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25 정인기 기자 ingi@fi.co.kr
섬유·패션 관련 단체 40여개…단체 존속 위한 사업에만 몰두
이해 관계 떠나 밸류 체인(Value Chain) 중심 대승적 통합 논의 필요
성격이 유사한 섬유 및 패션 관련 단체 통폐합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섬유 및 패션 관련 단체는 9월말 현재 한국섬유산업연합회(회장 노희찬)에 등록된 정대의원 숫자만 28개에 이른다. 여기에 서울시와 부산시, 대구시 등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된 지역 단체까지 포함할 경우 그 숫자는 40여 개 이상으로 늘어난다.
애초 단체들은 관련 업종 업체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회원사 간 교류를 통한 공동 발전이란 명분으로 출발했지만 △수출쿼터 폐지 △산업 경쟁력 상실 △공동의 이익사업 부재 등을 이유로 유명무실(有名無實)화된 단체가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실제 이름은 있지만 회원수는 손에 꼽는 단체도 적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단체들은 운영자금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대다수 단체들이 회원사들의 회비보다는 정부의 사업지원비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런 연유에서 사업을 배정받기 위한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도 치열하다. 최근 한국패션협회(회장 원대연)와 한국의류산업협회(회장 이인성)의 통합 논의가 표면화되고 있다. 이만중 보끄레머천다이징 회장이 중심이 돼 의류 및 패션업체 경영자들로부터 통합에 대한 동의서를 받고 있으며, 이미 코오롱, 이랜드 그룹 등 20여개사가 동의한 상태다.
이만중 회장은 “제조업 중심의 의류산업협회와 브랜드 유통업 중심의 패션협회가 통합될 경우 시너지가 매우 높다. 섬유·패션산업은 원사에서부터 원단, 봉제, 브랜드 유통에 이르기까지 밸류 체인이 어느 산업보다도 명확하다. 따라서 밸류 체인상 관련 단체들이 통합돼 회원사들이 상호 교류한다면 국내 섬유·패션산업은 새로운 경쟁력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미 양 단체에 동시에 가입된 회원사가 28개사에 이르는 등 명분이 충분하다. 이는 특정 단체나 기업의 이해관계를 떠나 산업 발전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이를 실현할 경우 대정부 교섭력 확대는 물론 중장기적인 차원의 새로운 사업을 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이달 말까지 업체들의 동의서를 받아 양측에 전달할 계획이다. 정부의 입장도 긍정적이다. 지식경제부 한 관계자는 “최근 섬유특별법 등 업계 지원을 위한 여러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를 주장하기 이전에 유사 단체들의 통폐합부터 이뤄져야 한다. 산업 규모는 축소되는데 단체들만 늘어나면서 각각 자기 이해관계만 주장하면 제대로 된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 단체들의 이해관계가 아닌 산업경쟁력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한 목소리로 유사단체간 통폐합을 요구하고 있다. ‘사업을 위한 사업’이 난무하는 이유도 불필요한 단체들이 자기 단체의 이해관계나 재원확보를 위해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단체의 성격과 역할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련 단체 한 관계자는 “단체는 작고 강한 조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정부의 예산이 관련 업계를 위해 제대로 쓰여질 수 있도록 사업을 기획하고, 예산이 반영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전문성이 없는 단체가 단지 재원확보를 위해 직접 사업을 수행해서는 예산낭비만 초래할 뿐이다. 서울과 대구에서 개최되고 있는 목적이 불분명한 각종 전시사업이나 원칙이 없는 해외전시 지원사업 등은 전형적인 전시행사의 표본”이라고 지적했다.
산업 전반적으로 ‘글로벌화’와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치고 있는 이 마당에 관련 단체들의 운영과 관련사업도 보다 넓게 보는 대승적 차원에서 근본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특히 과거 공급자 시대에서 비롯된 업 스트림 중심의 편협된 사고에서 벗어나 수요자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걸맞는, 밸류 체인(Value chain) 중심의 산업경쟁력 제고가 시급한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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