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계 서울컬렉션이 시작 전부터 ‘삐거덕’ 거리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10월 16일부터 23일까지 8일간 대치동 SETEC에서 ‘2009 추계 서울컬렉션’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컬렉션은 예년과 달리 72명의 신청자가 몰려 ‘역대 가장 많은 신청자’라는 타이틀을 얻을 만큼 관심이 집중됐다. 내용 면에서도 SFAA, KFDA, NWS 등 관련 단체들까지 모두 신청하는 등 서울컬렉션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이에 앞서 서울시도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서울패션위크 조직위원회(위원장 원대연)를발족시키는 등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서울시의 이러한 의욕과 달리 ‘서울컬렉션’은 시작 전부터 잡음이 끝이지 않고 있다. 조직위원회 심사에서 일부 회원 참가제한을 요구 받은 SFAA측에서 ‘전원 수용해 주지 않으면 참가하지 않겠다’며 조직위원회측에 통보한 것이다.
이에 앞서 조직위원회 T/F팀은 ‘심사 결과 단체별로 33%를 탈락시켜야겠다’고 각 단체에 통보했다. 8일간 40명 안팎의 디자이너가 컬렉션을 펼쳐야 하는데 SFAA에서 15명이 모두 참여한다면 일반 참가자들에게는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27일 현재 T/F팀에서는 이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객관적 심사란 잣대로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또다시 몇몇 단체가 빠진 컬렉션에 대한 여론의 부담도 적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고민이다.
서울컬렉션은 2000년부터 매년 두 차례 개최되고 있다. 서울시가 세계 5대 컬렉션으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이 행사는 매년 비슷한 문제로 갈등을 반복하고 있다. SFAA가 참가하나? 안 하나? 남·여성복을 기준으로 할것인가? 단체 기준으로 할 것인가? 해외 바이어와 프레스를 얼마나 초청했나? 등을 두고 자기가 속한 단체나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하고 있다.
갈등과 잡음이 반복되자 서울컬렉션에 대한 ‘근본적 변화’에 대한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21세기 소비자들은 라이프 스타일 선도형 산업으로서 패션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내 컬렉션은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컬렉션은 20세기 선진국의 패션을 국내로 이식하면서 비롯된 구시대적 산물이다. 그러한 과거 고정관념으로는 더 이상 시장과 소비자들의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한국 패션산업의 프로세스를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최측에 대한 주문도 적지 않았다. 또 다른 전문가는 “서울컬렉션이 서울의 이미지를 높이고 서울의 패션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출발했다면, 먼저 그에 걸 맞는 방향성과 색깔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한 명확한 방향성이 없다 보니 일부 기득권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다. 방향성이 명확해진다면 그에 따른 심사기준은 당연히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 추진 과정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서울특별시 패션자문단’을 출범시켰다. 그런데 또다시 지난 2월 ‘서울패션위크 조직위원회’란 별도 팀을 출범시켰다.
최근에는 조직위원회의 사단법인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다수 관계자들은 “활용하지도 않는 자문단과 단체는 왜 만들었으며, 또다시 조직위원회나 T/F팀을 운영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는 전형적인 관료적인 발상이며 ‘옥상옥’을 만들어 업무의 혼선을 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서울컬렉션을 서울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한국의 패션산업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주기 위해 출범시켰다면, 단기적인 안목과 일부 기득권층의 의견이 아닌 산업 전체의 시각에서 근본적인 치유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특히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에 걸 맞는 명확한 방향과 색깔을 만드는 것이 선행되야 한다는 것이 패션업계 전반적인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