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백화점은 깨진 거울 일그러진 모습들만 비춰”

2008-08-22 정인기 기자 ingi@fi.co.kr

천정 전구 값만 300만원 … 창고 공사비까지 전가

“바닥공사비는 약과죠. 천정에 들어가는 공사비는 더합니다. 매장 하나에 천정에 들어가는 전구값만 300만원이나 들어갑니다. 또 건물 소방에 필요한 스프링쿨러 설치비, 창고공사비, 여직원 휴게실 등 당연히 백화점에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어김없이 ‘1/n’로 계산해 입점 업체에 전가시킵니다. 부산 센텀시티 같은 신규 점포는 점포당 5~6천만원은 기본이지요.”
지난주 본지 ‘공룡백화점 횡포’ 기사가 나간 후 백화점 입점 업체들의 불만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한마디로 바닥은 약과고, 천정은 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매장에 들어가는 천정 전구가 8~10개 필요한데, 그에 필요한 전구값만 200~300만원이라는 것이다. 5만원짜리 전구도 훌륭하지만, 백화점이 지정한 제품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1개당 25~30만원이 청구된다는 것이다.
한 여성복 업체 임원은 1년치 인테리어비를 계산해줬다.
“전체 50개 매장 가운데 올 들어 자리 이동한 점포가 상반기 10개, 하반기 15개 등 모두 25개점인데, 여기 들어간 돈만 해도 7억원이 넘는다. 그나마 예전에는 장사라도 됐으니, 참고 견뎠지만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백화점 장사에서 7억원 남기려면 연간 매출이 400억원은 돼야 하는데, 매출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멀쩡한 집기를 평균 1년 주기로 바꿔야 하니 도저히 이익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1년 이내 교체불가’라는 공정거래위원회 규제를 교묘히 피해 1년 2, 3개월만에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매장 위치만 이동하더라도 2~3천만원이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매년 몇 개월치 수익은 고스란히 인테리어비에 쏟아 붇는 셈이다.
인테리어 공사 과정에서도 백화점 횡포는 계속 이어진다.
한 남성복 업체 인테리어 담당자는 “백화점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려면 디자인팀, 시설팀, 총무팀, 전기팀 등 최소 5, 6개의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도장을 받아야 한다. 디자인은 보통 3회 이상 컨펌을 거쳐 진행하는데 컨펌받는 데만 3, 4일 걸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테리어 회사들은 매일같이 밤샘작업이다. 당연히 임금은 2배로 들어가고, 이는 고스란히 옷값에 반영된다”고 하소연했다.
심지어 이렇게 어렵게 진행된 인테리어를 점장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시 뜯어내기도 한다.지난 6월에 전면 리뉴얼한 롯데 광주점에서는 몇몇 여성복 매장을 재시공해 또다시 수 천 만원의 비용이 날아갔다.
해당업체 관계자는 “돈도 안 내는 백화점이 사전에 몇 번에 걸쳐 일일히 컨펌하고는, 점장 마음에 안 든다고 다시 시공하라는 것은 몇 번을 양보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 매장에서 1년에 10억 팔아야 3~4천만원 남는데, 인테리어비만 6~7천만원 들어가면 어떻게 하나”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 관계자는 “우리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이동식 집기를 사용하고, 불필요한 비용은 줄이는등 상호 노력이 필요하다. 해외 브랜드라면 여직원 휴게실까지 지어줄 만큼 저자세이면서, 국내 브랜드에만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쪼아대는 백화점의 횡포에 대한 제재가 아쉽다”며, 일회적인 솜방망이 규제만 반복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원망도 함께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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