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록」 디자인실장을 맡은지 1년이 지났다.
런칭 당시부터 캐주얼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던 「엘록」이었고, 저력있는 기업 지엔코가 인수했기 때문에 많은 패션인들이 은근히 「엘록」의 성공을 기대하면서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엘록」은 제 손으로 런칭한 브랜드는 아니지만 새롭게 빚어야 하는 상황이라 참 매력적이었어요. 물론 신규 런칭보다 더 어렵다는 리뉴얼 브랜드의 디자인실장인지라 부담도 컸지요.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브랜드를 제 손으로 만들었다는 게 보람있는 일이었습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지엔코의 상품들이 나가기 시작했으니 이제 6개월이 지났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 만큼 폭발적인 반응은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나 「엘록」은 초기부터 브랜드를 띄우기 위해 출혈을 일으키면서 무리한 성장을 계획하지 않았다. 차분히 시장 상황을 살피다가 이때다 싶을 때 에너지를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선택했던 것이다.
“사실 지난 1년동안 저 자신에게 갈등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여성 캐릭터 브랜드에서 오래 근무하다보니 너무 디자인 감성에만 치중했던 모습도 있었고요. 그러나 이제 우리 소비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된 것 같아요.”
폭발적인 성장에만 익숙해져버린 우리 패션 시장에서는 「엘록」의 지난 6개월 동안의 성적을 놓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너무 감성에만 치중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계는 브랜딩을 위한 기초 작업이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처음부터 너무 볼륨에만 치중하다보면 자칫 브랜드의 아이덴터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지난 6개월 동안 얻은 성과도 크다.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많이 확보했기 때문이다. 지난 해 12월에는 주요 매장에서 1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매출을 올리기도 해 본격적인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좋은 브랜드는 한두 시즌 상품이 잘못 나왔다고 해서 존폐가 흔들리지는 않잖아요. 「엘록」도 그런 브랜드들이 주는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해야지요. 실용적인 가격대에 멋진 옷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소비자들의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해외에서 「엘록」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이달 초 파리에서 열리는 후즈넥스트 전시회에 「엔주반」 홍은주 씨와 공동으로 참여했고, 3월 프레타포르테 쇼에도 홍은주 씨와 함께 컬렉션에 참여하기로 했다.
“목표요? 「엘록」으로 캐주얼 역사에 획을 긋고 싶어요. 쉽고 격이 떨어지는 것처럼 인식되던 캐주얼로도 격을 높일 수 있고, 감도를 내면서도 대중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지요. 그리고 국내 시장에만 국한해 브랜드 비즈니스를 하는 때는 이제 지났다고 봅니다. 한국에서 200억원의 매출을 올리더라도 해외에서 2천억원대를 올리면 되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 면에서 지엔코이기 때문에 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영진 또한 지난 1년동안 새로운 브랜드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앞으로 적극적인 투자 마인드도 갖고 있으니까요. 「엘록」의 미래가 밝은 이유 중 하나겠지요.”
김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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