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10 김우현 기자 whk@fi.co.kr
제일모직·LG·이랜드·한섬·SK 등 5개사 여성복만 40개
브랜드 상위시대 도래…백화점 MD 개편시 영향력 행사할 듯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을 행사하던 공룡 백화점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들어 여성복 사업을 크게 확장한 패션 대기업들이 막강해진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백화점 전성시대의 종말을 예고하는 전방위 전면전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여성복 업계 최강자인 한섬이 수입브랜드 사업을 확대하면서 백화점과 어깨를 나란히 견주고 있고, 데코와 네티션탓컴을 인수해 여성복 신흥 강자로 부상한 이랜드그룹 역시 백화점 입김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지 않을 정도의 힘을 갖추었다.
여기에 제일모직·SK네트웍스 그리고 최근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LG패션까지 가세, 바야흐로 백화점 시대가 기울고 브랜드 상위시대가 도래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 장기화로 중소 패션 업체들이 속속 백기를 들고 시장에서 퇴출 된 후, 반사효과를 얻은 대기업들이 마켓 셰어를 넓히며 세력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면서 “대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건 과거 甲의 입장에서 자기 입맛대로 입점 업체를 좌지우지하던 백화점들이 슬슬 브랜드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현상은 여성복 조닝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실제 최근 LG패션이 ‘질 스튜어트’와 ‘바네사브루노’ 등을 전개해온 인터웨이브를 전격 인수하자, L백화점 바이어는 “수입이나 내셔널 가릴 것 없이 유력 여성복 브랜드 대부분을 대기업이 장악하게 됨으로써 향후 MD 구성 시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푸념을 늘어놨다는 후문.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본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패션대기업 상위랭킹 5개사가 보유 중인 여성복 브랜드는 무려 40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랜드그룹이 ㈜데코의 데코·텔레그라프·아나카프리·XIX·DIA와 네티션닷컴의 EnC·96NY·A6를 합쳐 총 8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으며, 제일모직은 구호·띠어리·디·빈폴레이디스·이세이미야케 그리고 올 초 인수한 망고까지 6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섬은 국내 여성복 톱 브랜드인 타임을 필두로 마인·시스템·SJSJ 그리고 수입브랜드인 끌로에·랑방·발렌시아가·지방시까지 모두 8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SK네트웍스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다. 세계적 브랜드인 DKNY를 비롯 타미힐피거·엘리타하리 그리고 내셔널 브랜드인 오브제·오즈세컨·하니와이까지 6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어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상대다.
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최근 여성복 비중을 크게 늘리면서 다크호스로 떠오른 LG패션을 간과해선 안된다. 그 동안 신사복 위주로 비즈니스를 펼쳐오던 LG는 작년 말부터 여성복 사업 확장에 핵심역량을 집중해 왔다.
기존의 닥스·모그·헤지스 레이디스로는 포트폴리오 구성이 미흡하다는 판단아래 블루마린·안나몰리나리·이자벨마랑·레오나드 등 해외 유명 브랜드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잇달아 성사시킨 LG는 올 초 죠셉의 국내 전개권을 획득한데 이어, 지난달 말에는 질스튜어트·바네사브루노·질바이질스튜어트를 운영하던 인터웨이브까지 인수, 유통가를 깜짝 놀라게 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력이 급속하게 커진 패션 대기업들의 위상을 백화점이 더 이상 만만하게 볼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 동안 굴욕적인 입점 조건과 크고 작은 불공정 거래를 감수해야만 했던 브랜드들이 이제는 동등한 입장에서 대반격에 나설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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