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획]소비자는 왜 백화점을 떠났을까?

2012-08-27 최은시내 기자  cesn@fi.co.kr

불합리한 가격구조…개성없는 콘텐츠 외면




#1. 회사원 오희원 씨(31)는 쇼핑을 하기 위해 롯데닷컴에 접속했다. 베스트 순위에서 원피스를 하나 고른 뒤 장바구니에 담고 품목번호를 메모했다. 오씨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백화점을 방문해 점찍어 두었던 원피스를 입어봤다. 옷이 마음에 들자 다시 롯데닷컴에 들어가 결제를 마쳤다.



#2. 대학생 김준모 씨(23)는 오랜만에 백화점을 방문했다. 「닥터마틴」 매장에 들러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발견한 김군은 모델명을 외워두었다 집에 돌아와 해외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했다.



위 사례는 요즘 20~30대의 소비 패턴을 대변한다. 백화점에 들러 상품을 둘러보기는 하지만 구매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불황이 겹치자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소비자들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자 의류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백화점은 영업 부진을 만회하고자 한 달간의 장기간 세일까지 벌였지만 매출은 신통치 않았다.



◇“백화점 옷? 비싸잖아~”
그렇다면 소비자는 왜 지갑을 닫았을까? 대다수의 사람들이 “비싸서”라고 답한다. 온라인에서는  조금만 손품을 팔면 동일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때문에 백화점은 상품을 눈으로 확인하고 입어볼 수 있는 ‘쇼룸’으로 전락했다.



회사원 오씨도 더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온라인 사이트를 이용한 케이스다. 그가 고른 원피스는 백화점 매장에서 22만 3300원에 판매되는 옷이다. 하지만 이 상품을 롯데닷컴에서는 세일가 19만 140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오씨는 5% 쿠폰을 이용해 추가로 9570원을 할인 받아 18만 2830원에 구매했고, 2만원 이상 구매시 지급되는 적립금 5000원과 모든 구매 고객에게 지급되는 적립금 1만원도 받았다.



김 씨도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훨씬 더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했다. 백화점에서 24만원 하던 신발을 해외 사이트에서는 130달러에 팔고 있다. 여기에 할인 행사로 78달러까지 가격이 내려가 해외배송비 4만 6000원을 제외하고도 10만원의 차익이 발생했다.



백화점 상품 가격에 대한 신뢰가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한 네티즌은 “이미 ‘백화점에서 신상품을 정상가에 구매하면 바보’라는 말은 상식이 됐다”며 “브랜드에서 출시 판매가를 일부러 높게 책정해 많은 이익을 남긴다는 사실을 알고난 후로는 시즌 오프를 기다려서라도 할인 상품만 사게 된다”고 말했다.



◇ 예쁘고 독특한 옷은 백화점에 없다?
온라인 소호몰, SPA브랜드, 셀렉트숍의 등장은 백화점 집객력을 흩뜨리는 촉매제가 됐다. 이 채널들의 가장 큰 장점은 상품의 종류가 많고 다양하다는 것이다. 이는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욕구와도 맞아떨어져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SPA를 자주 찾는 이 모씨(21)는 “백화점에 가면 뭘 사야할지 망설여진다. 디자인이 다 거기서 거기고, 품질도 딱히 뛰어난 것 같지도 같은데 가격은 비싸다”며 “백화점에서 옷 한벌 살 돈이면 SPA 에서 최신 트렌드의 옷 3~4벌은 살 수 있으니, 백화점에는 잘 안가게 되더라”고 말했다.



패션업에 종사하는 김 모씨(29)는 쇼핑할 때 주로 셀렉트숍을 찾는다. 그는 “셀렉트숍에 가면 독창적인 상품들이 넘쳐난다. 요즘에는 해외 유명 브랜드 상품뿐만 아니라 실력 있는 국내외 신진 디자이너 제품까지 취급하는 곳이 늘어서 사고 싶은 게 너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는 ‘오감을 만족시키는 쇼핑’을 원한다
요즘 소비자는 쇼핑하러 ‘거리’로 나선다. 신사동 가로수길부터 시작해 삼청동, 이태원 경리단길 등이 20~30대가 손꼽는 쇼핑 핫플레이스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산책하듯 걸으며 쇼핑을 즐긴다. 옷을 구경하다 예쁜 카페가 나오면 차 한잔 마시며 쉬어가고, 자그마한 전시장에 들러 예술 작품을 둘러보기도 한다. 근처 맛집에 들러 식사까지 마치면 3~4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가로수길에서 만난 박 모씨(24)는 “올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다. 가장 자주 가는 곳은 에이랜드인데   옷부터 신발, 액세서리, 문구, 서적, 주방용품, 라이프스타일 아이템까지 다양한 상품이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친구들과 만나면 가로수길이나 경리단길에 새로 생긴 맛집, 셀렉트숍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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