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13 최의정 기자 cej@fi.co.kr
창간 9주년 특집 ‘Culture Biz’
창간 9주년 특집 ‘Culture Biz’
'이케아' '사자비' '베이프'를 벤치마킹 하라
우리가 의식주 카테고리를 명확히 나눠가며 단기간 제품 매출 올리기에만 급급했을 동안에도 해외 선진 기업들은 자사 브랜드를 소비자 ‘삶의 일부’로 정착시키는 데 주력해왔다.
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그 브랜드를 떠올리는 순간 새로운 세계에 빠져들고, 매장에서는 돈보다 시간과 마음을 소비하며 이 모든 총체적 경험을 위해 이들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을 추구하는 바다.
품질 면에서는 딱히 경쟁업체 제품과 큰 차이가 없는데도 유독 특정 브랜드에만 소비자가 열광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다음의 세 기업은 장르를 불문하고 일찍부터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리스트가 될 것을 추구해왔다.
이케아 - 맛있고 즐거운 유혹
스웨덴의 가구와 생활용품 회사 「이케아(IKEA)」는 영업이익만 연 20조원을 넘고, 영업 마진이 대형 유통업체보다 월등히 높은 10%대를 기록하는 세계적 우량 기업이다.
「이케아」는 이미 하나의 문화로, 단순히 조립식 가구를 제조해 파는 기업을 넘어 「이케아」 매장만의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까지 팔고 있다. 유럽에서 「이케아」 매장은 연금 생활자들의 천국으로 불린다. 싼 값에 성대한 아침 식사를 즐길 수 있는데다 하루 종일 쉬고 놀다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전역 「이케아」 매장 앞에서 매일 아침 개장 1시간 전부터 눈뜨자 마자 찾아온 사람들이 긴 행렬을 이루는 모습은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다.
스웨덴 비즈니스 잡지 ‘다겐스 인더스트리’는 “사람들은 예전엔 가구를 사기위해 「이케아」에 들렀다 우연히 레스토랑을 이용했지만, 이제는 거꾸로 먹기 위해 「이케아」에 들렀다 가구를 산다”고 전할 만큼 인기가 대단하다.
이처럼 「이케아」는 스웨덴 음식 문화를 전파하면서 ‘미트볼 이케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고, 스웨덴어 무료 강좌로 해외 고객에게 낯선 스웨덴어로 지어진 제품 이름들이 조금 더 친숙히 느껴지도록 했다. 또한 누구나 편안히 자신의 집처럼 쉬어 갈 수 있는 체험형 쇼룸 문화를 정착시켰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2층 쇼룸에서 직장인들은 점심 시간을 이용해 낮잠을 즐기고, 대학생들은 과제물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이케아」의 무료 탁아소는 언제나 만원이다.
그리고 「이케아」는 친환경적 경영 방침을 고수하여, 제품 생산 과정에서 생긴 쓰레기 중 75%를 재활용하고, 업무에 쓰이는 종이 한 장도 양면을 모두 사용한 다음에야 버리도록 하고 있다. 이는 ‘한번 카탈로그에 표기한 가격은 카탈로그가 유효한 1년 내내 반드시 유지한다’는 「이케아」 철칙과 함께 소비자 신뢰를 공고히 해왔다.
사자비 - 일본의 라이프 스타일리스트
1972년 오리지널 디자인 가방 판매로 출발한 기업 ‘사자비(SAZABY)’는 일찍이 단순한 물건만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지 못하는 시대의 흐름을 포착, 가방 제조기업에서 문화 제조기업으로 진화했다.
1981년 티를 음미하고 생활에 향기를 더하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애프터눈티」를 론칭한 것이다. 사자비는 이 「애프터눈티」를 시작으로 레스토랑, 플라워샵, 에스떼틱, 편집매장, 각종 수입 브랜드 등 현재 18개 회사, 30여 개 브랜드를 운영하며 그 영향력을 일본인의 라이프 스타일 전체로 확대해왔다. 사자비의 2008 회계연도(끝나는 시점 기준) 매출은 약 1조 3500억원으로 이는 전년대비 7% 증가한 수치다.
「애프터눈티」는 일본 여성의 로망이다. 많은 일본 여성들이 비싸도 예쁜 찻잔에 정성껏 준비되어 나오는 차를 음미하고, 가구부터 식기, 목욕용품, 의류, 문구류, 정원용품에 이르는 생활용품이 가득한 유럽 농가 분위기 매장에서 「애프터눈티」 같은 삶을 꿈꾼다. 「애프터눈티」가 제공하는 유럽 티 문화에 흠뻑 빠진 사람들은 「애프터눈티 스쿨」에 등록, 「애프터눈티」 메뉴를 아예 통째로 습득해 버리기도 한다.
사자비의 운영 철학은 ‘누구나 일상 생활의 순간 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한발 앞선 라이프 스타일을 계속 제안해 나가는 것’이다. 2008년 4월에는 공식 회사명을 사자비 그룹에서 사자비 ‘리그’로 변경, 이름부터 모든 브랜드가 각각의 개성을 살리되 하나의 팀임을 강조했다.
또한 사자비는 수입 브랜드 보다 자체 브랜드를 더 고급화해 왔다. 사자비가 전개하는 일본 「스타벅스」는 시작부터 ‘저렴한 패스트푸드 커피점’ 이미지로 설정, 작은 입식 테이블 등의 간소한 인테리어로 매장을 꾸미고, 커피 가격은 「애프터눈티」의 절반 수준으로 책정했다.
수입 브랜드는 아무리 수익성이 좋더라도 계약이 종료되면 그만이지만 자체 브랜드는 한 번 시작한 이상 고객과 함께 영속하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긴 것이다. 이런 면에서 사자비는 지극히 일본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이는 수입 브랜드를 중시하고 내셔널 브랜드를 폄하하는 경향이 강한 한국과 가장 비교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베이프 - 도쿄 스트리트 문화를 전세계에 전파하는 곳
일본 최신 유행의 거리 하라주쿠에 가면 꼭 마주하는 이름이 있으니 바로 「베이프」다.
스트리트 패션 스타일리스트 출신 ‘니고(NIGO)’가 1993년 하라주쿠의 외진 곳에 세운 티셔츠 매장으로 탄생한 「베이프」는 ‘미지근한 물 속에서 목욕하는 원숭이’라는 뜻을 지녔다. 로고는 60년대 미국 SF영화 ‘혹성 탈출’에 등장하는 유인원의 얼굴을 패러디화 했다. 이 때부터 시작된 「베이프」의 패러디 대상은 「나이키」 「루이비통」 등 브랜드부터 영화, 만화에 이르기 까지 전 문화 장르로 「베이프」 디자인의 원동력이자 성공 원인이 됐다.
「베이프」는 현재 일본에 17개 직영점, 뉴욕, LA, 홍콩, 타이페이, 파리, 런던 등 해외 주요 도시에 6개 직영점과 카페, 클럽, 호텔 등을 운영하며 도쿄 스트리트 패션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하라주쿠 역 안부터 최대 번화가인 교차로 초대형 전광판에는 언제나 「베이프」의 이름과 로고가 등장한다. 그렇다면, 대체 하라주쿠에 「베이프」 매장은 어디에 있는 걸까?
매장 주소와 전화번호, 지도를 꼼꼼히 챙겨도 찾기 어려운 게 「베이프」 매장이라니 대단한 아이러니다. 신기한 건 꽁꽁 숨어있어 인기고 더 특별 대우를 받는다. 더 주목할 점은 「베이프」 초창기에 예산이 부족해서 소량 생산을 한 것이 오히려 “지금 아니면 살 수 없는 제품”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이다.
또한 고객 1인당 같은 아이템은 사이즈 별로 한 개 이상 구매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등 독특한 세일즈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베이프」의 한정 판매된 모델이 인터넷 경매 사이트 등에서 정가의 몇 배를 넘는 가격으로 거래되며 ‘아무나 입을 수 없는 고가의 브랜드’가 됐다.
또한 「베이프」는 대외적 콜래보레이션을 적극 진행해왔다. DJ이기도 한 니고가 자신의 앨범을 제작하면서 해외 유명 힙합 아티스트들을 참가시키고, 그 네트워크를 이용해 페럴 윌리암스 등에 베이프 옷을 입히면서 해외 힙합 셀러브리티가 즐겨입는 브랜드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됐다.
패럴 윌리암스와 함께 「BBC(Billionaire Boyz Club)」 브랜드를 론칭하고 LA, 뉴욕, 런던, 도쿄 등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홍보 활동을 했다. 또한 이들은 「루이비통」과 콜래보레이션하여 고급 선글라스를 출시했다.
2001년에는 「펩시」와 콜래보레이션으로 「베이프」 디자인 캔 음료를 출시하고 원숭이 캐릭터 인형이 캡에 달린 패트보틀 이벤트도 진행하여 마니아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2002년에는 베이프 TV부터 베이프 갤러리, 헤어샵을 오픈하고, 일본 프로레슬러 협회와 프로레슬링 대회도 주최했다. 또한 2008년에는 게임 업체 닌텐도와 콜래보레이션으로 「베이프」 로고가 들어간 「닌텐도DS」 게임기를 티셔츠 등과 함께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발매했다.
이처럼 「베이프」는 당장 눈앞의 수입을 올리기보다 사람들 생활 깊숙히 ‘베이프 문화’를 심어주고 탄탄한 마니아 층을 바탕으로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는 똑똑한 전략을 추진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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