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관행이 패션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글로벌 소싱 환경이 도래하면서 국내 패션기업들의 이러한 관행은 결국 소싱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불건전 관행은 결국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외면을 초래하고 있다. 패션기업의 소싱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관행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1. 한 프로모션 업체 사장은 최근 거래하는 브랜드 담당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술을 사달라는데 술값이 3백 만원 정도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이 브랜드로부터 연간 1천 만원 미만의 이익을 남기고 있는 상황이라 정중히 거절했다. 술값을 2~3번 부담하면 사실상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 그 담당자의 성품으로 볼 때 혹시 불이익이 오지 않을까 마음이 영 개운치 않다.
#2. 또 다른 남성복 프로모션 업체. 이 회사는 거래하는 브랜드 담당자의 요구에 따라 납품가 보다 4만원 가량 가격을 높여 제품을 입고시킨 후, 결제 시 이 차액을 해당 브랜드 담당자에게 고스란히 입금시켜 주고 있다.
프로모션 업체와 브랜드 담당자 사이의 불건전한 뒷거래 관행이 아직도 일부 업체 사이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향응접대비 부담에서부터 노골적인 뒷돈 요구 등 직접적인 수법은 물론 납품 가격를 인상해 입고 시킨 후 차액을 해당 담당자에게 되돌려 주는 편법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특히 이러한 행태가 업계의 거래 관행으로 인식되면서 관련자들 사이에서 문제 의식조차 느끼지 못한 채 도덕 불감증으로 나타나고 있어 심각한 문제점을 낳고 있다.
‘협력업체는 봉’문제의식 못 느껴
최근에 만난 한 우븐 프로모션 업체 사장은 거래하는 브랜드 담당자에게 점심은 물론 매달 때가 되면 일정 금액을 상납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회사 사장은 이로 인해 거래 관계가 끈끈하게 맺어지고 있고, 오더도 꾸준히 들어온다며 자랑 삼아 얘기하는 것이다.
캐릭터 캐주얼 남성복 업체의 한 MD도 점심을 자기 돈 주고 사먹은 적이 없다고 한다. 거래업체 관계자들을 매일 점심 무렵에 방문케 해 식사비를 내게 하기 때문.
캐주얼 회사에서 MD로 근무하다가 3년 전 독립해 프로모션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최영진(가명) 사장.
최 사장은 회사 설립 시 거래처를 잡기 위해 디자이너나 MD들에게 접대를 하기 시작한 것이 족쇄가 돼 지금은 이들을 챙기는 것이 주업무가 된 상태다.
심지어 거래처 담당자들은 “사장님 맛있는 것 사주세요”라며 아쉬울 때마다 전화를 해 사적인 비용 부담까지 전가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김 사장은 한때 그 회사에 몸 담았던 선배이기도 해 이러한 요구를 쉽게 물리치기 어려운데다가, 사업상 필요한 인간 관계나 정보를 얻는 데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해 부담은 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때문에 최 사장은 제품의 품질에 관한 상담 시에는 직원을 보내지만, 사람 만나고 챙기는 일은 자신이 직접 하고 있다고 한다.
협력업체 모함으로 회사에서 쫓겨나 갑의 입장인 패션업체만 이러한 행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인 프로모션 측에서도 공작을 펴는 경우도 있다. 한 여성복 업체의 성실한 직원은 프로모션 업체의 모함으로 결국 회사를 그만 둔 일도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여성 브랜드에서 품질관리를 담당하는 김순희(가명). 그녀는 품질관리를 깐깐하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녀가 얼마 전 회사로부터 ‘금품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투서를 받고 회사를 그만 둔 일이 있다. 하지만 이 투서는 프로모션 업체의 모함으로 들어나 안타까움을 준 일이 있다.
내용은 이렇다. 김씨는 어느 날 협력업체 사장으로부터 “한번 방문해달라”는 전화를 받고 업체에 나갔다. 업체 사장은 김씨와 여러 얘기를 나누다가 옷을 준다고 했다. 김씨는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그러자 업체 사장은 “집 주소 좀 알려달라”고 하더니, 나중에 택배로 옷을 보낸 후 본사에 연락해 김씨라는 사람이 우리 공장에 와서 옷을 달라고 해서 줬다며 택배 영수증을 보낸 것이다.
글로벌 경쟁 위해 도덕성 갖춰야
최근 국내 패션 시장에도 깨끗한 기업을 만들려는 경영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식이 커지면서 나눔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기업에서는 버려야 할 관행(?)이 청산되지 않고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패션 사업은 산업 특성상 경쟁력 있는 협력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서울패션소싱페어에 참여한 한 업체 사장은 “글로벌 브랜드와 거래를 하고 있는데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도덕성이다. 그 브랜드와 거래하면서 좋은 제품을 공급하는 것 외에 신경을 써 본적이 없다”며 “내수 브랜드들도 경쟁력 있는 소싱업체와 성장할 수 있는 업무 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