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5 이은수 기자 les@fi.co.kr
태진인터내셔날·이랜드… 가능성 검증
패션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빅데이터와 AI 활용이 급증하고 있다.
상품기획 단계에서부터 시장 트렌드 분석과 발굴, SCM, 판매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디지털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이미 2~3년 전부터 앞선 기업들이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글로벌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속도가 붙었다. 즉 프론트엔드(front-end)에서 백엔드(back-end)까지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여 조직과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해야 한다는 취지다.
디자인 AI 스타트업 신기영 디자이노블 대표는 국내 패션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대해 "패션기업들이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면서 새로운 업무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며 "역설적이게도 이 과정에서 그 동안 디지털 기술 도입이 느리고 보수적인 패션기업들이 빠르게 AI와 빅데이터 구축사업을 시작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태블로에서 추출한 이커머스 세일즈 대시보드
최근 패션기업들이 상품기획 단계에서 한층 고도화된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하면서 빠르고 효율적인 업무를 처리해 나가고 있다. 초창기 상품기획은 데이터를 활용하더라도 직감과 추측을 더 신뢰했다면 이제는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기업 비즈니스에 연관된 의사결정을 돕는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기업 내부 여러 곳에 산재되어 있는 데이터를 분석 가능한 형태로 통합해 실무자가 필요로 하는 인사이트를 시각화해 제공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올라왔다.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 오라클 관리자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데이터는 비즈니스 혁신이 핵심이다. 많은 기업이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얻어 비즈니스 전략을 모색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이터 중심 비즈니스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며 "실제로 기업들이 데이터 수집 및 분석 시스템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증가했지만 비즈니스에서 유의미하게 데이터 분석을 활용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이상현 태진인터내셔날 상품부문 부문장은 "그동안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정확한 데이터를 분석해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며 "최근에 자체 개발한 BI(Bisiness-Intelligence) 솔루션을 통해 필요한 데이터를 분석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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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진인터내셔날, DX전환에 나선다... 베스트 상품기획·젊은 고객 유입
태진인터내셔날(대표 전상우, 신경민)은 업무 전반에 디지털 전환에 나서고 있다. 피혁 소재를 다루는 업 특성상 디지털 혁신과 기술 도입이 부진하지만 태진인터내셔날은 소비자들의 최종 구매 결정 단계까지 이르는 '고객 구매 여정(Customer journey)' 변화를 디지털 전환의 큰 틀로 삼고 있다.
전상우 태진인터내셔날 대표는 "우리는 상품기획 단계부터 디지털 기술 활용을 포함한 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를 고객들의 구매 여정을 분석하는 것에서부터 첫 단추를 꿰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그동안 시대 흐름에 따라 온라인 채널 중심으로 디지털 접목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그 결과 데이터 관리를 비롯 ERP, 보안솔루션 도입, 문서중앙화, 자체 개발한 BI 솔루션 도입 등 발빠르게 대처해왔다. 여러 시행착오 끝내 당장 AI나 빅데이터를 활용한 상품기획 단계에 앞서 핵심 상품군과 디자인 그룹 단위로 상품기획과 마케팅 전략을 맞물려 적정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상품기획 단계에서는 자체 데이터 분석을 진행, 베스트 상품기획과 신규 고객 유입에 집중하고 있다. 또 일부 데이터를 참고해 기능적인 측면을 개선하거나 디자인 수정을 통해 재탄생하기도 했다. 그 결과 매출 증가는 물론 젊은 여성 고객 유입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 과정을 거친 히트 상품이 '라라지갑'과 '몬트' 시리즈다.


실제 태진인터내셔날은 '루이까또즈'의 상품 출시가 진행되면 각종 데이터 분석 작업부터 시작한다. 앞서 언급한 '라라지갑'은 출시 초반 시장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이후 판매 데이터, BI, 고객VOC 등 자체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의 새로운 구매 패턴과 소비 심리를 파악했다. 그 결과 기존 라일락 컬러 이외에 젊은 고객이 선호하는 핑크, 민트 컬러가 추가 됐으며 수납 공간을 추가하게 됐다. 또한 '루이까또즈' 핸드백은 고객 연령층이 높은 편이다.
그 동안 구매 연령을 낮추면서 확장할 수 있는 점에 고민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진행했다. 핸드백 중 몬트 시리즈는 지난 2019FW 시즌 젊은 소비자들이 선호할 만 디자인으로 테스트 출시했다. 이후 고객 반응 분석 결과 젊은 소비자 판매 비중이 확대되면서 이들이 사첼, 크로스, 탄, 그린 아이보리 컬러를 선호한다는 점을 발견해 적극 반영했다. 여기에 연령대별 가격대를 추가 분석해 합리적인 가격을 적용하면서 젊은 소비자들의 워너비 제품으로 떠오르게 됐다
이상현 태진인터내셔날 상품부문 부문장은 "라라지갑과 몬트 핸드백은 자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킨 사례"라며 "수많은 데이터 속 중 의미 있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명확하고 세밀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한 결과"라고 전했다.

◇이랜드그룹, 테크 전방위 협업… '레겐본겐' AI 디자인 활용, 이랜드 시스템스, 중국 패션 데이터 분석
또 이랜드는 그룹차원에서 빅데이터, AI 기술을 포함한 테크 기업과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유통법인 이랜드리테일(대표 김우섭, 석창현)은 디자인 생성 AI 기술을 보유한 디자이노블과 협업해 상품을 출시하며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아예 지난 달 이랜드그룹 투자법인 이랜드벤처스를 설립하면서 AI 패션 컨설팅 기업 디자이노블에 투자했다.
신기영 디자이노블 대표는 "이랜드리테일과 AI 디자인 솔루션을 활용해 만든 맨투맨 티셔츠가 출시 첫 주 전체 상품 중 아이템별 매출 1위를 달성했다"며 "디자인 상품성도 우수하지만 사람이 장시간에 걸쳐 디자인을 개발하는 시간을 단축해 온라인상에서 단기에 상품 구성력을 높였다는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랜드리테일은 현재 디자이노블과 협업해 PB '레겐보겐' '신디'의 상품 디자인 작업 및 사전 기획 단계에서 빅데이터 수집 역할을 맡겨두고 있다. 주로 그래픽과 컬러 등 프린트 기반의 의류를 담당하고 있는데 반복적인 디자인 작업노동은 AI 기술을 활용하고 디자이너는 창의적인 일에 집중, 노동 생산성과 업무 효율을 향상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신 대표는 "데이터 결과 및 디자인 생성 제안물의 결과를 상품화 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판단(개입)은 여전히 중요하다"며 "AI와 데이터가 모든 것을 자동으로 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장기적으로 데이터 기반의 변화를 함께 만들어 나갈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랜드그룹은 패션 유통 외식 건설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공해 비즈니스 혁신과 성장을 돕는 IT전문 자회사가 별도로 존재한다. 바로 이랜드 시스템스(대표 문옥자)다.
이 회사는 1989년 이랜드 그룹에 속한 전문 IT법인 이랜드정보산업으로 출범해 초반에 브랜드별 전산 시스템 개발, 패션 생산, 재무 통합 시스템을 구축했다. 2000년 이랜드 시스템스로 사명을 변경해 뉴코아 아울렛, 이천일 아울렛의 고객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했다. 2009년부터 중국 이랜드 패션의 데이터 분석을 도맡아 오고 있으며 빅이터 분석을 통한 상품기획, 실시간 백업 시스템들을 구축해왔다. 현재는 중국 패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다음 시즌에 유행할 아이템의 컬러, 유형을 미리 제안하며 최근 AI를 통해 고객별 맞춤 서비스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다.
* 용어설명
BI(Bisiness-Intelligence) /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기업 활동에 연관된 의사결정을 돕는 프로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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