 젖어있던 패션계가 소녀적이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심리적으로 편안한 느낌을 주는 컨트리 시크를 통해 지친 마음을 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려하지만 전투적인 도시생활에 지친 도시인들이 늘 마음의 고향인 자연에서 위안을 찾는 것처럼 유난히 우울한 일이 많았던 패션계가 따뜻하고 상냥한, 그리고 다소 덜 ‘재단되고 길들여진’ 컨트리 시크를 통해 우울함을 털고 행복을 되찾으려 한다는 분석은 꽤 그럴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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