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드 쇼 OUTSIDE SHOW

2009-10-30  

Special Review 2010 S/S 서울컬렉션



뉴욕, 런던, 밀란, 파리컬렉션을 지칭해 우리는 세계 4대 컬렉션이라고 부른다. 이들 4개 도시의 컬렉션은 오랫동안 서로 경쟁하면서 발전해 왔고 그리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는 마치 하나의 유기적인 구조처럼 정착돼 있다. 

가령 예를 들면 뉴욕에서 시작한 컬렉션은 런던, 밀라노, 파리를 거치며 한 달 동안 계속되고 이들 각각의 패션위크가 서로 중첩되는 일없이 일정들이 조율된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이 유기적인 구조에서 벗어난 그 밖의 도시에서 주관하는 컬렉션, 예를 들면 동경,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그리고 얼마 전 끝이 난 서울컬렉션 등은 국제적인 규모로 성장하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패션계를 움직이는 주요 매체와 바이어들은 이미 한 달 동안 비행기와 호텔을 전전하며 이 스케줄을 좇아 다녔고, 이미 그들에겐 다른 도시를 돌아볼 만큼의 여력과 자본이 바닥난 상태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한때 동경컬렉션이 뉴욕컬렉션보다 앞서 컬렉션을 시작하기도 했지만 결과는 별반 다를 바 없어 다시 원위치로 되돌아오기도 했다.

우리보다 더 많은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이 선보이는 동경컬렉션이 이 정도라면 서울컬렉션이 겪는 어려움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어려운 가운데 매 시즌 노고를 아끼지 않는 서울컬렉션 관계자들에게 먼저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더 많은 전문 인력의 참여와 관심, 노력으로 매 시즌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이들 4개 도시 중 파리와 뉴욕은 컬렉션을 위한 전용 공간이 마련된다. 뉴욕은 브라이언파크에 거대한 흰색 텐트가 세워지고 파리는 루부르 아래 카루젤에 전용 패션쇼 공간이 상시적으로 구비돼 있다. 물론 이런 공간들은 유료이기도 하지만 이 장소들을 사용할지 안 할지는 절대적으로 디자이너의 권한으로 디자이너들은 매 시즌 비용과 효율성을 따져가며 자신에게 적합한 쇼를 위해 장소를 물색한다.

반면 서울컬렉션에서는 거의 모든 쇼가 학여울에 있는 서울무역전시관(SETEC)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곳 한 관에서는 바이어를 위한 작은 규모의 의상박람회도 동시에 열린다. 모든 행사가 이곳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각 나라에서 초대된 프레스와 바이어들, 그리고 국내 매체와 관객들은 움직일 필요 없이 이 관에서 저 관으로 손쉽게 이동해가며 쇼를 볼 수 있어 편리한 면도 있다.

하지만 일률적인 장소에서 비슷한 모델들이 디자이너의 옷만 바꿔 입고 나오는 쇼를 하루종일 보고 있다면 그 느낌은 어떨까? 이런 가운데 이번 시즌 외부에서 진행된 두 개의 프론티어 같은 쇼가 있었다. 다름 아닌 리츠칼튼에 위치한 한 클럽에서 파티와 함께 진행된 디자이너 이상봉의 컬렉션과 청담동 무이 갤러리에서 선보인 디자이너 이석태의 컬렉션이었다. 하루 차이를 두고 열린 이 두 디자이너 컬렉션은 모두 8시에 열려 깊어가는 가을밤의 정취를 뒤흔들어 놓았다.

파리에서 매 시즌 화제를 모으며 컬렉션을 해온 디자이너 이상봉의 서울에서의 컬렉션은 항상 기대감을 불러 일으킨다. 클럽에서 진행된 이번 쇼는 파리컬렉션에서 선보인 패션쇼에 퍼포먼스와 영상, 그리고 공연과 파티를 추가해 더욱 드라마틱한 패션쇼가 되었다. 파리컬렉션이 끝난 다음날 르몽드지에 발렌시아가, 발맹, 가레스퓨와 함께 디자이너 이상봉의 리뷰가 함께 실려 과연 어떤 컬렉션이었는지 쇼가 시작되기 전부터 더욱 기대감이 컸다.

크기가 한정된 클럽에서의 패션쇼였기 때문에 좌석이 한정돼 대부분의 좌석은 프레스와 바이어, 연예인 등으로 한정돼 그들의 쇼를 보고 싶어 했던 일반 팬들은 부득이 다음 시즌을 기약해야만 했다. 런웨이를 둘러싼 하얀 장막 위로 펼쳐진 거물거리는 휴먼(인간) 실루엣의 오프닝 영상은 영상 아티스트인 최종범씨가 맡았다. 영상이 끝난 후 그 장막이 떨어지자 바디페인팅을 한 다섯 명의 퍼포머들의 몸짓이 이어진 후 쇼가 시작되었다. 파리컬렉션에서 추려진 47벌의 의상이 런웨이에 올랐다.

그리고 파티의 전주곡 격인 피날레 음악은 가수 인순이씨의 라이브로 이뤄져 관객들의 흥을 한층 북돋아 주었다. 이상봉의 이번 컬렉션 테마는 우주와 인간의 교감, 영화 듄(Dune)을 모티브한 의상으로 조각가 박승모씨와의 협업으로 완성되었다. 컬렉션 후 인터뷰에서 디자이너 이상봉은 파티를 겸한 이번 클럽에서의 패션쇼는 신인이었을 당시 조선호텔의 한 클럽에서 한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라 감회가 새롭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디자이너 이석태의 컬렉션은 이상봉 컬렉션 다음날인 22일 갤러리 무이에서 열렸다. 200명이 넘는 관객들로 꽉 들어찬 갤러리에서 펼쳐진 콤팩트한 파워 있는 컬렉션을 선보였다. 성경에 나오는 <야곱의 사다리>를 테마로 펼쳐진 구조적인 의상을 걸친 모델들이 가볍게 런웨이로 걸어 나왔다.

이번 시즌 그의 컬렉션을 보고 머리에 떠오른 단어 두 가지는 구조적인 해체(disconstruction)와 가벼움(lightness)이었다. 의상에서 해체주의라고 하면 레이가와쿠보를 선두로 한 일본 디자이너들과 유럽에서는 릭오웬 또는 하이드아크만 그리고 조금 더 추상적인 마틴마지엘라를 떠올린다. 추상적일 수밖에 없는 이런 의상들은 자칫 그 무게감 때문에 현실적인 부분과 멀어질 수도 있다.

반면 이번 시즌 이석태의 디자인의 해체와 재구성을 통한 구조적인 의상들은 바디를 최대한 드러내는 실루엣 위에 얹혀져 가볍게 안착된 느낌이다. 특히 지퍼를 이용한 절개와 서로 다른 디테일들로 구성된 재킷들은 무게보다는 오히려 리드미컬한 리듬을 전달해준다. 지난 시즌에 이은 완성도 높은 정교한 디테일의 테일러링이 디자이너의 장점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 가수로서 더욱 활동이 많은 모델 장윤주가 스타트와 피날레에 입고 등장한 원피스와 재킷이 결합된 독특한 아이템은 이번 시즌 메인 디자인 콘셉인 ‘바디를 강조한 구조적인 실루엣’을 이니셜처럼 대변해 주고 있다. 전혀 성향이 다른 두 곳, 클럽과 갤러리에서 열린 이 두 디자이너의 쇼는 마치 손끝에 만져지는 것처럼 디자이너의 의도를 더 가깝게 이해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사석에서 어떤 디자이너는 옷은 쇼의 30%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한 적도 있을 만큼 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상뿐 아니라 장소, 무대, 음악, 조명, 연출 등이 어우러진 전체적인 분위기(ambiance)다. 조금 더 희망적으로 서울컬렉션의 미래를 내다본다면 디자이너들의 이런 시도들은 더 늘어야 되지 않을까? 여기에 운영 시스템을 비롯한 다양한 지원도 함께한다면 그들의 부담감은 훨씬 줄어들지도 모른다.

<글 박종원 / 사진 JIMMY HOUSE, Este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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