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과 확장, 그리고 협력

2021-10-01 하성호 Simone Investment CFA  shha@simonecf.com

패션투자,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장



<하성호의 패션투자 뒤집어보기 12>




패션투자,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장


저는 투자를 할 때 복잡계 구조를 반영하는 생태학적 접근을 많이 사용합니다. 저도 과거에는 경제학이 제공하는 수단으로 세상을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사태를 겪으면서 자본주의의 파괴적 성향에 힘겨워 했고, 그 범위를 넘어서게 해준 것은 생명을 다루는 생태학이었습니다. 이제는 다른 존재에 해를 가하거나 냉소적으로 자신의 영역 확장을 추구하는 방식이 아닌 타인과 다른 존재와의 공존과 확장을 추구하는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중략, p110)


이론적으로 단순계 사고는 세상을 제로섬 게임으로 보고, 복잡계 사고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 확장되는 사회 구조를 생각합니다. (중략) 확장되는 사회에서는 협력이 유리합니다. (p66)


<복잡계 세상에서의 투자, 오종태>




우리가 사는 현재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들 한다. 필자 생각에 불확실성은 외부의 관점이고 안을 들여다보면 끊임없이 발전하는 기술로 인한, 끊임없는 세상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은 메타버스라는 또 다른 세상을 만들었고, 인간생활과 가장 밀접한 패션산업도 메타버스로도 확장중이다.

복잡계 세상에서 생존 방식은 타이거자산운용 오종태 이사의 <복잡계 세상에서의 투자>에서도 언급한 ‘공존과 확장, 그리고 협력’으로 정리될 수 있다. 이는 제로섬 게임의 종료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 인사이트를 패션산업 밸류체인에 적용해보자.


표1

패션산업의 밸류체인은 [표1]과 같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밸류체인을 바라본다면 제조부문의 부가가치가 가장 낮다. 실제 우리나라 봉제산업은 각 공정별로 공장이 영세한 개별사업자들로 파편화되어 있고 신규 진입자가 적어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투자의 경우도 제조를 중심으로 오른쪽인 ‘유통에서 판매서비스’ 부분은 VC 같은 FI(Financial Investors, 재무적투자자)가 주도하는 시장이고, 왼쪽인 ‘연구개발, 브랜딩, 디자인’ 부문은 무신사, 대명화학 등과 같은 SI(Strategic Investors, 전략적 투자자)가 주도하고 있다. 유통에서 판매서비스를 영위하는 무신사, 지그재그, 에이블리 같은 플랫폼 기업들은 MAU, 월별 매출 등 성과측정이 직관적이고 확장속도가 빨라 금융회사들이 투자하기 좋은 대상이고,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고 성과측정이 어려운 연구개발, 브랜딩 및 디자인 부분은 패션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기업에서의 투자가 많이 이뤄졌다.


하지만 산업이 발전하고 확장되려면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균형 잡힌 투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제는 밸류체인간의 경계선이 모호해지고 있다. 브랜딩만, 디자인만 해서도 안되며 판매만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디자이너 브랜드는 온라인 마케팅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고, 브랜딩에 대한 고민이 없이 판매 플랫폼만 고수해서는 수년 후 브랜드 부족현상에 시달릴 수 있다.


표2

◇ 패션 밸류체인 전반적 이해 선행돼야
투자자 및 산업계 모두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이해와 고객에 대한 생존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

[표1] 밸류체인별 각 참여자 입장에서 나를 중심으로 좌우 프로세스를 영위하는 기업이 생존을 위한 '공존과 확장, 그리고 협력'을 위한 고객이자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필자는 기술의 도입과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투자가 이뤄진다면 [표2]와 같이 Smile 모양의 그래프를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올리고 평평하게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가장 부가가치가 낮다고 인식되던 제조 부문에서, IT 기술을 바탕으로 비대면 의류제작 서비스를 론칭한 컨트롤클로더나 팩토리유니콘 같은 스타트업들이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고 투자유치 또한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클로버추얼패션은 자체 3D 의류제작 솔루션을 통해 디자인에서 제조까지 시간을 상당시간 단축시키면서 패션 기업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도하고 있다.

오는 11월 상장을 앞둔 글로벌 1위 핸드백 ODM사 시몬느가 패션산업 밸류체인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브랜드와 함께 성장한 좋은 사례이다.

봉제산업이 무너져 내린 것은 산업발전에 따른 인건비 상승이 가장 큰 요인이었지만, 미리 예측하고 준비하지 못한 우리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우리 고유의 브랜드를 만들지 못했고, 부가가치가 높은 고가 상품을 만들지 못했으며, 해외 브랜드의 기획 단계에 참여하지 못한 채 단순 OEM에 의존한 점을 패착으로 들 수 있다. 미래에 대한 준비 없이 단순히 주문대로 생산하는 수준으로 퇴보할 수밖에 없는 게 제조업이다. (중략) 고급과 중저가 라인을 갖춘 것은 박은관 회장의 전략이었다. 경기가 좋을 때와 나쁠 때, 소비 세대의 이동 등 예측하기 어려운 트렌드 변화 속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조치였다. <시몬느 스토리, 유효상>

시몬느는 밸류체인 영역의 확장을 통해 DKNY, 마이클코어스의 초기단계부터 성장을 함께 한 협력사다 [표1] 제조를 중심으로 연구개발, 디자인 단계는 직접적으로 참여하였고, 성장하는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유통 및 판매서비스의 호황을 함께 누렸다.

이번 칼럼을 통해 업계 종사자들이 체감 및 직감으로 느꼈던 것들을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제로섬 게임보다는 새로운 생존 법칙인 ‘공존과 확장, 그리고 협력’을 통해 각자의 시장을 다시 정의하고, 넓혀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영원한 미완의 결론일 수 있겠지만, 열어 둔 채로 함께 고민해 나가보자 한다.


하성호 CFA | Simone Investment (shha@simonecf.com)

필자는 글로벌 1위 명품 핸드백 제조기업집단에 속한 사모펀드(PEF, Private Equity Fund)에서 기업투자 및 펀드운용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바라본 패션산업에 대해 여러분께 도움이 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쉽게 전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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