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패션에 힘을 싣다

2009-08-14 예정현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로 패션 시장이 잔뜩 움츠렸던 지난해에도 1만 5800여 명의 바이어와 1500여 개의 브랜드가 참석해 패션계를 놀라게 한 ‘컬렉션 프리미에르 모스크바(CPM)’ 패션 박람회는 러시아 및 동유럽 시장의 교두보로 그 위상이 점점 높아지는 모습이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9월 6일부터 9일까지 진행될 제13회 컬렉션 프리미에르 모스크바 봄/여름 박람회에는 26개국 1000여 브랜드가 참가, 열기를 더할 것으로 알려져 러시아에 대한 패션계의 낙관적 시각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시장이든 그러하지만 러시아 시장 환경과 유통 흐름에 익숙하지 않은 채로 시장 진출을 서두를 경우 발생될 피해는 선뜻 투자를 막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 있어서 미리 러시아 시장의 흐름과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컬렉션 프리미에르 모스크바는 어패럴 업계에 매우 소중한 ‘소통 통로’라 할 수 있다.


러시아 패션의 창, CPM

페레스트로이카로 인한 급진적 자본주의 도입으로 지난 수십 년간 가장 많은 ‘젊은 재벌’을 탄생시킨 러시아는 경제 성장 속도만큼이나 억눌렸던 패션에 대한 욕구를 강한 소비로 분출하며 글로벌 패션가의 매력적인 시장으로 탈바꿈했다. 물론 러시아도 지난해 불어 닥친 글로벌 경제 침체의 파고를 비켜가지는 못했지만 이머징 마켓으로, 그 성장 잠재력은 여전하다.

이를 뒷받침하듯 서구 선진 국가들의 경제 전망 치수가 대부분 마이너스로 예상되는 데 반해 OECD가 밝힌 러시아 경제 성장 예상 수치는 3.7%에 달한다. 이처럼 러시아 시장에 관심이 많지만 준비가 덜 된 패션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이 러시아 시장의 정보를 얻고 그들의 인지도를 높이는 동시에, 러시아 유통 파트너를 찾는 만남의 장을 마련해주는 곳이 바로 컬렉션 프리미에르 모스크바의 기능이다.

어패럴 업체인 Igedo 컴퍼니와 러시아 리테일러 연합인 A.P.R.I.M이 공동 조직한 이 패션 트레이드 박람회는 이번 시즌 러시아 패션 리테일 관련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 20여 개의 세미나와 워크숍을 통해 러시아 패션 및 글로벌 패션 시장의 흐름과 리테일 동향 및 2010 봄/여름 트렌드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는 현장을 제공한다. 그런 만큼 러시아 및 동유럽 패션 시장에 관심이 높은 어패럴 업체들의 좋은 만남의 장이 될 전망.

한편 박람회에 참가하는 업체들은 러시아 패션 시장에 미리 기반을 다질 경우 성장력 높은 러시아 시장이 가져올 황금 과실을 나눌 기회가 많다는 믿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일례로 올해 처음 참가하는 독일 프리미엄 라벨 마크케인은 잠재력 높은 러시아 시장에 유리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참가 결정을 내렸다며, 패션에 관심이 높은 러시아 시장에 브랜드 존재감을 높이고 고객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교두보로서의 이 박람회의 가치를 평가했다.

실제로 컬렉션 프리미에르 모스크바는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의 패션 시장과 교역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방문객들과 동유럽 시장에 진입하려는 다양한 어패럴 업체-여성복/남성복/영 패션/캐쥬얼 웨어/란제리/액세서리/가죽/모피/웨딩가운-들의 탐색전을 펼치는 현장으로, 시장 탐색전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특히 이들은 러시아 시장이 본격적인 안정 궤도에 들기 전, 미리 유망한 러시아 사업 파트너와 관계를 구축해 함께 어려움을 겪고 시장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러시아 시장 적응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어 러시아 진군의 시험장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9월 개최될 이 패션 박람회에는 Azzaro, Brunella & Anna Moura, Dino Casagrande, Elisa Fanti, Flamenco, Les temps des cerises, Marc Cain, Nathalie Serge, Paz Torras, 및 Versace Immagine 외에도 Falke, Bugatti, Mac, Lagerfeld, Fuego, Lauren Vidal, Angelo Nardelli, Fontanelli 등 국제적 인지도가 높은 업체들이 처음으로 참가할 것으로 알려져 일각에서는 일찌감치 러시아 패션 시장의 브랜드 포화 현상을 점칠 정도이다.


러시아, 해외 시장에 눈독

흥미로운 점은 서구 패션이 러시아 패션 시장을 신규 매출 ‘노다지’로 주목하며 몰려들고 있는 것처럼, 러시아 패션계 또한 서구 패션을 수동적으로 흡수하는 데서 벗어나 러시아 특유의 미적 정서와 개성을 무기로 서구 패션 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 소비자들이 단순히 서구 패션의 ‘가르침대로’ 움직이는 것보다는 그간 단련된 패션에 대한 지식과 즐거움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과 스타일을 찾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과 맞물려 러시아 패션 시장의 흥미로운 전개를 기대하게 한다.

러시아 금융가들의 적극적 지원과 러시아 디자이너라는 ‘독특한’ 이미지를 배경으로 서구 패션계에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디자이너로는 파코라반과 손잡고 미국 시장에 데뷔한 우크라이나 출신의 디자이너 베로니카진비(Veronika Jeanvie)는, 뉴욕 패션주간에 네 번이나 참석해 미국 시장과 제법 친숙해진 알렉산더 테레코프(Alexander Terekhov), 러시아 국내 시장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유럽에 컬렉션을 소개하고 있는 발렌틴유다쉬킨(Valentin Yudashkin) 데니스시마체프(Denis Simachev) 이고르샤푸린(Igor Chapurin) 등이 대표적이다.

1991년 파리 패션주간에 초청 디자이너로 참가했던 유다쉬킨은 러시아 제정 시대의 대표적 예술품, 페바르제(Faberge)가 달걀을 연상시키는 드레스를 통해 러시아 디자이너 최초로 파리 하이 패션조합(Syndicate of High Fashion)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2002년 니나리치 선정, 젊은 디자이너 상을 수상한 이고르샤푸린은과 아방가르드한 스트릿 스타일로 유럽 패션가의 주목을 받고 있는 데니스시마체프 등도 국제 패션시장에서 러시아 디자이너의 입지를 다져가는 러시아 디자이너 군단의 한 사람이다. 2007년 러시아의 의류/풋웨어/액세서리 매출은 633억 달러였고 2010년에는 이보다 10%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머큐리’ 그룹 안에 럭셔리 있다

그렇다면 럭셔리 브랜드들이 가장 많이 몰려있고, 아직도 많은 디자이너들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러시아 하이엔드 시장의 유통 거두로 러시아 럭셔리의 상징으로 자리한 업체는 어디일까? 럭셔리 업체들은 격전을 펼치고 있는 명품 시장은 러시아 럭셔리 어패럴 유통의 핵심에 바로 러시아 럭셔리 유통의 대명사 머큐리(Mercury) 그룹이 자리하고 있다.

아르마니, 브리오니, 불가리, 샤넬, 돌체&가바나, 구찌, 티파니 등 말 그대로 럭셔리 패션의 대명사격으로 일찌감치 러시아 시장에 도입, 러시아 럭셔리 유통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머큐리 그룹은 러시아 하이엔드 시장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유통망을 갖춰 러시아 진출을 노리는 패션가의 쉴새 없는 제휴 제안을 받고 있다.

또한 지방시, 겐조, 만다리나덕, 마리나 리날디, 막스 마라, 니나 리치, 에르메스, 크리스챤 디올, 세루띠, 요지 야마모토, 에스까다 등을 러시아 시장에 유통시키며 머큐리 그룹의 뒤를 바짝 쫒고 있는 보스코 디 실리에지, 자밀코 등도 러시아 시장을 노리는 하이엔드 디자이너들에 친숙한 이름이다.


러시아 안에서, 이젠 러시아 밖으로

이처럼 신규 매출 구축을 노린 서구 어패럴 업체들이 러시아 시장으로 몰려들면서 러시아의 심장부 모스크바의 복고적 건물들은 유럽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들의 ‘패션 브랜드 백화점’으로 변모하고, 러시아 패션 시장과 서구 패션 브랜드 및 디자이너의 교량 역할을 해주는 패션 박람회 ‘Collection Premiere Moscow’의 위상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와 함께 러시아 디자이너들의 서구 패션계 진출도 힘을 얻고 있어 이제 러시아는 단순한 패션 소비국에서 패션 창출국으로 당당하게 발걸음을 내딛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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