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미경 한국고전머리협회 회장 -“허튼 머리 집어 꽂아 아름답게 틀어 올린다”

2007-04-13 오민정 기자  sky@fi.co.kr

소매가 좁은 저고리에 겹겹이 감싼 치마를 입고 노리개를 만지작거리며 한 여인이 서 있다.오므린 듯 다문 입매, 맑고 고운 눈, 시원한 이마. 고운 자태를 좇아 눈길이 마지막으로 머무는 곳은 여인의 풍성한 머리 다발. 장신구 하나 꽂지 않았지만 삼단 같은 머리채를 엮고 땋아서 틀어 올린 윤기 나는 꽃밭에 금방이라도 나비가 날아와 앉을 듯하다. 신윤복의 <미인도>에 나오는 이 여인의 모습을 현재에 그대로 재현해내는 사람이 있다. 전통 머리 형태를 통해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발견해 내는 손미경 회장을 만났다.   <편집자주>



“현대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섬세하고 고운 전통 미인의 전형성에는 이렇게 탐스럽고 아름다운 머리 모양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
손미경 한국고전머리협회 회장의 말이다. 그는 한국 전통의 머리 모양과 장신구 연구를 통해 멋스럽고 운치 있는, 그러나 쉬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
“25년 전 미용계에 뛰어들면서 우연찮게 충무로에서 일을 하게 되었어요. 사극 영화에서 배우들의 머리 모양을 연출했던 것이 계기가 되었죠. 대비, 왕비, 희빈, 상궁, 궁녀, 무수리에 이르기까지 영화 속 인물들의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머리 모양은 중요한 역할을 하죠. 좀더 체계적으로 전통 머리 모양을 재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저를 지금까지 오게 했어요.”
하지만 전통 머리를 연구하면서 겪은 손 원장의 어려움은 말로 다할 수 없다. 자료가 터무니없이 부족한데다 그나마 남아있는 자료 역시 복식사의 일부분으로만 존재했다. 또한 머리 모양은 전통 옷차림에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인식이 팽배해 전통 머리 모양의 변천사를 정리하는 데만 꼬박 10년이 걸렸다. 그렇게 국내에서 처음으로 고전머리 관련 저서인 <한국여인의 발자취>를 펴낼 수 있었다.
손 회장은 지금도 전국에 위치한 각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들과 학자들을 찾아가 직접 얘기를 듣고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선관, 서울대 규장각을 제집 드나들 듯 하고 있어요. 머리 모양이 남아있는 고분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한밤중에 밀양까지 달려가기도 했습니다.”
책 뿐만 아니다. 실제 비주얼 이미지를 통해 전통머리를 구현하고 싶었던 손 회장에게 지난 20년간 흘림 땀의 집합체를 펼칠만한 사건이 생겼던 것. 바로 재작년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영화 <왕의 남자>에서 선보였던 장녹수(강성연 분)의 다채로운 머리 모양은 모두 손 회장의 작품이다.
“연산군에게 장녹수는 어머니이자 연인이었죠. 그래서 기존의 사극에서 보던 것과는 머리 장식이 많이 달라요. 녹수가 연산 처소에 드는 장면에서는 물에 촉촉히 젖은 듯 단아한 머리 모양을 통해 요부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연출했죠.
물론 평상시에는 궁중 여인들의 실세인 장녹수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돋보이기 위해  애썼죠. 주로 가체를 통해 다양한 아름다움을 표현했어요. 조선시대에는 가체, 그러니까 남의 머리 다발을 땋아서 자기 머리에 덧대어 모양을 풍성하게 만들고, 화려하게 장식하는 풍습이 유행했었거든요.”
손 회장은 영화 <왕의 남자>의 경험을 인정받아 현재 <궁녀>라는 또 다른 영화 작업을 맡아 머리를 연출하고 있다. 궁중 나인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 영화에서는 화려한 가체 머리 뿐만 아니라 새앙머리, 어여머리, 조짐머리 등 일반 아녀자들의 아기자기한 머리모양도 보여줄 예정이다.
“애착이 가는 머리 모양은 쪽머리예요. 가르마를 타고 양쪽으로 곱게 빗어 뒤로 길게 한 줄로 땋아서 댕기로 끝을 묶은 다음, 쪽을 만들어 비녀로 고정시키는 머리죠. 쪽머리는 기혼녀의 머리모양으로 알고 있지만 조선시대에는 사실 처녀들도 쪽머리에 비녀를 꽂았다는 기록이 있어요. 쪽머리는 조선시대 이전부터 수천 년을 두고 이어져 내려온 대표적인 전통 머리 형태입니다. 우아한 한복의 선, 그리고 한국 여인 특유의 둥글고 흰 얼굴, 이런 모습에 가장 잘 어울리는 머리 모양인 쪽머리야 말로 한국 여인의 멋과 기품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손 회장은 더욱 많은 연구와 자료 수집을 통해 우리 전통 머리를 구체화하는 데 남은 여력을 쏟아 부을 계획이다.
“전통 머리를 연구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머리 모양을 표현한 말이 거의 한자로 남아 있어 명칭이나 표현 자체가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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