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한 거라고는 꾸준히 한 자리에 있던 것밖에 없는 것 같은데 2년 연속 큰 상을 받게 돼 영광일 따름입니다.”
최명호 엠케이트렌드 이사가 올해 바이어가 선정한 캐주얼 부문 최고 영업맨으로 뽑혔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들은 한 번씩 자리를 옮기기도 했는데 줄곧 자리를 지킨 삶이 저밖에 없어 바이어들이 표를 준 것 같다”며 겸손해했다.
1999년 입사해 올해로 6년째. 경쟁 브랜드 영업부서장이 몇 번씩 바뀌어도 그는 자리를 지켰다. 올해는 이사로 승진해 「티비제이」와 「앤듀」를 총괄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비결은 ‘원칙 중심’.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 때 발포를 명령한 사람은 ‘누구라도 그 자리에 있으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겠지요. 그러나 저는 달리 생각합니다. 인권이라는 원칙을 갖고 있었다면 그런 최악의 사태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영업도 비슷합니다. 분명한 원칙을 세우고 그 틀안에서 결정하면 잠깐은 돌아가는 것 같아도 결국 바른길을 가게 되는 것이지요.”
지금의 「티비제이」가 그 결과를 말해준다. 「티비제이」는 대리점 오픈을 공격적으로 할 때에도 매장 수를 늘리기위해 변칙적인 방법을 쓰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경쟁 브랜드에서 내건 좋은 조건 때문에 마음이 움직이는 점주가 있더라도 기준에서 벗어나는 지원이나 회유책은 쓰지 않는다. 얼마 전 10년 가까이 「티비제이」 매장을 운영한 점주가 철수 의지를 밝혔을 때도 아쉽지만 보낼 수밖에 없었다. 점주가 내건 조건이 기준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최 이사는 올해로 의류업계에 입문한 지 17년째다. 1988년 한일합섬에 입사하면서부터 줄곧 영업맨으로 일했다. 20년 가까이 영업을 하면서 가장 좋았을 때를 묻는 질문에 그는 “2001년 롯데백화점 입점 품평회를 통과했을 때”라고 말한다.
“지금이야 중저가 브랜드가 백화점 입점하는 게 예전보다 쉬워졌지만 그때는 고시에 버금갈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게다가 당시 아웃렛 코너에서 영업을 하고 있던 「티비제이」로서는 입점이 더 어려운 상황이었지요. 그러나 전 직원이 힘을 합쳐 입점 심사를 통과했고, 이게 기폭제가 돼 백화점 매장이 폭발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좋은 브랜드의 요건이란 ‘직원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좋은 브랜드의 요건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하는 사람이 자신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너가 아닌 이상 친인척이나 지인들에게 우리 브랜드 대리점 하면 돈 벌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시시각각 시장 상황이 바뀌는 캐주얼에서는 더더군다나 그렇지요. 그러나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있게 말합니다.”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좋은 일만 있지는 않았을 것. 가장 힘들었을 때를 질문했다.
“2001년 모 브랜드와 상표권 분쟁에 휘말렸던 때였습니다. 자문 변호사는 그렇게까지 할 것 없다고 했지만 「티비제이」는 문제된 상품을 모두 철수시켰습니다. 처음에는 대리점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해지만 오히려 상당수 점주들이 매장은 신경 쓰지 말고 회사에 피해 없도록 일처리 잘하라며 격려해 줘 많은 힘이 됐지요.”
백화점관계자들도 MD개편을 앞두고 이런 일이 생겨 곤혹스러웠겠지만 「티비제이」를 믿고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해 줬다. 이 일을 계기로 대리점주들과 백화점 사이에 깊은 신뢰관계가 싹텄다고.
“얼마 전 저희 상무님과 대화하던 중에 이런 얘길 했습니다. 일이 너무 재미있지 않냐고요. 상품이 잘 나오면 매출이 올라서 재미있고 중간에 문제가 생기면 문제를 처리하느라 재미있고 다음 시즌 예측하며 상품을 기획할 때도 재미있고…. 물론 앞으로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겠지요. 그런데 저는 그런 과정을 겪으며 성장하는 기업과 저 자신을 생각하면 보람과 기쁨을 느낍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있게 될지 모르지만 회사에서 제 역할을 다한 후에 후배에게 물려줄 겁니다. 그리고 저는 여행 다닐 작정입니다.아내가 저 여행 다닐 수 있도록 적금을 붓고 있거든요.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야지요.”
김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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