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우로우’ 플래그십스토어 홍대점
창업을 위해서는 일정한 자금 확보, 관련 분야의 전문지식, 철저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한 아이템 선정 등 다양한 준비가 필요하다. 여기에 나를 대신해 열심히 일해 줄 직원과 안정적인 판로 개척까지 그야말로 우선 순위가 없다 할 만큼 모두 중요하다. 더욱이 이 모든 것을 갖췄다 해도 난관은 또 있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데다 경험과 자금력까지 갖추고 있는 기존 업체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 창업을 하기도 어렵지만 창업을 해 성공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동대문은 어떨까? 동대문에서 창업해 성공한 사람들을 취재하다 보면, 동대문이나 패션과는 전혀 무관한 분야에서 일한 문외한들이 의외로 많다. 또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의 초창기 이야기를 들으면 ‘과연 가능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모한 경우도 많다. 과연 동대문에서는 무엇 때문에 이러한 무지와 무모함이 통하는 것일까?
동대문의 창업 유형
동대문에서 창업하는 사람들은 유형별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먼저 판로를 기준으로 볼 때 도매, 소매, 수출, 인터넷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도매는 과거에는 대량 거래가 일반적이라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금력이나 생산능력이 가장 중요시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차별화된 디자인 능력이 중시되면서 창업에 성공한 도매 상인 중에 소매를 통해 소비자와 시장 흐름을 경험한 후 도매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도매 APM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전광철 사장은 “섣불리 도매를 시작했다가는 거상들의 견제와 힘에 눌려 좌절하기 쉽다. 처음에는 소매를 통해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 지를 배우고, 그 다음에 자기만의 스타일이 만들어지면 도매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몇해 전부터는 도매 또는 소매상 중에 인터넷과 수출을 병행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동대문에서 도매 사업을 하다 지난해 주력 사업을 인터넷 사업과 소매로 돌린 박희영 아게하 사장은 “시장 환경이 변화돼 새로운 판로 개척을 통해 수익원을 다양화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주력 사업을 인터넷과 소매로 돌렸지만, 도매 사업은 계속 유지해 갈 것”이라며 “도매에서는 소매에서 경험할 수 없는 소비자와 시장 흐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창업 유형 중에는 동대문에 직접 들어와서 하는 경우도 있고, 동대문을 단지 소싱처로 만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전자는 일반적으로 매장을 내고 도소매를 하는 경우이고, 후자는 수출 전문업체나 인터넷 사업자들에서 주로 나타난다. 또 동대문을 기반으로 활동하다가 내셔널 브랜드나 가두점으로 나간 업체에서도 후자인 경우가 많다. 지난해 동대문을 떠나 가로수길로 활동 무대를 옮긴 한 디자이너는 “추구하는 패션과 시장 여건이 맞지 않아 동대문에서 나왔다. 하지만 소싱 기반은 여전히 동대문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대문에 들어 온 경로에 따라 창업 유형도 나눠진다. 패션업체나 가두점에서 자금과 패션 안목을 가지고 동대문으로 들어와 창업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동대문에서 판매원부터 시작해 경험을 쌓고 자금을 모아 창업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또 대형 쇼핑몰의 공모전 입상이나 거상들에게 발탁돼 지원을 받아 창업하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 수출이나 패션업체 프로모션을 하다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자, 동대문에 들어와 새로운 활로를 찾는 업체도 있다. 에스제이트랜드(대표 유인석)는 1999년 동대문에 들어오기 전 나이키 등에 납품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한 중국으로 오더들이 넘어가자, 새로운 판로 마련을 위해 동대문에 들어와, 이후 도소매 1500군데에 납품을 하고 있다.
창업자의 성향에 따라 구분되기도 한다. 동대문이나 패션을 단지 사업 수단으로만 보는 사업가형이 있는가 하면, 자기만의 패션 세계를 추구하는 디자이너형도 있다.
사업가형 중에는 조직과 자금, 동대문에서 익힌 경험을 토대로 내셔널 브랜드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업체와 여전히 시장 습성을 버리지 못한 체 시장에 머물려는 ‘장사꾼’들도 있다.
디자이너형에는 소비자와 소통에 성공해 사업가적 기질을 동시에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비자와는 아랑곳없이 자기만의 패션 세계를 고집하는 독불장군도 있다.
패션 인큐베이터의 장
동대문은 각종 공모전과 창업스쿨 운영을 통해 신진 상인과 디자이너들을 발굴해 창업을 돕고 있기도 하다.
두타는 1999년부터 8년째 벤처디자인 컨퍼런스를 시행하며 패션 관련 전공자들의 창업 기회를 제공해 오고 있다. 현재 이 컨퍼런스 입상을 개기로 활동 중인 디자이너는 10여명 수준. 특히 2회 대상 수상자인 이진윤씨는 NWS 소속으로 서울컬렉션 등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도 산하기관인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을 통해 패션 분야의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