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 빼앗기고, 할인점에 치이고, 아웃렛에 울고…

2006-02-07 박찬승 기자 pcs@fi.co.kr

업체는 기업형 꺼리고 생계형 선호… 점주는 판매사원 못 구해 장사 접을 판

르포―대리점 장사 탈출구는 없는가?
명동에서 보세형 브랜드 「타이거#숍」을 운영하는 김억대 사장. 그는 얼마 전까지 캐릭터 티셔츠와 카고 팬츠를 브랜드보다 20∼40% 저렴한 가격에 제안해 재미를 봤다. 하지만 한참 잘 팔리던 이들 아이템이 얼마 전부터 찾는 사람이 뚝 끊기면서 매출도 급격히 줄었다. 고심 끝에 그는 기존 상품을 30% 이상 꺾어 처분하고, 대신 나시와 스커트 등 영캐주얼 아이템을 사입해 매장에 깔았다. 그러자 끊겼던 매기가 살아나더니 지금은 리오더 상품을 공급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입점이 아닌 브랜드 대리점이었으면 아직도 경기 탓만을 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캐주얼 브랜드 대리점을 하던 그가 사입점으로 전환한 것은 대리점 장사로는 수익성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 욕구가 까다로워져 매출이 예전만 못한데다, 한번 올라간 임대료는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수출업무와 패션 브랜드 경험을 살려 대리점 장사를 접고 사입점을 연 것이다.

가두상권 대리점 장사가 예전만 못하다. 2억원대 매장이 수두룩하던 명동도 월 1억원을 넘기는 브랜드를 찾기 힘들 지경이다. 명동에서 캐주얼 브랜드를 운영하는 한 대리점주는 “한때 브랜드 간판만 달아도 월 1억원은 우습게 넘겼는데, 지금은 월 1억원을 넘기는 매장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면 브랜드 교체를 통해 대안을 찾곤 했는데 이조차 잠잠하다. 마땅히 교체할 만한 브랜드가 없고, 교체시 들어가는 비용 부담을 생각하니 엄두가 안 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소비자 유행 주기가 2개월 단위로 바뀌고 있어, 장사가 되는 브랜드도 그 인기가 얼마나 지속될지 확신이 안 가, 대리점 교체 생각이 있어도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대리점 장사를 어렵게 하는 것은 매출 감소만은 아니다. 할인점과 아웃렛 등 다양한 유통채널의 등장도 한몫 하고 있다. 특히 중소형 상권의 경우 유통채널이 다양해지면서 판촉사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졌다. 심지어 일부 대리점주들 사이에선 판촉사원을 못 구해 대리점 장사를 접어야 할 판이란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브랜드들도 대리점에서 억대 매장에 대한 기대를 버린 지 오래다. 한 캐주얼 사업본부장은 “최근 들어 월 3천만원도 못 넘기는 매장이 수두룩하다. 이는 비단 우리 브랜드만의 사정은 아니다”라며 “대리점을 하면서 밑지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일부 중심상권에선 월 5천만원도 못 팔면서 매출 보장을 월 4천만원을 해주는 곳도 있다.
가두상권 대리점 장사가 예전만 못하자, 브랜드들도 겉치레보다는 효율과 내실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영업정책을 수정하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에 급격히 나타나던 브랜드들의 인테리어 지원이나 매출 보장 등 조건 제시도 현저히 줄었다. 브랜드들이 중심상권 진출과 1억대 매장을 만들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대신에, 월 4∼5천만원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는 중소형 상권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다양한 유통 등장, ‘매출 나눠먹기’
수원 남문에서 여성복 대리점을 6년째 운영하는 P 사장. 3년 전 주변에 아웃렛이 생기면서 장사가 예전만 못하자, 그는 지난해 초 이 아웃렛 타운에 매장을 하나 더 열었다. 그가 이곳에 매장을 연 이유는 다점포로 운영하면 매장이 한 개일 때보다 물량 공급 등 여러 측면에서 이로울 거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는 또 이곳 아웃렛에 매장을 오픈하면 이곳으로 이탈한 고객들도 되찾을 수 있고, 둘 중 한 매장에서 적자를 보더라도 다른 매장에서 적자를 메워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이 같은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두 매장 모두 적자에 허덕이다가, 결국 올해 초 아웃렛 매장을 다른 이에게 넘겨야 했다.
가두상권 대리점 장사가 예전만 못한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이 유통채널이 다양해진 점을 들고 있다. 한 전문가는 “백화점과 가두점으로 양분되던 패션 유통에 할인점, 아웃렛, 인터넷 등이 가세하면서 시장이 나눠졌다. 특히 할인점과 아웃렛 유통이 최근 2∼3년 사이에 급속도로 커지면서 소비자층이 유사한 가두상권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이러한 분석과 달리 가두상권에서 빠진 매출이 할인점이나 아웃렛 유통으로 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유통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소비가 나눠졌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효율 높고, 기복 없는 브랜드 선호
한 지역에 다양한 유통채널이 등장하면서 소형 매장으로 운영이 가능한 브랜드들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특히 주거밀착형으로 운영이 가능한 중저가 어덜트캐주얼 시장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중대형 매장 위주인 「인디안」 「피에이티」 등이 주춤하는 반면, 소형 매장 중심인 「크로커다일레이디스」가 가두상권에서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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