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는 슈퍼 우먼은 아니지만 멀티 플레이어여야 해요. 다음 시즌 콘셉트를 결정하면서 동시에 이번 시즌 제품의 원단 선택, 광고 체크, 생산 체크를 하는 거죠.”
고태경 실장은 소녀 같다. 함께 있으면 저 작은 체구 어디에서 저런 파워가 나오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그가 「온앤온」 디자인팀에 합류한 것은 약 1년 전. 회사 내부에서 브랜드 콘셉트 변경해 정확한 색깔을 찾자는 의견이 나오던 시기에 디자인팀을 맡게 됐다. 브랜드 리뉴얼은 런칭보다 어렵다고 주위 사람들이 말했지만 고 실장은 힘든 만큼 보람된 작업임을 확신했다. 회사 내 다른 브랜드와 확실한 차별화 콘셉트를 갖고 영 캐주얼 시장 내에서도 「온앤온」만의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 고 실장은 타겟 연령과 제품 퀄리티 등 모든 면을 지금보다 업그레이드하고 캐주얼 분위기를 믹스하기로 했다.
지난 가을·겨울 시즌 디자인에 변화를 시도하면서 고 실장은 긴장된 마음으로 고객들의 반응을 살폈다. 처음에는 단골 고객들 사이에서 불만의 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곧 고객들은 소녀라기보다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 「온앤온」을 받아들였고 매출도 서서히 올랐다. 지난 겨울 시즌 메인 상품으로 출시된 코트가 4천∼5천 장 가량 팔린 것을 비롯해 사파리 스타일 패딩 점퍼는 1만 장 이상 팔렸다. 그는 지난 하반기의 이런 분위기를 이어 올해도 여성스러운 모던함으로 「온앤온」의 이미지를 굳히기로 했다. 대학을 졸업하던 1991년 「페리엘리스」에서 디자이너 생활을 시작한 고 실장은 「MK」를 거쳐 5년간 「톰보이」에 있으면서 팀장과 실장을 맡아왔다. 그 기간 동안 여성스러운 스타일부터 이지 캐주얼 스타일까지 고루 몸에 익혔다는 그는 “여성 캐릭터면 캐릭터, 커리어면 커리어로 한 분야에서 베테랑이 되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디자인을 해보는 것도 디자인에 도움이 된다”며 “능력 있는 디자이너는 자신의 색깔과 브랜드의 색깔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디자이너는 남들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며 “디자이너적 감성과 체계적인 프로세스가 조화될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전한다.
고태경 실장은 강압적이기보다 편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한때 ‘리더가 되기에는 약하다’는 생각에 디자인실을 책임지는 게 두렵기도 했다는 그는, 지금은 이런 확신을 갖고 후배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재능을 펼칠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디자인실장이라는 위치에서 브랜드 「온앤온」의 이미지를 콘트롤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대략적인 콘셉트를 잡아주고 그 안에서 후배들이 자신의 소신대로 작업하게 하는 것. 자신이 전체적인 부분을 총괄하고 조율하면서 구체적인 사항들은 후배에게 맡길 때 프로세스도 한결 절약된다. “멀티 플레이어도 학습으로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올 한 해 소녀가 아닌 숙녀의 모습을 보여줄 「온앤온」을 위해 저도 후배 디자이너들도 멀티 플레이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신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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