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26 오민정 기자 sky@fi.co.kr
영화 「Perfurme- The Story of a Murderer」

영화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는 어느 천재적인 남자의 이루지 못한 욕망에 관한 영화다. 그의 비천한 삶과 천부적인 재능,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향기를 갖고 싶다는 욕망에 의해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루었다. 영화에서 향수는 한 사람의 삶과 죽음, 사랑과 믿음, 영혼조차 뒤흔드는 힘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편집자주>
때는 18세기 프랑스, 세상의 온갖 악취가 그득 찬 생선 시장에서 한 산모가 아이를 낳는다. 산모는 생선의 내장을 다듬던 칼로 탯줄을 자르고 아기는 시궁창 같은 생선 더미에 그냥 방치해둔다. 그러나 아기는 질식할 듯한 냄새를 맡으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울음을 터뜨리고 주변 사람들에 의해 구조된다. 아기의 엄마는 유아 살해를 시도했다는 죄로 처형된다. 태어나자마자 고아가 된 아기는 고아원에 맡겨진다. 열악하고 더러운 잠자리를 그나마 아기에게 내어주는 게 못마땅했던 아이들은 베개로 아기를 질식 시키려 하고 아기는 아이들의 냄새에 반응하는 울음으로 또 한번 자신의 목숨을 구한다. 천재적인 후각을 가진 이 아기는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라는 청년으로 자란다.
고아원에서 무두장이에게 팔려간 그르누이는 독한 냄새 속에서 하루 15시간이 넘게 동물 가죽을 무두질하는 노예와 같은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그가 난생 처음 파리를 방문한 날, 그르누이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여자’의 매혹적인 향기에 끌린다. 수줍고 아름다운 어느 소녀의 체취에 이끌린 그는 결국 소녀를 죽이게 되고 그 사건을 계기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만들고 그것을 간직하고 싶다는 욕망에 시달리게 된다.
천상의 향기를 조제하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향수에 관한 얘기를 시작한다. 기본적인 생필품은 물론 먹고 사는 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중세시대, 향수는 오직 귀족들만 누릴 수 있는 사치스럽고 가치 있는 재화였다. 때문에 향수를 만드는 조향사는 귀부인들의 추앙을 한 몸에 받았고 향수를 평민들이 뿌린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정도였다.
향수의 원료가 되는 좋은 장미유 1파운드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약 122만 5천 송이의 장미꽃이 필요하다고 하니 당시 향수를 얼마나 귀하게 여겼을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향수가 성행했던 이유는 연금술사들이 향수의 기본 성분인 알코올을 만들어 냄으로써 원료로만 머물던 향기를 뿌리고 간직할 수 있게 되어서다.
발디니라는 한물간 향수 조제사의 가르침 속에서 향기를 만드는 법을 배우던 그르누이는 본격적인 향수 만드는 법을 알기 위해 천연 향료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게 된다.
향료를 증류시켜 향수의 원액을 만들던 그르누이에게 소유할 수 있는 가장 매혹적인 향기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은 점점 더 간절해 간다. 결국 그는 자신의 향수 박스에 13개의 병으로 채워질 여인들을 물색하고 그들을 죽여 제각각 특색 있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향수를 만든다.
조향의 기본이 되는 탑 노트와 미들 노트, 베이스 노트 등 3가지로 분류된 12개의 증류병에 향수가 하나씩 채워질 때마다 그는 환희와 기쁨을 느낀다. 마지막 1개의 병. 그는 가장 순수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백작의 딸 로라를 13번째 희생자로 삼고 마지막 병을 채우지만 결국 경찰에 붙잡히고 만다.
그르누이의 사형 선고가 있던 날. 그는 13개의 향수를 조합한 천상의 향기를 만들어낸다. 그 향수를 몸에 뿌리자 향기를 맡은 시민들과 사형 집행관, 심지어 형 집행을 참관하던 대주교까지 향수에 취해 그를 천사라고 칭송하며 경배한다. 딸을 잃은 증오에 불타던 백작까지도 그를 죽이지 못하고 용서한다는 말을 해버린다.
세상을 지배하는 향기
충격적인 것은 그가 뿌린 향수에 취한 군중들이 서로를 사랑하게 되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집단적으로 관계를 가지는 장면이다.
그 장면을 지켜본 그르누이는 본능적인 냄새에 이끌려 자신이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가 남은 향수를 모두 머리에 뿌린다. 향기를 맡은 사람들은 향기의 마력에 취해 그르누이에게 달려든다. 이윽고 그르누이는 사람들에게 형체가 없어질 정도로 뜯어 먹히고 만다.
그르누이는 이 13가지 향수를 가지고 어떤 향기를 창조해 냈던 것일까. 그 향기에 대한 답이 이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얘기의 전부일 수도 있다.
영혼을 사로 잡을 만큼 강렬한 향기는 너무 강력해서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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