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과 프로세스의 하모니”

2006-02-02 신수연 기자  ssy@fi.co.kr

고태경 「온앤온」 디자인실장

‘로우로우’ 플래그십스토어 홍대점

“디자이너는 슈퍼 우먼은 아니지만 멀티 플레이어여야 해요. 다음 시즌 콘셉트를 결정하면서 동시에 이번 시즌 제품의 원단 선택, 광고 체크, 생산 체크를 하는 거죠.”
고태경 실장은 소녀 같다. 함께 있으면 저 작은 체구 어디에서 저런 파워가 나오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그가 「온앤온」 디자인팀에 합류한 것은 약 1년 전. 회사 내부에서 브랜드 콘셉트 변경해 정확한 색깔을 찾자는 의견이 나오던 시기에 디자인팀을 맡게 됐다. 브랜드 리뉴얼은 런칭보다 어렵다고 주위 사람들이 말했지만 고 실장은 힘든 만큼 보람된 작업임을 확신했다. 회사 내 다른 브랜드와 확실한 차별화 콘셉트를 갖고 영 캐주얼 시장 내에서도 「온앤온」만의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 고 실장은 타겟 연령과 제품 퀄리티 등 모든 면을 지금보다 업그레이드하고 캐주얼 분위기를 믹스하기로 했다.
지난 가을·겨울 시즌 디자인에 변화를 시도하면서 고 실장은 긴장된 마음으로 고객들의 반응을 살폈다. 처음에는 단골 고객들 사이에서 불만의 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곧 고객들은 소녀라기보다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 「온앤온」을 받아들였고 매출도 서서히 올랐다. 지난 겨울 시즌 메인 상품으로 출시된 코트가 4천∼5천 장 가량 팔린 것을 비롯해 사파리 스타일 패딩 점퍼는 1만 장 이상 팔렸다. 그는 지난 하반기의 이런 분위기를 이어 올해도 여성스러운 모던함으로 「온앤온」의 이미지를 굳히기로 했다. 대학을 졸업하던 1991년 「페리엘리스」에서 디자이너 생활을 시작한 고 실장은 「MK」를 거쳐 5년간 「톰보이」에 있으면서 팀장과 실장을 맡아왔다. 그 기간 동안 여성스러운 스타일부터 이지 캐주얼 스타일까지 고루 몸에 익혔다는 그는 “여성 캐릭터면 캐릭터, 커리어면 커리어로 한 분야에서 베테랑이 되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디자인을 해보는 것도 디자인에 도움이 된다”며 “능력 있는 디자이너는 자신의 색깔과 브랜드의 색깔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디자이너는 남들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며 “디자이너적 감성과 체계적인 프로세스가 조화될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전한다.
고태경 실장은 강압적이기보다 편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한때 ‘리더가 되기에는 약하다’는 생각에 디자인실을 책임지는 게 두렵기도 했다는 그는, 지금은 이런 확신을 갖고 후배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재능을 펼칠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디자인실장이라는 위치에서 브랜드 「온앤온」의 이미지를 콘트롤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대략적인 콘셉트를 잡아주고 그 안에서 후배들이 자신의 소신대로 작업하게 하는 것. 자신이 전체적인 부분을 총괄하고 조율하면서 구체적인 사항들은 후배에게 맡길 때 프로세스도 한결 절약된다. “멀티 플레이어도 학습으로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올 한 해 소녀가 아닌 숙녀의 모습을 보여줄 「온앤온」을 위해 저도 후배 디자이너들도 멀티 플레이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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