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06 글 김묘환
패션산업의 컬처 콘텐트는?

컬처 콘텐트는 독립적 개념이 아니라
특정 커뮤니티 속에 존재할 때 더욱 빛나
컬처비즈 시대엔 단순한 마케팅이 아닌
컨텍스트로서 콘텐트 개발이 중요
새로운 시대의 개념적 측면에서 과거 정적인 개념의 컬처 인식보다는 동시대 사람들의 생활 양식이나 가치관과 같은 무형의 라이프 스타일과 이것이 표현해 내는 정신적, 물질적 특징이 컬처(Culture)라고 본다면 우리 패션산업의 컬처 콘텐트는 양면성에 놓여있다고 본다.
상품 개념에서 본다면 패션 상품은 그 자체가 컬처 콘텐트고, 콘텐트 생산자라는 개념에서 본다면 컬처 부재의 생산자라고 볼 수밖에 없는 현실에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컬처 콘텐트의 개념은 콘텐트 독립적인 존재보다는 콘텐트를 생산한 자와 소비하는 자들로 이루어진 특정 커뮤니티 속에 존재할 때 가치가 인정되는 특성이 분명히 나타난다.
이러한 특성을 경제적 가치로 환원시키는 단계를 ‘컬처비즈’라 한다면 초기 단계의 컬처노믹스가 유산적 의미의 문화를 가치화 한다거나 직접적인 문화표현을 가치화 한다는 개념보다는 분명 차이가 있는 더 확산되고 발전된 개념의 의미를 지닌다.
컬처비즈는 새로운 개념적 접근으로 기존 산업 혹은 새로운 산업에 대한 모색을 컬처베이스에서 한다는 것이 기존의 인식과 현저한 차이를 지닌다. 과거 문화산업에 대해 20세기 후반부터 경제적 실질적인 위상 변화가 있었지만 보다 더 주목을 받는 사실은 프랑크푸르트학파에 의해 주도되어온 문화의 사회학적 개념을 강조한 변화로, 문화를 매개로 하는 제반 사회적 관계의 변화이다.
상위문화에 의해 하위문화가 구축된다는 르네상스 이후의 서구적 관점의 문화주의가 쇠퇴하면서 감상이나 향유, 혹은 제한적 교환 경제의 대상이던 문화 수용자들이 급격한 사회의 진보와 더불어 점차 문화 생산 영역에 참여해 나가면서 문화의 생산자와 수용자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구분 해체 현상(De-Differentiation)에 의해 새로운 개념의 컬처비즈 시대가 확대될 것이라는 본다.
이번 2009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는 대다수의 선진국들이 ‘자본주의의 사망’을 선언하면서 20세기의 종말 즉 대량생산 시대의 종말이 현실화 된 의미 있는 사건이 있었다.
스톡보다는 ‘컨텍스트(Context)’ 시대 도래
이 사실은 인류의 존재와 함께 있어왔던 행위인 경제 행위에서 이제까지 가장 화려하고 풍요로웠던 자본주의가 사라지는 시점에서의 정치, 사회, 경제 그리고 문화적 관점의 공황상태라는 말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지금 이 공황기 현상을 단순히 풀어 본다면 과거와 현재의 마켓플레이스는 동일하지만 플레이어는 현격하게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상품이라는 눈에 보이는 STOCK이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하는 매개체(MEDIA)였다면, 지금은 토플러가 예견한대로 생비자(프로슈머)에 의해 마켓플레이스가 구성되는 시대로 이관하면서 스톡보다는 컨텍스트(CONTEXT, Flow )가 중심이 되어, 보다 더 결합력이 뛰어난 매개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과거 컬처콘텐트인 상품을 만드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온 패션산업도 컬처비즈 시대엔 상품이 아닌 컨텍스트에 무게중심을 옮길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마켓 플레이스에서 컨텍스트로 연결된 예를 찾아본다면,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정말로 쿨한 애플의 아이팟(IPOD)이나 우리 대통령도 이런거 만들 수 없느냐고 주문한 닌텐도DS와 같은 사례는 대표적인 컬처비즈시대의 컨텍스트에 해당 될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 사회가 컬처비즈에 얼마나 뒤져있는지 알 수 있는 단적인 증거는 우리 대통령이 닌텐도 같은 상품 만들 수 없냐? 라는 주문 사항이 정말 코믹하면서도 슬픈, 미래사회인 컬처비즈 시대에 대한 우리의 준비부족을 여실히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아직도 제조 개념의 상품으로 경제를 주도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콩트의 한 장면으로, 적어도 원소스 멀티유즈(OSMU)의 컨텍스트 상품을 우리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바람직한 제안보다는 이미 종언을 고한 대량생산 시대의 유물인 단시간에 이백만개나 팔리는 상품(STOCK)을 만들어 보라는 지시로 밖에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 대통령이 컬처비즈 시대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면 지식경제부가 아닌 문화관광부를 방문해서 이런 제안을 하셨을 테니 내 지적이 틀린것은 아닐 것이다. 이 원고를 쓰면서 심야뉴스 시간에 나온 대통령 동정관련 뉴스를 보고 원고의 내용이 수정 되기는 하였지만 우리 대통령의 인식과 패션업계의 인식이 그렇게 차이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세상의 변화를 주도한 프론티어들은 변혁기에 다른 생각을 했다는 부분이고 이들에 의해서 인류의 역사가 바뀌어 나갔다는 것이다. 패션산업만 보아도 일반적 인식은 패션을 컬렉션 디자이너 위주의 쇼 비즈니스로 인식하거나 포화상태에서 다양한 기호조작 마케팅이 성행하는 산업으로 되어있지만, 이미 패션산업의 소비자들은 프로슈머의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
일방적인 제안과 공급으로는 컬처비즈 시대의 그들과 공감대를 만들 수 없다. 적어도 패션산업에서는 20세기의 제품(STOCK)을 매개로 교환이 이루어지는 시대는 가고, 동일 마켓플레이스 안에서 소비자의 시간을 사는(Time Killing) 시대로 가장 먼저 진입한 산업이 패션 산업이다. 스톡과 관련해서 패션산업은 이미 나올 것이 다 나온 산업이다.
패션은 ‘소비자의 시간을 사는 산업’으로 가장 먼저 진입
1920년대 1차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유럽의 스타일이 미국으로 건너가 하트막스앤쉐프너나 부룩스브라더스 같은 기업에 의해서 남성복스타일은 1930년대 이미 완성했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역시 유럽의 스타일이 미국의 자본과 문화산업(이시기엔 정말 헐리웃이란 문화콘텐츠의 역할이 지대했다)과 결합하여 1950년대 여성복을 완성시켰다.
그리고 1970년대엔 베트남전으로 인한 사회충돌에 의해 지배문화와 하위문화가 대립하여 주류사회에 반하는 일단의 젊은이 들이 벌인 문화운동에 의해 현재의 캐주얼이 완성됐다. 80년대와 90년대는 컬렉션 디자이너에 의한 감상의 패션으로 많은 주목을 이끌어냈지만, 21세기 정보사회에 진입하면서 봉건적 개념의 패션산업들은 정말로 짧은 시간 동안 시장으로부터 외면을 받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여, 현재는 패스트 패션이라는 글로벌 브랜드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현재의 상황도 변화 할 것이라는 사실은 명약관화한 일이지만 중요한 사실은 변혁기가 아니면 신분이동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고금의 진리이다. 한국사회 혹은 한국패션산업이 주변국의 위치에서 주도국의 위치로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사실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만들어 준다.
현재 패션산업의 주도자들은 분명 인디텍스나 H&M, 유니클로 같은 기업들이고, 이들의 경쟁력은 여전히 지난 시대의 지배논리인 대량생산에 의한 가격 경쟁력이라는 것이 20세기 마케팅의 산물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경쟁력이 가만히 놔두어도 소멸될 것 아닌가라고 반문 할 지 모르지만, 마케팅믹스로 다수의 고객을 흡인시킨 이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컨텍스트를 채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디텍스의 경우에도 「자라」라는 브랜드의 폭발력 뒤에는 지구환경을 걱정한다는 ‘Carbon Foot Print’ 인증과 같은 사회적 참여를 무기로 소비자와 동질시 하려는 정말 질긴 결합력을 지닌 컨텍스트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고, 유니크로의 ‘UT Grand Prix’나 ‘UNIQLOCK’ 같은 콘텐트는 분명 컨텍스트를 염두에 둔 파괴력 강한 컬처비즈의 시도임에 틀림이 없다.
이렇듯 패션 세계의 패자를 꿈꾸는 이들은 강력한 그들만의 콘텐트를 보유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과 자산구조 이동과 같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도 무언가 명확해 지지 않을까? 마케팅이 아닌 컨텍스트로서의 콘텐트 개발이 절대 시급한 우리 앞에 놓여진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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