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패션의 미래 ‘컬처비즈’에 달렸다”

2009-02-06 김정명 기자 kjm@fi.co.kr



메시지, 글로벌, 지속성, 공감대. 4인의 패션 디렉터가 꼽는 컬처비즈의 조건이다. 코오롱패션의 여성복BU장을 맡고 있는 임창주 상무와 가수 ‘비’의 참여로 주목받고 있는 「식스투파이브」를 전개하고 있는 강석 제이튠크리에이티브 상무, 예스24에 이어 아이스타일24로 패션 유통사업에 진출한 한세예스24홀딩스의 김석환 이사, 「카이아크만」의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는 박순진 실장 등 다양한 분야의 디렉터가 강조하는 ‘컬처비즈’의 조건을 들어봤다. 이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아 “한국 패션 브랜드들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시지 
임창주  코오롱패션 여성복 BU장

감성과 이성 조화 이룬
브랜드 육성이 중요




지난 2001년 한국형 SPA 브랜드를 모토로 등장한 「쿠아」. 대기업의 조직 문화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온다는 취지 속에 코오롱패션이 별도법인까지 설립할 만큼 공을 들인 브랜드였다.

그러나 시장에 자리잡지 못하고 4~5년을 보내다가 지난 2006년 브랜드매니저에 임창주 부장(2009년 1월 상무 승진)을 영입하면서 빠르게 정상궤도를 되찾고 있다.

임창주 상무를 위시한 「쿠아」팀과 패션컨설팅기업 ‘인앤아웃’이 손잡고 만들어낸 ’12 프렌치 에피소드’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면서다. 임 상무는 “12 프렌치 에피소드는 단순히 프로모션 차원의 시즌 캠페인이 아니라 브랜드의 로직(Logic) 자체를 새롭게 설계한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라이프 스타일로서의 ‘패션 이미지 소비’에 새로운 인스피레이션을 주는 브랜드 쿠아의 변화된 모습은 아름다움에 대한 열정과 삶 속의 즐거움을 내포하는 프렌치 감성의 패션 스토리 텔링, 즉 파리의 12개 패션 스타일 로드맵 구성을 통해 패션 문화스토리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결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2007년 63개 였던 매장수는 2008년 74개로 늘어났고 매출액도 450억원을 돌파했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2009년에는 매장수를 80개까지 늘리고 매출액도 500억원을 목표하고 있다.

그는 “이제 패션 브랜드에서 상품 자체가 갖는 가치는 50% 이하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 사람들 옷 만드는 실력은 세계에서도 수준급이다. 단순히 옷을 파는 게 아니라 명색이 브랜드라면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고객에게 하고싶은 이야기(story)를 어떻게 더 세련되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지가 더 중요한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올 봄에는 에코 라인을 강화하고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와 콜래보레이션을 전개한다. 에코 라인은 천연 염료 사용과 함께 친환경 메시지를 담은 그림이나 문구를 넣은 오가닉 티셔츠와 액세서리를 상품화 한다. 정윤기 라인은 패셔니스타로 정평이 난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의 감각이 돋보이는 디자인이 강점이다.

진주, 싸개단추 등이 다채롭게 장식되어 보다 풍성해진 디테일이 눈에 띄는 것은 물론 소재 면에서도 고객의 까다로운 입맛을 충족시킬 만큼 고급화를 시도한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임창주 상무는 “12 프렌치 에피소드는 6년, 12시즌에 걸친 프로젝트다. 4번째 시즌을 지나며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고 6번째 시즌에는 「쿠아걸」을 론칭할 계획이다. 12시즌이 모두 끝날 무렵에는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로벌 
강석  식스투파이브 상무




테디베어와 공동 브랜딩
시너지 기대


가수 ‘비’의 참여로 론칭 전부터 화제를 몰고다니는 브랜드 「식스투파이브」. 론칭쇼를 보기 위해 해외에서 수백 명이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고 입장권을 빌미로 10억원대 사기극이 벌어질 만큼 이슈메이킹 만큼은 확실하게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론칭 첫 시즌 백화점 10여개점과 대리점 8개점 등 모두 20여개의 유통망을 확보하면서 ‘A학점’을 받더니 오는 3월에는 홍콩에서 중국 진출을 위한 사업설명회 겸 패션쇼를 개최한다.

강석 「식스투파이브」 운영 총괄 상무는 “지금까지 연예인들이 하는 패션사업이 대부분 패션시장의 언저리에서 맴돌았다면 우리는 메인스트림으로 접근하기 위해 캐주얼을 선택했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목표 아래 론칭과 동시에 해외 비즈니스를 개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의 파급효과는 사실 국내에서보다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 더 강력하다. 이 효과를 누리기 위해 초반부터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이다.

“상해와 북경에서 현재 ‘비’를 모델로 하고 있는 패션회사와 라이선스 진출을 협의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과 형태를 조율하고 또 다른 모델을 개척하기 위해 3월 말 홍콩에서 여름/가을 패션쇼를 겸해 사업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식스투파이브」의 빠른 행보는 이 뿐만 아니다. 차별화된 문화적인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테디베어협회와 손잡고 「테디베어」와 「식스투파이브」의 공동 브랜딩에 나선다. 비가 공연에서 착장을 테디베어게 입힌 캐릭터를 개발해 상품에 적용하는 것은 물론, 코엑스 아티움 2~3층에 공동으로 전시 체험관을 오픈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강 상무는 “테디베어와의 합작 또한 국내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발리에도 테디베어 체험관을 공동 개설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성 
김석환  아이스타일24 이사




신성장 동력은 라이프타임
Biz 저변 확대 시급


“예스24·아이스타일24·ENT24의 경쟁력을 통합해 문화 포털을 만들겠다. 이를 위해 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1분기 중으로 가시적인 결과물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김석환 아이스타일24 이사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김동녕 회장의 장남으로 지난 2006년 말 경영 일선에 발을 디딘 이후 2년 만에 주도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다.

그는 “아이스타일24는 올해 기존 시장 질서를 바꾸기 위한 차별화 전략을 실행할 준비를 갖췄다. 지난해 10월 파주 광탄면에 8250㎡(2500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확보했고 올해 상반기 중으로는 주요 상품에 대해 당일배송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이다.

또 메이저급 패션매거진의 e-book 서비스를 통해 아이스타일24 사이트가 패션 쇼핑몰이면서 동시에 미디어로서의 역할로까지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경쟁력 있는 상품 확보를 위해 주요 브랜드와 사입 판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공격적인 움직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이스타일24는 지난 2008년 15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2009년에는 250억원을 목표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궤도에 올라 매달 매출목표를 초과달성하고 있다.

영화와 공연 티켓 사이트인 ENT 24의 경우 이미 흑자를 내고 있으며 내년 중반 이후 창투사와 함께 100억원 이상의 공연 펀드를 만들어 직접 공연에 투자할 예정이다. 패션과 공연, 영화 등 문화산업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다.

김 이사는 “다가올 미래는 라이프타임과 관련한 비즈니스가 주류를 이룰 것”이라며 “이를 준비할 수 있는 인재육성과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이러한 형태의 비즈니스는 단기 수익을 노려서는 안되며 저변확대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공감대 
박순진  「카이아크만」 디자인실장




소비자·브랜드간
‘보편 타당함’의 기준 맞춰야

“현재 패션업계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소비자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데 있다. 컬처비즈의 핵심은 동시대의 젊은 소비자들이 보편타당하게 느끼는 코드를 풀어낼 수 있는가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박순진 「카이아크만」 디자인실장은 ‘컬처비즈’의 해법을 공감대에서 찾았다. “「카이아크만」 을 한 마디로 설명하라고 하면 ‘젊음’을 꼽는다. 그들이 먹고, 입고, 즐기는 것이 다 젊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변화한다. 지난달의 젊음의 코드가 이달에는 통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들이 느끼는 ‘보편타당한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면 그들을 만족시킬 수도 있을텐데, 바로 이 요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국내 패션 브랜드들의 위상이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이다.” 

박순진 실장은 예전 데코의 「데얼스」 지엔코의 「엘록」 런칭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이후 「테이트」 리뉴얼을 거쳐 지난해 「카이아크만」에 자리를 잡았다. 

“론칭 한 시즌이 지난 「카이아크만」을 맡게 됐을 때 사실 두려움이 앞섰다. 시장과 소비자의 변화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디자이너가 대단한 직업이었지만 지금 젊은 소비자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때문에 그들이 만든 옷도 특별하게 느끼지 않는다. 소비자 자신이 연예인이고, 디자이너이고 세상의 중심이다.”

박 실장은 모든 것의 초점을 소비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맞췄다.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 ‘카이 에디터’다. 과거의 모니터링 요원 제도를 확대 발전시킨 개념이다.

“소비자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직접 참여시켜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툴로는 현실적인 참여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카이아크만」을 통해 자신을 PR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다. 이것이 지금까지 4차례 발행한 카이 매거진이다.”

또한 그들의 커뮤니티 문화는 브랜드의 성패를 가를 만큼 영향력이 커졌다. 실제 「엘록」 초창기에 소위 패션 리더이기를 자처하는 남성 커뮤니티에서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붐이 일기 시작했고 현재 카이아크만도 오피니언 그룹이 형성중인 단계라고.

“패션 브랜드의 경쟁자가 옆 매장이 아니라 아이팟, 휴대전화 같은 디지털 제품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그들이 아이팟 샀다고 옷을 안사는 것 아니다. 오히려 상당수의 사람들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를 누비거나 아예 이베이를 통해 직접 해외 제품을 구입할 정도로 오타쿠(마니아)적인 성향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다고 박실장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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