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핵심 인력 허리가 없다

2010-03-26 김우현 기자 whk@fi.co.kr

복종 불문 IMF 이후 구조조정에만 매달린게 화근, 6~8년차 경력사원 태부족…여성복·잡화 가장 심각

패션업계의 뼈대라 할 수 있는 경력사원이 모자라 아우성이다.

IMF 이후 기업생존을 위해 구조조정에만 몰두하는데 급급한 나머지 신규 채용을 등한시 했던 것이 화근이다. 이는 국내 패션 산업의 선진화 및 글로벌화를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자, 업계의 안정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실업자 100만명 시대를 맞아 일자리가 없어 거리를 떠도는 사람이 넘쳐나는데도 패션업계는 정작 믿고 일을 맡길 만한 마땅한 사람을 구하지 못해 브랜드 전개에 애로를 느끼는 것은 물론 아예 신규 사업을 추진할 엄두조차 못내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6~8년차 중간 관리자급 과·차장 및 팀장 역할을 수행할 핵심 인력확보가 요즘 패션업계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A 여성복 브랜드 관계자는 “IMF를 겪으면서 2000년 이후 회사를 떠난 직원이 우리만 해도 줄잡아 50여명 정도 되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후회 막급이다” 라며 “당시 불경기가 장기간 계속되자 현금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우선 당장 인건비부터 줄여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인원 감축에만 매달린 것이 결국 화를 자초한 꼴”이라고 말했다.

패션업계의 인력난, 그것도 허리 역할을 담당할 능력 있는 경력사원이 태부족이라는 사실은 복종을 불문하고 현재 모든 기업이 겪고 있는 공통된 애로사항이다.

그 중에서도 디자인력·기획력·VMD 측면에서 완성도가 요구되는 여성복 업계의 팀장·실장급 경력사원 부족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약과다. 잡화 업계의 인력난 얘기를 들어보면 말문이 막힐 정도다.

잡화는 의류와는 달리 기본적으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학교가 아예 없을 뿐 아니라, 패션 관련 대학에서 조차 별도의 커리큘럼 과정을 두고 있지 않아 3D 입체 디자인 과정을 이수한 산업디자인학과 출신이나 액세서리 전문 사설 학원 수료생들이 잡화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의류와 액세서리 제품을 생산하는 패션 산업 자체가 3D 업종이란 인식이 강한 탓도 있지만, 잡화의 경우 30대 중·후반 8~10년차 실장급 디자이너나 디렉터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라며 “최근 잡화 시장이 커지면서 대기업들까지 줄줄이 가세하고 있는 가운데, 눈 앞에 돈이 보이는 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마땅한 사람을 구하지 못해 사업을 확장할 엄두 조차 못내고, 심지어 신규 브랜드 론칭 마저 포기해야 하는 안타까운 심정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또 다른 시각도 있다. B 캐주얼 브랜드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들이 인재 양성에는 별 관심이 없고 필요할 때마다 적당히 사람을 데려다 쓰는 전근대적인 관행을 반복해 온 것도 문제지만, 경쟁업체에서 슬쩍 던지는 ‘월급을 더 주겠다’는 유혹에 솔깃해 열심히 다니던 회사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말없이 훌쩍 떠나는 ‘철새’ 같은 직장인들의 비윤리적 행태도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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