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vs 브랜드 ‘파워게임’ 격돌

2009-01-15 정인기 기자 ingi@fi.co.kr

매출 따라 위상 달라져… 이젠 브랜드 가치에 투자할 때

백화점 봄 MD 개편을 앞두고 입점 브랜드와 유통업체간 파워게임이 치열하다. 백화점에서 브랜드 입지는 브랜드력과 매출이 우선인 만큼 ‘누가 힘의 우위에 있느냐’에 따라 입장이 바뀐다.

올 봄에는 수입 명품 브랜드의 대명사인 「샤넬」과 유통의 대명사 롯데의 자존심 싸움이 첨예한 가운데, 명품 브랜드로 올라서기 위한 「MCM」의 쿠데타,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글로벌 SPA 브랜드들의 백화점 입성 등이 이슈를 모으고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유통은 매장 위치와 인테리어, 판매 수수료, 판촉활동 등에 따라 매출과 수익이 좌우되기 때문에 조건을 둘러싼 밀고 당기기가 치열하다.

특히 최근에는 경기 침체와 유통업체들의 무리한 출점으로 수익이 줄어들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한 유통업체들의 압박이 거세다”라며 “유통업체로부터 더 이상 찬밥 대우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불황일수록 상품개발에 더 투자하고 소싱력을 높여 더 좋은 상품을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등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백화점 외에도 효율을 낼 수 있는 채널을 개발하는 등 유통의 포트폴리오를 세워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샤넬」 간 벌어지고 있는 자존심 싸움이 이 달 말에는 결판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현재 두 기업 간 싸움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라는 것이 대세로 기울고 있다. 롯데 측 입장이 원체 확고해 큰 이변이 없는 한 본점, 영등포, 부산점 등 7개 점포에서 「샤넬 화장품」을 철수시킨다는 것이다.

롯데 측은 “「샤넬」이 단지 명품 브랜드라는 이유로 너무 무리한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 「샤넬」이란 브랜드력은 인정하지만 실제 매출은 높지 않다. 실제 매출 1위인 「설화수」와 비교하면 2.5배 차이가 난다.

전체 매출 순위도 5위에 그치고 있어 매장 위치와 수수료 등에서 최고 대우를 해 주기엔 무리다”라며 “그 동안 샤넬은 매장 위치 외에도 롯데에서 정한 매장 인테리어 기준도 따르지 않는 등 사소한 부문에까지 자기 고집만 부렸다. 이번 사태는 오너가 직접 결정한 만큼 「샤넬」 측의 획기적인 입장 변화가 없는 한 퇴점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패션 잡화 브랜드 「MCM」은 최근 1층 명품군으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치열한 영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60여개 매장에서 1800억원을 판매해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이 브랜드는 글로벌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명품군에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 진출한 명품 가운데는 「루이비통」을 제외하곤 단위 점포별 매출이 가장 높다. 최근 전세계 경영권을 인수한 만큼 한국 내에서 위상을 우선적으로 다지겠다는 것이 오너의 의지”라고 말했다. 백화점측에서도 「MCM」의 영업력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명품군으로 옮긴 이후 또다시 수수료 조정 등 후속 요구를 감안해 주저하고 있다.

현재 명품 브랜드는 10~20% 초반의 수수료를 물고 있지만, 「MCM」과 같은 로컬 브랜드는 37~38%의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 최근 백화점과 브랜드 간 벌어지고 있는 자존심 싸움은 결국 ‘브랜드 파워=수수료’라는 손익싸움이라는 것이다.

「자라」 「파파야」 등 글로벌 SPA 브랜드와 백화점의 신경전도 화제다. 이들은 최근 백화점 내 점포수를 확장하고 있는데, 대부분 20% 초중반에서 수수료를 결정하고 있다. 국내 내셔널 브랜드와 비슷한 판매가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건인 셈이다. 이에 대해 같은 시장에서 경쟁 중인 내셔널 브랜드들은 ‘차별적인 대우’에 대해 분통을 터트리지만 백화점의 입장은 완고하다.

내셔널 브랜드 10개를 들어내더라도 글로벌 SPA 한 개 브랜드면 효율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수료 차이 때문에 백화점 측 이익은 높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내셔널 브랜드의 잇따른 부도와 중소형 수입 브랜드의 전개 중단이 이어지면서 특정 상권은 빈 매장 채우기에 급급하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글로벌 SPA 브랜드가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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