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22 신수연 기자 ssy@fi.co.kr
역시 철벽…신세계 또다시 자존심 구겨
최근 여성복 시장의 뜨거운 감자였던 신세계 본점의 MD가 일단락됐다.
신세계 측에서는 21일까지도 ‘아직 최종 결정이 남았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LG패션의 「모그」를 제외한 나머지 브랜드들은 ‘신세계行’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시 롯데의 완승
올 봄 신세계본점 MD는 여성복 업계에서 핫이슈로 떠올랐다.
명동 상권을 놓고 유통 업체간의 자존심 싸움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기 때문이다. 브랜드들의 신세계본점 입점을 놓고 롯데백화점은 “같은 상권에 매장 2개를 운영하면 효율이 떨어진다”는 회유책을 쓰거나 해당 브랜드의 롯데 매장을 철수하거나 이동하라고 통보하는 등 강경책을 쓰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롯데백화점의 강공 드라이브에 브랜드들이 롯데의 손을 들어주면서 신세계는 롯데의 파워에 또 한번 자존심을 구기는 결과를 낳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와 신세계라는 두 유통 업체의 이와 같은 격돌이 신규점 출점에 따른 경쟁 심리가 극에 달한 결과로 보고 있다.
신세계가 강남, 인천 등에 신규점을 오픈하면서 같은 지역 롯데백화점의 매출을 앞질렀기 때문이다. 신세계 강남점은 백화점 매출 2위, 인천점은 7위 점포이다.
특히 내년 3월 신세계백화점의 부산 센텀시티 오픈을 앞두고 두 업체 모두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는 것이다.
유통 업체 간의 경쟁이 지속되면서 입점 브랜드들의 피해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브랜드 자성의 목소리 높아
한편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패션기업들이 자생력을 키우지 못한 것이 지금의 상황으로 이어졌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브랜드 아이덴터티와 상품력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유통 업체와의 협상 능력이 떨어지며, 결과적으로 유통의 요구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 중견 패션기업 사장은 “한국 패션산업이 그동안 유통 업체들의 도움으로 고부가가치의 근간을 마련한 것은 인정해야 한다”며 “브랜드들이 성장기 시대의 패러다임을 버리지 못하고,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 특히 적은 투자로 손쉽게 성장하기 위해 무원칙하게 백화점에 입점한 것이 ‘무리수’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브랜드의 임원도 백화점 유통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유통에서 좋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패션 브랜드들은 효율 중심의 기업 운영을 외치며 내부 조직 축소, 구조 변화, 경비 절감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디자인 조직 등 브랜드의 경쟁력과 차별화된 아이덴터티 구축에 필요한 분야에는 과감한 투자를 해 외부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임있는 유통 업체 모습 아쉬워
그러나 유통 업체에 대한 비판 또한 적지 않다. 고가 명품 시장 뿐 아니라 저가 시장도 ‘해외 브랜드’ 라면 자존심을 헌신짝처럼 내던져버리는 모습은 국내 패션 유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백화점의 역할이 아니라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국내 브랜드에도 파격적인 대우나 기업간 전략적 제휴를 통해 브랜드와 같이 성장하는 ‘윈-윈’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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