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25 함민정 기자 hmj@fi.co.kr
한필남 메이크업 아티스트
한필남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더 이상 영화 <황진이> 속에 메이크업 아티스트이길 거부한다. 영화 <스캔들>로 화려한 홀로서기의 신고식을 마쳤던 그는 지난 13년 동안 KBS 방송국의 분장팀에서 내공을 쌓고 이제는 충무로를 누비며 역공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스캔들> <황진이>에 이어 내년 개봉에 맞춰 제작에 들어간 <신기전>까지. 한필남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만났다. <편집자주>
예정대로라면 한필남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지난 주에 지면에서 만났어야 했다. 갑자기 잡힌 그의 스케줄로 일 주일 뒤인 오늘에야 만나게 된 것이다.
만나자 마자 기자는 지난 주에 무슨 일이 있던 것인지 다짜고짜 물어댔다.
“영화 <신기전> 촬영 때문에 지방에 내려갔었습니다. 새벽에 올라와 4시간쯤 잤나? <황진이> 끝나자 마자 운 좋게 다음 작품을 빨리 만나서 바로 추진하고 있어요.”
영화 <황진이>의 열기가 채 가시지도 않았을 텐데 벌써 다음 작품을 진행 중이라는 것은 의외였다. 또 연이어 사극 영화만 진행하는 것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 듯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어떻게 만나는 작품마다 사극 영화가 된 것이었고, 또 사극은 현대물과는 다른 묘한 매력이 있어서 특별히 애정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요.”
그가 말하는 사극 영화의 매력은 바로 ‘고증’이었다. 과거의 자취를 밟다보면 우리가 모르던 역사 속 삶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고, 이를 ‘현대’라는 컨템포러리를 입혀 또 다른 창조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었다.
그가 이 같은 매력을 찾기까지는 13년의 KBS 방송국 생활의 내공이 탄탄히 쌓였기 때문이다. 그가 영화와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드라마 <명성황후> 덕분이었다.
명성황후에서 황진이까지
한필남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오는 기회를 잡을 줄 아는 ‘준비된 아티스트’였다.
91년 SBS가 개국을 했고 그 바람에 KBS의 인력들이 빠지는 바람에 인력 충원이 시급했다.
“그 때 저는 뷰티샵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경력이 3년쯤 됐을거예요. 방송국에서 미술 담당팀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봤죠. 방송국 측에서는 어느 정도 경력 사원을 원했어요. 시기가 잘 맞아 떨어져서 91년 특채로 입사를 하게됐죠.”
입사 후 그는 뷰티샵에서와는 다른 새로운 영역에서 활보할 수 있다는 즐거움에 푹 빠져 살았다.
또 그는 뷰티샵에서 쌓았던 트렌드, 기술과 뷰티 노하우를 분장과 연결시켜 <젊은이의 양지> <느낌> <파랑새는 있다> <장희빈> <명성황후>까지 다양한 드라마에서 그의 재능을 선보였다.
13년이라는 시간은 그를 또 다른 도전으로 뛰어들 수 있게끔 한 시간들이었다.
“방송국 생활이라는게 짜여진 틀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 것이잖아요. 또 내가 선택하기 보다 선택 당하는 입장이 많죠.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프리랜서를 선언하게 됐죠.”
이후 그는 우연한 기회에 정구호 디자이너를 만났다. 정구호 디자이너는 영화 <스캔들>에 메이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던 찰나에 드라마 <명성황후>를 보고 한필남씨를 수소문해 그를 찾아낸 것이었다.
“영화계는 언제나 다양한 분야와 스타일이 공존하는 곳인 것 같아요. 그들이 필요로 하는 세계엔 제가 꼭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였던 것 같아요.”
홀로서기의 첫 작품이 예상외의 좋은 반응을 얻게 되고 그 분위기는 영화 <황진이>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퓨전을 거부하다
영화 <황진이>는 기존에 만나오던 이미지와는 다르게 현대적이고 고급스러운 현대판 황진이를 만날 수 있다.
정구호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의상부터 시작해 상황에 따라 변화되는 가채를 비롯한 깃털, 베일 천, 현대 가발 등을 소품으로 사용했고 기존에 사극에서 볼 수 없었던 한필남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독특한 터치 기법 등이 영향력 있는 조력자의 역할을 해냈다.
“극중에 벽계수와 밤을 치르고 다음날 연회장에서 기생을 품는 선비들을 비판하는 벽계수 앞에 진이는 전날과는 다른 화려한 모습으로 벽계수의 위선을 드러냅니다. 이 신이 기생 진이의 뛰어난 모습이 돋보이는 부분이죠.”
이 신에서 황진이를 살펴보면 머리는 화려하나 세련되고, 메이크업 색을 절제하나 포인트로 강하게 표현했다. 즉 짧고 굵은 임팩트를 만들어 비주얼을 선사한 것이다.
“‘퓨전’이라는 말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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