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09 함민정 기자 hmj@fi.co.kr

‘보이지 않는 옷’으로 일컬어지는 향수. 1g의 장미향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2000송이의 장미꽃이 필요하다. 그것도 5월의 이른 아침, 숙련된 사람의 손으로 따지 않으면 안 된다. 유구한 역사의 장인정신과 높은 가격으로 매겨지는 이유는 이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겔랑은 프랑스의 대표적 향수 브랜드다. 1828년 피에르 프랑스와 파스칼 겔랑이 창업하여 5대를 이어온 향수 명가다. 겔랑은 향수뿐 아니라 스킨케어, 파우더 등 아이템을 늘리고, LVMH,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협력하는 등 폭 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 한 세기를 훌쩍뛰어 넘어180년의 역사를 가진 겔랑의 발자취를 더듬고 오늘날까지 명가로 손꼽히는 이유를 알아봤다. <편집자주>
1828년 피에르 프랑스와 파스칼 겔랑이 겔랑의 이름으로 파리 리볼리 거리에 ‘하우스 오브 겔랑’을 열어 향수를 팔기 시작했다. 이 부티끄에서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다양한 향수, 비누, 크림 등 ‘아름다움’을 위한 제품들을 진열했다.
사실 파스칼 겔랑은 영국에서 의학과 화학을 공부했다. 이후 파리로 돌아와 영국으로부터 제품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이 사업을 발판으로 자신이 직접 향수 제조에 뛰어들었으며, 한 사람의 개성이나 기분에 따라 주문생산을 전개했다.
1830년 첫 향수 제작을 시작으로 1853년에는 나폴레옹 3세의 부인 유제니 황후를 위해 나폴레옹가의 상징인 금색 벌무늬 병에 오 드 콜로느 임페리얼(Eau de Cologne Imperiale)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 병은 현재까지도 옛 몰드를 따서 제작되고 있으며 원한다면 자신의 이름을 그 병에 금으로 새길 수도 있다.
현대 향수산업의 초석을 다지다
피에르 프랑스와 파스칼 겔랑이 숨을 거두고 그의 두 아들 가브리엘과 에메가 사업을 맡게 되었다. 가브리엘은 경영을, 에메는 새로운 향수를 만들었다.
1889년 에메는 ‘지키(Jicky)’라는 향수를 만들었다. 겔랑은 이 향수를 시작으로 오늘날까지 다양한 향수를 선보이고 있다.
‘지키’는 여러가지 면에서 획기적이었다. 그중 새로운 제조방법을 응용해 더욱 순수하고 강하게 내뿜는 꽃향기를 추출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또 향수 역사상 처음으로 합성 오일을 이용해 향수의 독창성을 부여하고 지속성을 겸비한 향수이기도 하다.
이 당시 겔랑은 기초 화장품에 뛰어들었다. 피부 특성에 맞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겔랑 뷰티 인스티튜트를 설립,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보디 제품들까지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 연구소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스킨케어 중 노화방지를 위한 안티에이징 제품, 이시마 라인, 화려한 무지개 색상의 메테오리트 파우더 등으로 인정받고 있다.
겔랑의 전성기
1900년대 가브리엘의 두 아들인 피에르는 회사의 비즈니스 업무를 맡고 쟈크는 새로운 향수 제작에 돌입한다. 그 당시 대부분의 조향사들은 여성을 오마쥬 삼아 주변의 여성들을 보고 관찰했다. 자크 역시 이 같은 태도를 고수했다.
이후 겔랑 숍은 프랑스의 유명한 배우나 예술가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파리 내에서 루브르 박물관이나 봄마르쉐 백화점과 같이 유명한 명소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겔랑이 시대와 문화, 예술이 원하는 향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1912년에 만들어진 L’Heure Bleue(푸른시간)는 인상파에 대한 경의의 표시이며 편안함과 부드러움, 전쟁직전의 고요함을 묘사했다. 1919년 제1차 세계대전 때 내놓은 향수인 미쯔코(Mitsouko)는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의 영향으로 일본에 심취한 파리인의 이목을 사기에 충분했다.
1925년에 국제 예술 전시회를 위해 만들어진 살리마(Shalimar)는 오리엔탈 향수의 모델이 되었다. 프랑스보다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이 향수는 프래그런 노트의 감미로움이 전쟁의 아픔을 달래주기 안성맞춤이었던 셈이다.
20세기에 들어와 겔랑은 수 많은 향수를 쏟아냈다.
장 폴 겔랑이 이끄는 향수의 여정
<향수의 여정> 저자로 국내 대중들과 안면이 있는 장 폴 겔랑의 역할이 컸다. 어머니가 만들어 준 딸기 파이에서 첫 후각의 자극을 기억하는 장 폴 겔랑은 지독한 사팔뜨기라는 장애와 시력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우연히 할아버지를 따라나선 향수 공장에서 황수선 정유와 꽃향기를 혼합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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