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과 함께 만들어 가는 ‘컬처 스페이스’

2009-01-28 최의정 기자 cej@fi.co.kr




최악의 주택시장침체를 맞은 미국에서 신규주택이 한 달만에 분양 완료되는 기적이 발생했다. 그 원인은 아주 간단한 것이었다. 입주자를 모집하는 업체가 모델 하우스의 다른 공간은 평소처럼 깔끔하게 꾸미되, `아이들 방’만은 실제처럼 마구 벗어던진 옷가지, 먹다만 과자 봉지 등이 어지럽혀놓은 것.

그 결과, 극심한 주택시장 침체 속에서도 그 `지저분한’ 모델하우스 주택만은 단 한달 만에 분양 완료되었다.모델하우스를 보러온 부부들은 지극히 `사람 냄새나는’방을 보며 자신의 집에 있는 듯한 착각을 갖게 됐고, 미래의 집을 자연스레 떠올리며 즐거운 마음으로 계약을 했다는 후문이다. 일방적으로 깔끔하기만 한 모델을 제공하던 전시장이 일반 가정 문화와 교감, 얼어붙은 소비자 심리를 녹인 것이다.

최근에는 어떤 제품도 그 제품의 원래 목적, 기능에만 100% 의거해 팔리지 않는다. 아이팟을 입고 생각대로 하면 되는 통신을 하며 훈이엄마는 훈이에게 뭐라고 했을지 곰곰히 생각해보며 제품과, 제품이 제안하는 이야기와 소통한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주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신사동 가로수길은 물론, 청담동, 홍대 근처 등을 중심으로 고객이 주체가 되어 제시된 상품과 교감하는 상업적 공간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날마다 `일’이 벌어지는 「데일리 프로젝트」

이동수 F&G가 전개하는 `데일리 프로젝트’는 옷이아닌 예술적 공간을 찾는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다. 2007년 청담동에 오픈한 이곳은 설립 초기부터 뉴욕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 조단 코빈에게 아트디렉팅을 맡겨 색다른 감각 공간을 추구했다.

`한국 패션의 발전을 위해 순수한 목적의 문화 소통공간을 추구한다’는 이정희 이사의 뜻에 그의 감수성이 더해져 인테리어부터 제품 전시 방식, 로고와 음악 등 세세한 부분까지 조화를 이루는 데일리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이 곳은 결코 무엇을 소비하기 위해 가는 공간이 아니다. 건물 세 채가 미로처럼 연결되어있어 어디가 매장이고 어디가 카페, 전시장인지 찾기 어려운 탓도 있지만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발견되는 새로운 상품, 새로운 체험이 자꾸만 이런 저런 생각 속에 빠지게 하기 때문이다.

텅 빈 듯한 공간에 적은 가짓수의 옷을 높은 천정부터 길게 늘어진 줄에 매달아 마치 연극 무대처럼 전시한 것도 색다르다. `왜 이렇게 되어있을까?’ `이건 무엇을 의미하나?’는 질문은 데일리 프로젝트에선 아주 당연하다. 한 켠에 마련된 라운지에는 바이어들이 해외 출장 시 발견, 공수해온 희귀 아트, 디자인 매거진들을 일목요연하게 전시, 누구나 자유롭게 의자에 앉아 열람할 수 있다.

데일리프로젝트가 `날마다 프로젝트’일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다양한 이벤트때문이다. 1층 쇼케이스에서는 인디 아티스트들의 전시가 임대료 단 10만원에 열린다. 기존 컬렉션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참신한 국내외 신진디자이너들의 패션쇼와 파티는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다양한 개성과 이국 문화를 공유하는 장으로 인기가 높다.

매월 두번 진행되는 프리마켓에서는 모델 김다울 등 크리에이티브한 패션 피플이 자신의 세계를 공유한다. 구비한 의류와 신발, 액세서리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국내외 신진 디자이너의 개성넘치는 디자인이 주를 이룬다. 김지은 홍보담당은 “재고가 되더라도 소장가치가 있는 감각적 제품을 소량입고하는 것이 바잉 스타일”이라고 밝혔다.

단 1개만 들여오는 제품도 많아 두번째 방문하면 전에 본 제품이 없는 케이스가 비일비재하다. 과연 이렇게도 상업적 성공이 가능할까 의심스럽지만, 오히려 `유일무이 스타일’을 고집하는 패션 피플과 아티스트 사이에서 마니아 층을 형성, 단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연예인 커플인 김민희, 이수혁, 디자이너 우영미 등이 대표적 단골 고객.


특별한 고객을 위한 특별한 골프 체험 「엘로드 힐스」

FnC코오롱에서 운영하는 ‘엘로드 힐스’는 그야말로 격이다른 고품격 골프멀티샵이다. 골프 필드 곡선에서 받은 영감에 미래적 이미지를 더한 이 곳에 들어서면 마치 고급 호텔에 온 듯, 단정한 수트 차림의 직원이 예의를 갖춰 맞이한다. 이때부터 `9홀 토탈 솔루션’ 체험이 시작된다. 발렛 파킹, 개인별 유행과 성향에 맞는 스타일과 액세서리 코디, 오더메이드, VIP라운지, 클럽 피팅과 예약제 무료 원포인트 레슨, DGLA공인 강사 1:1 레슨, 스크린 골프가 한번에 펼쳐지는 것이다.

터치 스크린으로 이뤄지는 스타일 시뮬레이션과 내 사이즈에 꼭맞는 장갑, 신발 제작 과정은 과학적 사이즈 측정부터 소재, 컬러, 디자인 선택 과정 그 자체가 엔터테인트먼트다. 바에서 서비스되는 음료를 즐기거나 홈시어터에서 TV를 보며 살짝 눈을 붙여도 좋다.

결코 다수를 위한 공간이 아님은 대중교통수단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위치부터, 유난히 부분별로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인테리어에서도 느껴진다. 이 서비스는 매장을 다녀간 후 고객관리에까지 이어져 지난해 말에는 직접 고객을 각각 방문, 케잌을 전달하기도 했다.

또한 VIP고객들을 대상으로 라운딩 이벤트를 개최, 골프 대회 속에서 고객들이 자연스레 커뮤니티를 형성하도록 돕고 있다. 특별한 분을 위해 특별히 존재하는 골프 토털 문화공간 엘로드 힐스는 앞으로 더욱 고급화, 차별화된 `골프 문화’를 제공할 계획이다. 엘로드에는 골프를 배우면서 자신에게 딱맞는 제품을 맞추고, 다시 이를 이용해 골프를 체험하며 새로운 요구사항을 발견하는 끊없는 과정이 존재한다.


고객에 의해 완성되는 「아이띵소(I think So)」

「아이띵소」는 전용재 점장의 말 그대로 “완제품이 아닌 반만 완성된 제품을 제안하면 나머지 반은 고객이 완성”하는 공간이다. 디자인 소품 유통회사 `텐바이텐’이 실험정신으로 운영하는 이 곳에는 직접 카드를 만들고, 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 원하는 CD의 음악을 틀어보며 따뜻한 커피까지 내려 마실 수 있는 여유로움이 가득하다.

다양한 리본, 왓펜, 도장 등을 이용해 가방이나 문구, 옷까지 내 맘대로 꾸밀 수 있는 재미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곳. 주목할 점은 처음부터 이런 다양함이 존재한 것이 아니라 일반 잡화 매장으로 시작, 고객들의 요구를 주의깊게 관찰한 끝에 한가지씩 생겨난 멀티샵이라는 것. 또한 홍대입구라는 지역적 특성을 매장에 도입, `홍대’하면 떠오르는 문화, 예술, 디자인, 음악, 여행 등의 테마로 한 책과 CD, 카메라 코너도 갖췄다.

고객과 환경에 맞춰 함께 변하고 함께 호흡하기에 굳이 특정 장르, 컨셉, 테마를 두지않은 채 한발 뒤로 물러서 흰 도화지에 고객이 완성하는 그림을 관찰한다. 이렇다보니 상품은 매입한 것부터 직접 제작한 것, 소싱받은 것 등 출처는 상관없이 그때 그때 어울리는 구색을 갖추게 됐다. 제품을 고를 때도 브랜드에 의미를 두지않고 고객 참여가 가능한, 고객과 함께 소통이 가능한 물건을 고른다.

스튜디오 같은 매장에서 살짝 들어간 곳에는 화분을 파는 곳이 있다. 아담한 공간에서 식물, 화분, 흙, 돌 따로 선택해 원하는 화분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작가가 직접 그림을 그린 `예술 화분’도 구입 가능하다. 아이띵소에서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물건을 가져가는 즐거움이란 어디에서나 존재한다.

또한 그 옆에는 약 반 평 남짓 전시공간이 있어 한 달에 한 번 새로운 전시가 열린다. `무료’로 임대되는 이 공간은 매장분위기와 어울리고 `고객과 소통이 가능’한 등의 전제하에 진행된다.  홍대가 1호점이며 현재 코엑스몰에 입점, `따뜻한 소통’으로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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