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도 등 돌리는 백화점

2009-03-27 최의정 기자 cej@fi.co.kr

美·日 패션 유통업계 소비자 변심에 뒤늦은 대처





세계적 불황에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자 경기에 민감한 패션·유통업계가 떠나는 소비자를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단순히 ‘경기가 풀리면 고객이 돌아온다’식의 안일한 태도로 일관해 온 일본과 미국의 대형 백화점 및 유명 패션 브랜드들마저 변화하는 시대에 부응하지 못해 도태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2~3년 전부터 일본에서는 ‘쓸데없는 물건은 사지 않는다’, ‘후회하는 소비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합리적인 소비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보다 현재 기분에 충실하려는 욕구가 강해지며 옷보다 여행·레저 등 경험에 돈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은 일본 패션 전문지 ‘패션판매’가 올 초부터 일본에서 진행한 ‘소비의식과 소비행동 실태’정성조사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표1 참조>

일본의 1991년 의류용품 매출 규모는 14조8800억엔 이었으나 2007년에는 10조6200억엔으로 무려 30%나 감소했다. 반면 건강·뷰티·휴식 관련 시장은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 실내에서 혼자 릴렉스하기 위한 귀여운 홈웨어·파자마·패셔너블한 트레이닝복 등은 불황에도 잘 팔리고 있다.

브랜드 마니아였던 일본 젊은이들마저 나를 브랜드에 맞추기보다는 저렴한 캐주얼이나 중고 의류 등 자기에게 맞는 아이템을 골라 스타일링하는 것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한때 유통의 강자였던 백화점이 존폐위기에 처했다.

12년 연속 매출이 감소세인 일본 백화점들은 합리적 가격대와 맞춤형 서비스, 몰링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역세권 빌딩·패션 전문 빌딩·교외형 쇼핑센터 등에 밀리며 내점객 수가 급감하고 있다. 한때 수십 개에 이르던 백화점 수가 폐점과 합병 과정을 거치며 나날이 줄고 있다.

미쯔코시 백화점-이세탄 백화점, 다카시마야 백화점-한큐 백화점-한신 백화점, 다이마루 백화점-마쯔사카야 백화점, 세이부 백화점-소고 백화점 등이 모두 합병된 상태다.

이는 미국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한 조사에 따르면, 18세 이상의 미국 여성 중 61.8%가 옷을 구매할 때 브랜드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셀러브리티를 기용한 거액의 광고로 브랜드 가치 올리기에 급급했던 대다수 패션 브랜드들의 전략이 이미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또 최근 ‘WWD’가 연 소득 25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 층을 상대로 어디에서 주로 쇼핑을 하는지 조사한 결과 저가형 매장 ‘타깃’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46.2%였으며, 창고형 매장 코스트코가 39.5%로 그 뒤를 이었다.

고급 백화점 삭스 피프스 애버뉴가 12.3%로 13위, 바니즈뉴욕이 7.2%로 16위를 하는 등 돈이 있어도 고급 백화점에는 잘 가지 않는 결과가 드러났다. <표2 참조>

2위를 차지한 코스트코, 8위의 티제이맥스, 9위 샘스클럽과 같은 창고형 유통업체들은 하이엔드 주얼리, 시계 등의 제품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해 백화점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에 반해 4위를 차지한 고급 백화점 노드스트롬은 지난 분기 순수익이 무려 67.9% 급락했으며, 13위 삭스피피스애비뉴 역시 창립 84년 이래 최악의 위기라고 발표하는 등 고급 백화점들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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