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기업 협상능력 키워야 산다

2007-08-24 박찬승 기자 pcs@fi.co.kr

상담능력 갖춘 전문인력 육성 시급

‘로우로우’ 플래그십스토어 홍대점

#. 지난 2월 열린 서울패션소싱페어 첫 날. 여성복 브랜드를 운영하는 D 사장은 전시 주최 측의 초청으로 행사장을 찾았다. 식전 행사에 이어 VIP를 대상으로 전시회 참가업체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고, 차츰 D 사장의 눈빛도 빛나기 시작했다.
다음날 오후 D 사장을 전시장에서 다시 볼 수 있었다. 이날은 혼자가 아닌, 디자이너와 MD 13명을 대동한 상태였다.
D 사장은 대동한 직원들에게 참가업체 상담을 지시했고, 사장의 지시에 직원들은 전시장을 둘려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참가업체 부스에 들어가 적극적으로 상담을 하는 직원은 없었다. 대부분 통로를 왔다갔다하며 부스 안을 힐끗 거릴 뿐이었다. 간혹 상담을 하는 직원도 있었지만 건성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30분이 지났을까! 직원 중 하나 둘씩 D 사장에게 찾아와 바쁘다며 먼저 돌아가겠다고 보고하는 것이다. D 사장은 이들에게 좀 더 상담해 보라며 돌려보냈다.
몇 번을 이같이 반복하던 D 사장은 잠시 후 직원 모두를 전시장 한쪽 구석으로 집합시키는 것. 그리고는 호되게 꾸짖더니 이내 품목별 담당 직원을 데리고 해당 아이템을 취급하는 참가업체 부스로 가, 직접 상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D 사장의 이러한 모습에 좀 전까지 소극적이던 직원들의 자세는 180도 달라진 것. 이날 D 사장과 그의 직원들은 오후 내내 전시장을 훑고 다녔다.

불규칙한 날씨, 예측이 어려운 소비성향, 여기에 글로벌 브랜드들의 진출.
이러한 사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 패션업체 사이에서 우수한 아웃소싱 업체 조력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좋은 아웃소싱 업체를 찾아도 패션업체 실무자들의 협상 능력 부족으로 이들과 거래관계를 맺거나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어덜트 캐주얼 상품기획 담당자는 올 초 기능성 소재를 개발해 자체 상품화에 성공한 한 업체와 전시회에서 만나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협상은 지나친 가격 낮추기를 주장한 이 담당자의 요구로 결국 결렬됐다.
이 담당자는 최근 이 업체와 다시 접촉했다. 퀄리티 향상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능성 소재상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가격에 대해서도 지난번보다 유연하게 대하려 했다. 하지만 해외 브랜드와 거래를 먼저 추진하고 있어 추후에 보자는 답변만 돌아왔다.
패션업체 상품파트 실무자들의 협상능력 부족은 전문 지식 결여에서 비롯된다. 프로모션 업체에 수동적으로 의존하는 현행 소싱 구조에 실력을 키울 수 없기 때문.
한 프로모션 업체 관계자는 “디자이너들 중에 소재와 상품을 재대로 알고 업무를 진행하는 이는 거의 없다. 심지어 도저히 진행할 수 없는 소재를 직감만 믿고 진행했다가 샘플이 나온 후 틀어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담당자의 협상능력 부족은 전문프로모션 업체라고 다르지 않다.
캐주얼 브랜드 사이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우븐전문 프로모션 A사. 이 회사 K 사장은 최근 생산에 차질이 생겨 해결이 필요하다는 중국지사 직원의 SOS를 받고 중국에 갔다가 어이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생산에 들어가 나와야 될 시점에 있는 제품이 공장에 그대로 방치돼 있는 것. 알고 보니 그 공장의 오더가 넘쳐 하청을 줬는데, 하청 준 공장 역시 다른 오더 진행으로 인해 생산이 어려워 결국 이 공장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
특히 이 공장에서 이 업체 오더는 늘 후 순위로 취급돼, 절반 가량은 재 하청을 줘 진행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 동안 품질이 고르지 못해 QC가 잦았던 이유도 이 때문.
사실 이 공장과 거래를 튼 담당 직원은 K 사장이 올 초 지인으로부터 잘 한다고 해 소개받아, 많은 돈을 주고 스카우트한 사람이다. 결국 A사는 이 직원이 저지른 사고를 수습하느라 당초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생각으로 참가하려던 전시회도 돈만 내고 펑크를 내야 했다.
소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협상능력을 지닌 전문인력 육성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 다이렉트 소싱을 잘 하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 디씨티와이.
권성윤 사장은 “해외의 실력있는 소싱처나 공장에 대한 정보는 많이 노출됐다. 그럼에도 이들과 거래를 트지 못 하는 것은 전적으로 담당자의 상담과 협상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협상능력을 지닌 전문인력 육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동대문 거상과 인터넷 대형업체에 신발과 가방 등 잡화를 공급하고 있는 굿페이스 김대근 사장도 “중국에 실력있는 공장과 거래하려면 그들의 습성을 알고 협상해야 한다”며 “국내 유명 브랜드라는 생각에 고압적인 자세로 접근해선 설령 거래를 한다 해도 이들의 능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라고 충고했다.
협상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국내업체들의 후진적인 소싱 시스템에 대한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전문가는 “현재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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