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30 오민정 기자 sky@fi.co.kr
MVIO BY JANG HYUNG TAE ‘FALL-WINTER 07/08 SEOUL COLLECITION’

속이 훤히 비치는 투명한 사각의 큐브 속에서 모델들이 포즈를 취했다. 이윽고 귓가에 익숙한 사운드와 함께 소년처럼 앳띤 남성 모델들이 런웨이로 걸어 나왔다.
큐브는 이번 쇼의 테마인 ‘인사이드와 아웃사이드’를 대변하는 핵심적인 오브제. 투명한 사각의 큐브에서 안과 밖의 구분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컬렉션을 준비한 장형태 실장은 쇼가 시작되기 전 인터뷰에서 반 에이크와 크리스토를 영감의 주제로 꼽았다. 반 에이크는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이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화가로, 그림 속에 수수께끼와 같은 상징을 집어넣기를 즐기는 ‘상징의 대가’다. 섬세한 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린 그림 속의 볼록 거울을 들여다보면 거울 안의 형상과 거울 밖의 실체에 대한 진실이 나타난다.
크리스토 역시 래핑 예술의 창시자다. 호주 시드니만 일부를 천으로 덮는 작업에서부터 시작하여, 파리의 퐁네프를 천으로 감싸기도 하였다. 그의 작업은 엄청난 물량과 시간이 투입되어 몇 년에 걸쳐 준비한 끝에 겨우 2~3주 정도 존재하다 제거된다. 그는 “나의 모든 작업은 ‘예술은 소유할 수 있고, 영원히 존재한다’는 고정관념을 허무는데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반 에이크와 크리스토의 작품들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은 자유로움을 드러내는 작업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엠비오」 컬렉션은 이 두 아티스트에게 바치는 헌정 컬렉션다웠다. 이번 무대는 ‘경계의 모호함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옷의 본질’에 대한 얘기들이다.
전반적으로 착장 순서가 뒤바뀐 듯한 아우터와 이너웨어, 아방가르드하면서도 웨어러블한 실루엣, 이질적인 소재의 배합과 조화 등이 돋보였다. 전형적인 남성복을 해체하여 자유롭고 섬세하게 재조합시킨 옷들은 부드러운 미니멀이 되어 다시 우리 앞에 돌아왔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쇼의 후반부에 보여졌던 트레이닝 팬츠였다. 슬림한 실루엣으로 기존 트레이닝 팬츠라는 아이템에 가졌던 정형화된 이미지를 새롭게 바꾸어 주었다.
단순한 선과 절제된 표현에 의해 구현되는 미니멀리즘이 아니었기에 직선이지만 자연스런 실루엣, 화이트 톤이지만 메탈 컬러가 포인트로 표현되었다. 장식적인 디테일 하나 없이 풍부하고 다양하게 옷 자체의 본질을 추구하는 감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메탈릭한 소재의 점퍼와 재킷, 골드와 실버로 짜여진 크로셰는 미니멀한 아방가르드 룩을 완성시키는 완벽한 소품이었다.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긴 소매 니트와 턱 밑까지 감싸는 터틀넥 스웨터는 흐르는 듯 몸에 감기는 실루엣에 힘입어 순수한 소년의 이미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물론 이러한 완성도는 장형태라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감각도 일조했지만 스타일리스트 서은영의 조력도 그 힘을 발했다. 여기에 고원혜, 김정한의 메이크업과 헤어도 빛났다.
한편 이번 무대에서는 ‘걸친다’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주게끔 하는 요소들이 사용되었다. 한없이 따뜻해 보이는 롱 니트 머플러와 번쩍거리는 에나멜 빅 백들은 소년들의 어깨와 목에 ‘걸쳐짐’으로써 옷의 외형과 내면을 한층 단단하게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
그레이, 딥 블루, 화이트, 베이지 컬러가 바탕이 된 가운데 골드, 실버, 브론즈의 메탈릭한 컬러가 포인트로 쓰였고 도드라지기 보다는 배경 컬러에 묻혀 옷의 본질을 탐험해 나가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섬세하게 해체되고 자유롭게 조합된 남성복이라는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었던 장형태의 서울컬렉션 데뷔 무대는 옷을 구성하는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새로운 상상력과 탐구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우리는 이번 서울컬렉션을 통해 또 하나의 유능한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만나게 되었다. 그러서 더 유심히 쳐다 볼 수 밖에 없었던 신인 아닌 신인 디자이너. 리허설 내내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던 장형태 실장은 쇼가 끝나고 쇼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박수 소리를 듣고 나서야 이내 그녀 특유의 미소를 날렸다. 첫 쇼에 대한 부담감과 스트레스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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