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관점의 시대정신 반영한 ‘브랜드 팬덤’

2022-02-15 이현주 미닝시프트 대표 zeki@meaningshft.com

英 스트리트 웨어 ‘코르테즈’ 신흥 레이블 성공사례

요즘 영국 패션계는 한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가 벌인 '패딩 재킷 교환 이벤트'로 떠들썩하다.


그 주인공은 2017년에 출시된 런던 기반 브랜드 코르테즈(Corteiz, @crtzrtw). 이들은 지난달 21일 저녁(한국시간 22일 새벽) 한 트윗을 게시한다. 다음날인 토요일 오후 3시에 자신들의 미발매 볼로(Bolo) 재킷 50벌을 고객들이 갖고 있는 중고 puffer 재킷과 교환해 준다는 것이다.


조금 지나서 그들은 추가 공지를 통해, 노스페이스(Northface)의 눕시(Nuptse), 아크테릭스(Arc'teryx)의 제타(Zeta) 혹은 그 이상 모델, 슈프림(Sup ream), 스톤아일랜드(Stone Island), 몽클레르(Moncler), 캐나다 구스(Canada Goose) 등 교환 가능한 제품의 레이블을 '지정'하고, 반드시 좋은 상태의, 고객이 입고 온, '진품' 재킷만 교환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공유했다.



‘Da Great Bolo Exchange’에 모인 인파와 볼로 재킷과 교환된 유명 브랜드 재킷 (출처 : 유튜브 Darnell Vlogs채널 및 트위터 @crtzrtw 계정)



토요일 당일 이벤트 장소인 웨스트 런던의 '린포드 크리스티 스타디움의 주차장' 좌표가 트윗을 통해 공유됐고, 몇 분만에 앞서 언급된 하이엔드 패딩 재킷을 입은 수백명의 젊은이들이 50벌의 교환 기회를 얻기 위해 주차장에 기다란 대기열을 만들어냈다.


코르테즈는 몇일 후 역시 트윗을 통해, 이 Bolo교환 이벤트에서 맞바꾼 스투시, 노스페이스, 아크테릭스, 슈프림, 랄프로렌, 몽클레르 등의 사진을 올리며 이 재킷들이 런던의 자선단체 St. Lawre nce's Larder를 통해 노숙자들에게 기부되었다고 알렸다. 사진상에서 추정한 가치만 16,000파운드(약 2,6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환 이벤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볼 때는 정신나간 거래처럼 보인다. 리세일 마켓에서 300파운드에서 최고 800파운드 이상의 가격에 팔리고 있는 고가의 패딩을 250파운드 가량의 '코르테즈' 새 패딩 재킷과 교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이 안되는 것처럼 보이는 '그레이트 볼로 익스체인지'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천재적인 프로젝트였다.


Stussy와 Corteiz의 언급량 비교 및 급등한 연관 주제들(2021.2.1~2022.1.29, Google Trends분석,영국기준)



사실 코르테즈는 재판매 문화를 용납하지 않는 원칙으로 유명하다. 코르테즈의 설립자인 Clint는 '터무니없는 가격'에 팔리는 코르테즈 제품을 단속하기 위해 계속해서 재판매인을 찾아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이벤트는, '중고가격이 브랜드의 가치를 결정하는' 새로운 주류문화에 정면으로 맞서고, 패션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지극히 '스트리트'적인 반항법이었고, 그 방식에 자신들의 열렬한 팬들을 참여시키면서 커뮤니티 의식을 고취시켰다. 또 이벤트를 통해, 자신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위상을 지녔다고 평가되는 기성 브랜드를 대놓고 지목하고 그들의 제품과 맞교환 함으로써, 그들과 동급의 반열에 올라버리는 반란을 일으켰다.


실제 코르테즈가 언급한 '스투시'와 비교해보면, 대중적인 언급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코르테즈는 이벤트 이후 언급량이 급격하게 치솟았다. Corteiz의 연관주제인 tracksuit, cargos, tank top 등이 모두 언급 증가량이 5000%를 넘어 break out으로 표시되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코르테즈의 접근 방식은 특히 최근 레드 오션이 되고 있는 스트리트 웨어 시장에서 신흥 레이블이 어떻게 팬들과 소통해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준다.


@crtzrtw가 올린 ‘Da Great Bolo Exchange’ 트윗



지금의 패션은 더 이상 제품력으로 승부하지 않는다. 패션은 커뮤니케이션의 한 형태이며, '메시지'의 싸움이다. '코르테즈'는 맞교환한 하이엔드 레이블의 패딩들을 노숙자들에게 기부함으로써 아무나 접근할 수 없는 배타적 산물이 되어버린 하이엔드급 '스트리트' 브랜드들을 조롱하며 주류에 대한 반항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동시에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혹은 오히려 노숙자들이기에 이런 따뜻하고 질 좋은 옷이 필요하다는 메시지, 자신의 영향력을 사회에 환원하는 행동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기존 레이블의 가치와 마케팅 메시지에 따라 끌려 다니던 소비자들에게 힘을 부여했다. 800파운드가 넘는 가치를 가진 패딩도 '소비자가 원한다면' 250파운드의 패딩과 맞교환하는 선택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 결국 제품의 가치는 레이블이 아닌 소비자에게 달려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혹자는 요즘같이 제작 주기가 빨라지고 다양한 취향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트렌드는 쓸모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요즘의 트렌드란, 단순히 무슨무슨 아이템이 뜬다를 논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사람들이 열광하는 그 포인트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작업이다. 시대정신에 대한 이해없이 인기있는 키워드 몇 개로 새로운 팬덤을 형성하기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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