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아웃렛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모르겠다. 개발업자를 위한 건지 브랜드를 위한 건지, 아니면 소비자를 위한 건지….”
업계 한 관계자가 방향을 잃고 표류 중인 현재의 아웃렛 개발 실상을 꼬집어 한 말이다.
이러한 업계의 목소리는 최근 아웃렛 실체가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더욱 불거지고 있다. 개발업자는 ‘과열경쟁으로 인한 리스크 비용 등을 감안하면 남는게 없다’고 하고, 브랜드 관계자나 상인도 ‘생각한 만큼 매출이 안 나와 수지타산 맞추기에도 빠듯하다’는 볼멘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아웃렛이 생기면 유명 브랜드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으리란 기대에 부풀었던 소비자도 막상 문을 연 아웃렛에서 쇼핑의 큰 매력을 못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수원에서 만난 윤○○(29세, 주부)씨는 “과거 문정동 아웃렛을 가면 유명 브랜드를 싸게 살 수 있고 살만한 물건도 많아, 한 달에도 2∼3번씩 들려 물건을 사곤 했다. 하지만 최근 집 근처에 아웃렛을 오픈했다고 해서 가 보니, 과거 문정동 아웃렛타운과 달리 정상 매장이 주를 이루고 염가 상품은 물건이 별로 없어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장현호(35세, 직장인)씨도 “도심에 있는 백화점에 비해 주차나 교통이 좋아, 주말에 가족과 함께 아웃렛타운을 찾았지만, 옷을 사는 것 이외에는 할 것이 없어, 한번 가고는 다시 찾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아웃렛 개발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브랜드에게는 새로운 판로 확보와 재고 소진을 통한 유동성 확보 기회가 될 것이고, 소비자에게는 유명 브랜드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면서 동시에 여가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말을 하는 이를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지금 개발되는 아웃렛 중 2/3는 1∼2년 내 정리 될 것 같다’, ‘일정 지역에 국한된 소규모 상권에 불과할 것’이라며 아웃렛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더 지배적이다.
개발에 대한 마스터플랜 필요
이러한 업계의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연말까지 아웃렛이란 이름으로 20여개의 몰과 타운이 더 개발될 전망이다.
이 중에는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치밀한 시장조사를 거쳐 중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개발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단기적인 부동산 개발이익만을 노린 단타성 개발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대형 멀티프렉스 영화관이 상권 활성화와 투자자 유치에 유리하다는 이야기에 개발업자들이 너도나도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유치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최근엔 시류 편승형 개발업자들의 1순위 관심사가 찜질방으로 옮겨가고 있다.
「세정아웃렛」 박장호 사장은 “상권 개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권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이다. 아웃렛 본질에 입각한 철저한 계획과 준비 없이 뭐가 잘 된다고 그것을 유치하고 말고 하는 것은 개발 이익을 얻기 위한 단기적인 방편은 될지 몰라도, 브랜드 비즈니스를 위한 중장기 전략으론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웃렛 개발에 있어서 구체적인 비전과 마스터플랜의 빈곤은 개발업자의 투자 마인드 결여란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브라이트유니온 송종헌 이사는 “과거와 같이 개발 이익만을 추구해서는 투자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외면 받을 것”이다. “개발업자는 개발 이익의 더 많은 부분을 투자자와 소비자에게 돌려준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개발업자의 투자 마인드 전환을 강조했다.
컨텐츠 개발 미흡과 유통개발 전문 인력이 부족한 국내 현실도 개발업자들이 지속적인 마스터플랜을 갖지 못하고, 시류에 편승한 단타성 개발을 하게 하는 주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선진국 아웃렛 타운과 같이 삶의 모습이 묻어나는 아웃렛 타운이 되기 위해선 유통 개발 전문가와 소비자에게 쇼핑의 줄거움을 줄 수 있는 엔터테이먼트 등 여가 산업과 개발업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연관 산업이 발달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부동산개발 전문업체인 에스티에셋 김선태 사장은 “아웃렛 선진국의 경우 다양한 카테고리킬러 개발업체가 있어 이들에게 맡기면 큰 부담 없이 다양한 매장을 구성할 수 있다. 또 이들의 경우 그 분야만 집중하고 있어 전문성도 매우 높다. 하지만 국내는 전문성을 지닌 카테고리킬러 개발업체가 부족해 이러한 색다른 매장을 유치 하려면 개발업자가 직접 나서야 한다. 때문에 부담도 크고 전문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컨텐츠 부족과 전문성 결여는 균형 있는 아웃렛 개발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 개발전문가는 “난개발이나 중복 투자 등 최근 아웃렛 개발의 문제로 지적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다양한 연관산업 부재가 한 원인”이라며 “이 때문에 개발업자는 수익성이 높은 패션 매장 유치에 치중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