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15 하성호 Simone Investment CFA shha@simonecf.com

새해 패션업계를 떠들썩하게 한 투자유치 소식이 들려왔다. 권다미·정혜진 대표가 경영하는 패션 브랜드 '웰던(We11Done)'이 미국의 세계적인 벤처캐피털 세콰이어캐피털(차이나펀드) 투자를 유치했다. 약 60% 지분과 경영권을 매각했고, 거래규모는 약 1,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세콰이어캐피털은 무신사 투자로 국내 패션업계에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1819년에 설립해 자산관리, 주식 및 채권운용 등 전통금융업을 주로 영위해 온 스위스 금융그룹 미라보(Mirabaud) 참여다. 정확히 웰던(We11Done)에 투자한 주체는 미라보가 두번째로 설립한 사모펀드(PEF) '라이프스타일 임팩트&이노베이션(Mirabaud Lifestyle Impact & Innovation, 이하 MLII)'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미라보 MLII 펀드설립 배경과 투자전략을 통한 인사이트를 공유하고자 한다.
미라보 사모펀드는 전 프랑스 중소기업부 장관이자 LVMH 북미지역 회장을 4년간 역임했던 르노 뒤트렐(Renaud Dutreil)이 이끌고 있다. 첫번째 펀드는 2018년에 €155millon (약 2,100억원) 규모로 론칭한 Living Heritage 펀드였고, 주로 문화적 자원이 풍부한(Culturally-rich)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같은 국가의 가족경영 기업이 운영하는 럭셔리 서비스 및 의류기업에 투자했다. 두번째 시리즈로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분야의 새로운 기술과 젊은 브랜드를 보유한 미래의 파괴적 혁신기업(Tomorrow's disruptors)에 투자하는 €150million(약 2,060억원) 규모의 MLII 펀드를 조성했다. 이들이 집중하는 투자 섹터는 패션, 주얼리, 잡화, 화장품 등이다.
이 펀드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은 글로벌 중산층의 성장이 현재의 컨템포러리 브랜드 및 기업을 근본적으로 파괴한다는 것이다. 이 신흥 중산층의 특징은 '상호 연결'되어 있고, 조금 더 '민감(Sensitive)'하며, 본인들만의 '고유한 소비성향'이 있다. 주로 밀레니얼 세대를 뜻한다. 특히 유통, 상품 및 귀금속 분야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미 붕괴의 도전을 받고 있다고 판단했다.
투자전략 또한 글로벌 중산층의 성장과 컨템포러리 브랜드 및 기업의 붕괴로 인해 창출되는 기회를 포착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1호 펀드가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투자했다면, MLII는 투자 대상 지역을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일부 미국으로 확장했다. 자본투입 뿐만 아니라, 가치제고(Value-add) 활동을 더욱 강조하는데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에는 마케팅, 관리, 유통 및 혁신 노하우가 제공된다.

MLII 펀드의 투자심의 위원이자 파트너인 샤넬 그룹의 5대 상속자 데이비드 베르트하이머(위)
명확한 투자 기준은 나와있지는 않지만 르노 뒤트렐의 fashionnetwork.com 인터뷰에 따르면, €10~€50 million(약 140~690억원) 매출의 성장기업에 75% 비중으로 투자(10개 회사, 각각 €15million투자), 나머지 25%는 €1~€10m illion(약 14~140억원) 매출 수준의 초기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필자는 약 140억원의 매출은 한 국가의 단일 패션 브랜드로서 실현할 수 있는 상위수준 매출로 판단한다. 추가적인 성장을 위해 해외진출을 위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또 무엇보다 이목을 끄는 것은 MLII 펀드의 투자심의 위원이자 파트너로 샤넬 그룹의 제라드 베르트하이머(G?rard Paul Philippe Wertheimer)의 아들이자 5대 상속자인 데이비드 베르트하이머(David Wertheimer)를 영입한 것이다.
지속가능한 방식의 디지털 기술, 패션 및 고객경험이 치열해지는 이 시장에서 키플레이어(Key Player)를 찾아 나가는 과정이 매일 저에게 동기를 부여합니다. - David Wertheimer
COVID19가 한참이던 2020년 5월 1차 펀드 레이징 €50 million을 마감했고, 회사당 평균 €5 million을 집행했다. 이 당시 문서를 살펴보면,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할 수 있는 혁신가에게 투자한다는 관점을 투자자들과 공유했고, 코로나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이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언급한 것을 보면 코로나 위기에 대해 운용사로서 대응이 매우 빠른 편이었다고 판단한다.
대표적인 투자 건을 몇 개만 소개하자면, 첫 번째 투자는 2005년 설립한 독일 기반의 10~20대 Youth culture를 대표하는 디지털 미디어 커뮤니티 및 이커머스 플랫폼 Highsnobiety이다. 스트리트 웨어, 럭셔리 상품 및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사이트를 매거진 형태로 발행하며, 최근에는 인하우스 컬렉션도 런칭했다.
몽클레르와 협업으로 유명해진 덴마크 전기자전거 제조사 MATE BIKE도 있다. 데이비드 베르트하이머는 MATE를 '지금까지 가장 패셔너블한 E-Bike 브랜드' 라고 표현했다. MATE MIKE는 미국의 유명 래퍼 Jay-Z 가 설립한 Marcy Ventu re Partners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이외 동남아시아 브랜드를 대상으로 이커머스를 위한 프런트, 백엔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베트남 스타트업 Interpid, 보드 스포츠를 모티브로 한 친환경 신발제조사 CARIUMA가 있다. CARIUMA는 운동화 한 켤레 판매 시 창업자의 모국인 브라질 열대우림에 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 이제 웰던(We11Done)도 MLII 포트폴리오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고, MLII의 Value-add 프로그램 케어를 받게됐다.
'웰던(We11Done)' 성장에 세콰이어캐피털차이나의 로컬 및 글로벌 네트워크가 함께 하겠지만, '웰던'의 유럽지역 내 럭셔리 브랜드로서 포지셔닝 및 마케팅 활동에 MLII의 핵심운용 인력인 데이비드 베르트하이머의 역할 또한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향후 그가 샤넬의 경영에 참여할 수도 있는 점을 감안시, MLII에서 그의 투자활동을 잘 살펴보면 샤넬의 미래전략을 상상하는 게 가능할 수도 있겠다.
Mirabaud의 MLII 펀드는 필자가 예전에 다룬 바 있는 LVMH Luxury Ventures 와는 다른 특징을 지닌다. 일단 LVMH Luxury Ventures의 경우 100% 자기자본으로 운용 중이지만, MLII 펀드의 출자자는 유럽, 아시아, 남미 등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그리고 데이비드 베르트하이머라는 패션계 아이콘을 외부에서 수혈했다. 그리고 '웰던'의 투자에 중요한 역할을 한 세콰이어캐피털차이나의 안젤리카 청(Angelica Cheung)은 보그차이나 전 편집장이다. 이는 자본시장과 패션산업계의 인적 협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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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섣부른 콜라보네이션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펀드 내 투자 의사결정의 독립성,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 등 수준 높은 거버넌스가 전제되어야 한다. MLII 투자전략을 살펴보면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최근 딜로이트가 발표한 2021년 글로벌 명품시장 동향 중 일부를 살펴보자.
1. 명품 산업의 디지털화와 지속가능성 목표가 패션테크 투자를 주도(기술)
2. 순환경제 수용: 바이오 소재로 명품을 혁신(소재)
3. 명품 산업의 새로운 개척지: NFT와 패션 게이밍(시장)
4. 알파 세대*: 수십 년 동안 사회와 시장을 좌우할 미래 소비자(소비자)
(*알파세대: 2010년부터 태어나 모든 구성원이 21세기에 태어난 첫 세대, 디지털화된 경제와 세계화된 시대를 살고 있음. 글로벌, 디지털, 소셜, 지속가능 등의 가치가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보다 더욱 중요한 특성을 보일 것임)
이제 위의 트렌드가 패션 및 소비재 산업 투자의 메인스트림(Mainstream)이 되어가고 있다. 앞으로 또 다른 '웰던'이, 또 다른 MLII 가 우리나라에서도 등장하길 기대한다.
하성호 CFA | Simone Investment (shha@simonecf.com)
필자는 글로벌 1위 명품 핸드백 제조기업집단에 속한 사모펀드(PEF, Private Equity Fund)에서 기업투자 및 펀드운용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바라본 패션산업에 대해 여러분께 도움이 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쉽게 전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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