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싱 大亂’ 현실로 다가왔다

2009-04-10 정인기 기자 ingi@fi.co.kr

환경 탓 말고 프로세스 혁신·파트너십 필요

“○○○ 사장님, 최근 달러와 위안화가 많이 올라 원가부담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사장님께서도 인건비와 사무실 임대료 등 운영비용이 적지 않게 상승해 부담이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비용은 많이 증가했는데 소비자들은 더 저렴한 상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몇 가지 생각해 봤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 주시고, 다른 방안이 있으면 알려주십시오.

- 여성용 티셔츠 가슴 부분의 비즈 장식을 줄이면 어떻겠습니까?
- 남성용 셔츠의 앞 주머니를 없애면 얼마나 절감되겠습니까?
- 바지 소재를 스판에서 난스판으로 교체하되 착용감이 편안한 소재를 사용하고 싶은데 대체 소재가 있습니까?”

지난 3월말 상하이의 한 프로모션업체 사장에게 배달된 이메일 내용이다. 이는 서울의 한 중견 패션업체 디자이너가 보낸 것으로 원가절감을 위한 고민을 한눈에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원가절감을 위한 ‘상의’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일방적인 상담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 다른 캐주얼업체는 팀장급 이상 디자이너들이 수시로 중국을 방문하고 있었다. 해외 소싱업체와 직거래를 하고 있는 만큼 최대한 빠른 의사결정과 업무추진을 위해 생산현장에서 곧바로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올 추동 상품기획 상담이 한창인 요즘 패션업체와 소싱업체들의 ‘밀고 당기기’가 한창이다. 대부분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인상된 원가를 줄이기 위한 패션업체들의 막무가내식 상담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소싱업체들의 입장도 만만치 않다. 달러와 위안화 등 환율인상에 따른 비용뿐 아니라 생산직과 사무직 인건비, 사무실 임대료 등 간접비도 적지 않게 올라 20~30% 인상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입은 환차손을 소싱업체들만 고스란히 떠안은 탓에 상담 자체가 난항을 겪고 있다.

더욱이 서울의 상당 수 프로모션 업체들이 사업 규모를 줄이거나(건실한 몇몇 거래처를 제외한), 심지어 사업을 포기한 업체도 적지 않아 국내 패션업체들의 소싱이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소싱도 쉽지 않다. 중국 소싱환경이 어려워지자 상당수 패션업체들이 동남아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동남아의 경우 기본적으로 대형 공장이 주로 이루고 있어 물량이 적은 국내 오더는 어렵다는 것이다. 조필수 코무스인터내셔널 사장은 “최근 중국 상황이 악화되면서 미국과 유럽의 대형 브랜드들이 동남아에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공정이 까다롭고 물량이 적은 한국 오더는 사실상 어렵다.

기본적으로 해외생산을 하기 위해서는 작업지시서에서부터 원부자재 준비, 적정 납기 등을 갖춰야 하지만 대다수 국내 패션업체들은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 특히 판매부진을 ‘마켓 클레임’으로 만회하려는 막무가내식 클레임 때문에 앞으로 ‘남고 뒤로 까지는 것이 한국 오더’란 인식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한 소싱업체 사장은 “물량이 적고 디테일이 많은 한국 오더 특성상 아직까지 중국을 대체할 소싱처는 마땅치 않다. 그렇다면 무작정 환경만 탓할 것이 아니라 내부 업무 프로세스 혁신과 파트너십 등을 통해 상호 노력해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해외생산을 위해서는 언어와 생산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력양성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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