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유통 “숨통이 막힌다”

2009-03-07 정인기 기자 ingi@fi.co.kr

원가 급등·수익 감소… 영업 포기 속출할 듯


신세계 센텀시티점 오픈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백화점 유통에 대한 패션업체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 3일 오픈한 신세계 센텀시티점에는 일부 여성복 업계의 상위 브랜드들이 신세계 입점을 아예 포기했으며, 또 몇몇 캐주얼 브랜드는 신세계에서 자체 비용을 들여 매장 인테리어를 급조하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사 입점 방해를 이유로 롯데백화점에 수 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지만, 이번 사태에서는 보란 듯이 입점을 방해하는 등 공정위 조치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번 사태로 백화점을 기반으로 한 패션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론이 급등하고 있다. 원가와 유통비용은 끝없이 상승하고 이익율은 급감하는데, ‘협력업체’란 가면을 뒤집어 쓴 백화점의 횡포까지 겹쳐 도저히 숨을 쉴 수 없다는 것이다.

한 패션업체 사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인한 위안화와 달러화 급등, 중국 인건비 상승, 원·부자재가 인상 등 생산원가는 최소 30~50% 늘어났다. 반면 판매현장에선 매출이 크게 줄어들고 그나마 일어난 매출도 세일이나 기획상품에만 의존하고 있어 입금율은 크게 줄었다. 똑같은 매출이 일어날 때 기존 5% 정도 이익이 났다면 지금은 마이너스 6~7%를 기록할 만큼 심각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주 한 캐주얼 브랜드는 영업중단 의사를 밝혔으며, 2개 브랜드를 전개중인 한 여성복 업체는 매각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지난 4일에는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해 국내 시장에 판매해온 한 여성복 업체 사장이 위안화와 달러 폭등 영향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원가 부담을 견디지 못해 투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대형마트와 2001아울렛 등 제2 유통에 대한 문제점도 함께 쏟아졌다. 또 다른 패션업체 사장은 “사실 백화점에서 이익을 낼 수 없다는 것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정설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수수료까지 30%를 넘어섬에 따라 대형 유통에서는 더 이상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가 돼 버렸다”고 언급했다.

익명의 독자 투고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본지 기사가 나간 후 한 독자는 “특정매입이란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초법적(超法的) 제도’가 사라져야 한다. 백화점 매장에 걸려있는 재고(특정 매입된)는 엄격히 말해 입점 업체가 위탁한 자산이다. 결국 백화점들은 자기 자산이나 매출도 아닌데 전체를 자사 매출로 잡아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아 방만한 경영을 하고, 다시 여기에서 비롯된 규모를 기반으로 패션업체들의 피를 빨아먹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투명한 회계기준을 통해 백화점의 이러한 행태를 막고, 공정 거래를 유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독자는 자신도 2000년대 초반까지 10여년간 여성복 기업을 경영했지만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고 했다.

이 밖에도 백화점과 대형마트 입점 업체들의 협회를 만들어 공동 대응해야 된다고 했다. 또 공정위에 의해 몇 차례 지적 받고도 여전히 바뀌지 않는 입점 업체 판매사원 파견 문제, 광고비 분담, 인테리어비 분담 등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온라인 공동법인을 설립해 완사입 형태의 운영으로 소비자들에게 솔직하고 진솔한 마케팅으로접근 하자는 등 다양한 의견들이 접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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