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4-06 함민정 기자 hmj@fi.co.kr
뷰티스페셜리스트 / 박태윤 메이크업 아티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태윤에게는 바닥이 없었다. ‘즐겨찾기’에서 고른 듯한 안정된 환경과 유학 후 그를 맞이하던 상황적 조건이 잘 맞아떨어졌다. 스스로도 ‘즐겼을 뿐’이라고 당찬 자신감을 내비치며 낙천적인 모습을 드러냈지만 순탄대로의 이면에는 누구도 모르게 치밀했던(?) 계획이 있었다는 걸 한참 후 알게 되었다. 수위를 조절해 가며 넘나드는 적절한 그의 모순의 한 면은 방학 때 마다 그리던 생활계획표처럼 똑 떨어지는 것이었고, 다른 한 면은 지극히 평화로운 낙천주의자의 모습이었다. 섞이기 어려운 두 면을 공존시켜 나가고 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태윤을 만났다. <편집자주>
세 번째로 성사된 약속이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태윤과의 만남은 일주일 하고도 하루 더 미뤄진 세 번째 잡힌 약속으로 만나게 된 것이었다. 미뤄진 일주일의 시간 동안 그는 김남주와 파리로 화보 촬영을 다녀온 뒤였고, ‘하루 더’는 기자의 문상으로 인한 연기였다. 그의 귀국 뒤에도 이어진 스케줄 덕분에(?) 늦은 저녁쯤으로 시간을 잡은 인터뷰. 박태윤은 10분 늦었다. 그는 네이비 재킷에 스카이 블루의 셔츠를 안에 받쳐 입고 소년(?)을 연상케 하는 프레피의 느낌으로 걸어왔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의 시그니처로 꼽히는 굵직한 불테 안경과 사선으로 흐드러진 반항기(?) 섞인 듯한 헤어스타일은 기묘하게 대비되었다. 어딘가 이질적인 느낌은 말문을 여는 순간부터 인터뷰 내내 계속됐다.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재기 발랄할 듯한 입담보다는 간단 명료한 답변으로 순차적인 진행을 쾌속질주로 만들어 버렸다.
박태윤이 말했다. “지금 이 시간에는 무얼하면 되죠?” 알쏭달쏭한 질문과 프레피 소년(?)의 해맑은 표정, 그가 빚어내는 이질적인 분위기들은 차츰 꼭 들어맞는 톱니바퀴처럼 이를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유머러스하고 스마트한, 지극히 감성적이고도 대중적인, 파격적이지만 타당한 이유를 지닌 박태윤의 이율배반이 그를 이해하는 적당한 신호탄임을 감지했다.
그는 자신의 성격을 ‘계획된 낙천적인 성격’이라고 정의했다.
“꽤 낙천적인 성격입니다. 늘 즐겁고 밝게 일하고 생활하고 즐기는 마인드죠. 저의 낙천적 근거는 교묘하고 치밀하게 세워진 계획들 덕분일거예요.”
그의 사전적인 계획들은 긴박한 상황이나 일파만파 퍼질 트러블을 애당초 예방해 소년처럼 순수하고 낙천적인 내면을 건져 올릴 수 있게 한 것이다.
예술가적인 기질 ‘타고 났다’
박태윤의 집안은 ‘예술가’라는 타이틀로 대를 이어왔다. 할아버지는 서예가, 할머니는 화가, 어머니는 무용을 하였다. 다채로운 예술가의 기질을 유전적으로 타고난 그 역시도 ‘예술가’로서 피 끓는 형질을 피해갈 수 없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미술과 함께 호흡했어요. 자연스럽게 패션 관련 학과인 의상학과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92학번 그 때 그 시절에는 오늘날과 같이 패션과 관련된 많은 업종과 분야에 종사하는 영역의 스펙트럼이 넓지 않았다. 꼭 ‘패션 디자이너’를 고집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림이 좋고 예술을 사랑했던 것이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으니까요. 가느다란 선을 뽑아내고 하나의 형상으로 만들어 나가고 거기에 색을 입히는 과정까지. 특히 순정만화에 나오는 주인공 있죠? 그걸 참 잘 그렸던 기억이 나요.”
자신이 ‘좀 더 잘할 수 있는’ 걸 발견한 그 순간 꿈을 향한 뱃머리를 선회했다. 학교를 졸업한 후 일본 유학길에 오른 것이다.
“저희 어머니는 늘 말씀하세요. ‘일단 하고 싶은 것 다하거라’라고요. 일본 유학도 어머니의 잠언대로 용기를 내어 마음먹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던 셈이죠.”
물 만난 아티스트 박태윤
일반적으로 유학 후 성공한 이들의 행로를 더듬어보면 그늘진 어둠의 긴 터널을 지난 후에야 쏟아지는 밝은 빛을 얻는다. 하지만 박태윤은 유학 후 탄탄대로였다. 말 그대로 물 만난 고기 마냥 여기저기서 그는 찾는 물에서 신나게 첨벙일 수 있던 셈이다.
“2000년도에 귀국했습니다. 그 당시 패션계가 자리를 잡아가고 이를 독려하는 듯 패션 잡지들이 여기저기서 창간됐죠. 잡지들은 화보촬영을 위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을 찾고 있었고 때 마침 제가 귀국해서 수월하게 정착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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