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오픈 마켓은? 동대문 거상 참여 늘면서 새 판짜기 한창

2007-02-03 박찬승 기자 

‘인터넷 로또’ ‘4억 소녀’만 믿고 준비 없이 덤비면 낭패 동대문 도매기능 사실상 이동…15% 마진에 85% 팔아야 수지

지난해 말 인터넷 시장에 진출한 동대문 유력 업체 A.
이 업체는 6개월 가량 준비과정을 거쳐 자체 쇼핑몰 개설과 유력 오픈 마켓에 동시에 뛰어들었다. 자체 쇼핑몰은 UCC 개념을 도입한 새로운 시스템을 가지고, 오픈 마켓은 특색있는 상품에 파격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내심 대박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1개월이 지난 현재 결과는 처참하다. 대박의 꿈을 안고 야심 차게 선보인 일부 기획상품은 단 한 피트도 나가지 않았다. 인터넷 사업을 만만하게 보고 안일하게 판단한 것이 화근이다.
결국 A사는 빠르면 1~2개월, 늦는다 해도 4~5개월이면 판가름이 나리라는 당초 사업 계획을 수정, 자체 쇼핑몰의 경우 1~2년 장기 레이스를 위한 시스템 전환에 나섰고, 오픈 마켓은 시장조사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인터넷 의류시장이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면서 이 시장을 겨냥한 관련 업체들의 진출이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인터넷 쇼핑을 통해 4억원을 벌었다는 ‘4억 소녀 신드롬’, 한 스타일로 100만장 가까이 팔았다는 ‘인터넷 로또’ 얘기까지 돌면서 동대문을 기반으로 하거나 활용하는 업체들의 진출이 급격히 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시장의 특성 파악과 준비 없이 이같은 장미빛 청사진만 보고 뛰어들었다가는 낭패를 볼 소지가 크다.

저가 단품과 콘셉트형 상품으로 시장 양분
인터넷 의류시장은 크게 저가 단품시장과 특색있는 콘셉트형 상품시장으로 나눠져 있다. 콘셉트형 단품시장은 희소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주로 매니아층에 어필하며 틈새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저가 단품시장은 최신 유행하는 히트상품을 파격적인 가격에 취급하고 있으며, 보통 몇 십 만장이 거래되면서 인터넷 주류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라미네뜨」란 브랜드로 오프 라인 패스트 패션 시장에 진출했다가 고배를 마셨던 모즈인터내셔널 조명훈 사장. 조 사장은 지난해 인터넷 오픈 마켓에 진출해 새로운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월드컵 기간에 내놓은 태극기가 그려진 커플티는 10만장이 팔리며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동대문 거상 진출 늘며 ‘한탕 게임’ 만연
하지만 조 사장과 같은 경우는 드문 경우. 히트 아이템을 내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격 매리트를 주기 위해서는 대량 생산이 불가피하고, 그러자면 해외생산과 상당량의 재고 부담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선보인 아이템이라도 10개 중에 잘 해야 3~4개 가량만 소비자로부터 선택을 받고, 대박 상품은 많아야 1~2개 나오는 것이다. ‘인터넷 로또’란 말도 이 때문에 나왔다.
인터넷 사업은 또 전국을 일시에 거래하기 때문에 히트 아이템이라도 먼저 선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매기가 빠진 후에는 가격 매리트가 있어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지마켓에 입점한 한 업체는 이번 겨울에 히트하고 있는 스커트와 자켓을 이전 가격보다 10% 이상 저렴한 가격에 기획으로 내 놓았지만 판매가 거의 일어나지 않아 결국 고스란히 재고 부담으로 안아야 했다.
마진 구조가 박하다는 것도 감안해야 할 사항이다. 오픈 마켓서 단품의 경우 대량으로 진행한다 해도 마진 구조가 15% 전후. 1만원 짜리의 경우 1만2천원에서 1만3천원 수준에서 판매가가 형성된다. 여기에 히트 아이템이라도 판매 기간은 길어야 한달 보름. 따라서 정상 상품으로 85% 정도 소진해야 수익이 맞는 구조를 갖고 있다.

재고 30억원 깔아 놓고 하기도
인터넷 저가 단품시장의 이러한 경향은 지난해부터다. 동대문 거상들의 진출이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 여기에 몇몇 업체들의 지속적인 영업으로 인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터넷 저가 단품시장에도 진입장벽이 생겼고, 가격 경쟁력이 중요해 대량거래를 요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자금력과 스피드한 생산능력을 겸비하지 않으면 경쟁 자체가 어려운 시장이라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동대문과 인터넷 업체에 신발과 가방 등 잡화를 공급하는 일명 왕도매 업체를 운영하는 김대근 사장은 “인터넷 특히 오픈 마켓에서 장사를 좀 하고 있다는 업체의 경우 보통 재고를 3~7억원, 일부 업체는 30억원 어치를 깔아 놓고 사업을 하고 있다”며 “재고 부담이 없어 소자본으로 선 주문 받아 사업을 한다는 말은 이젠 옛말”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사업을 하고 있는 또 다른 동대문 업체는 “인터넷 여성복 시장의 가격 경쟁력은 이미 제일평화 등 동대문시장을 넘어선 상태”라며 “이제는 ‘도매는 인터넷, 소매는 동대문’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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