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현 디자인실장은 유럽으로 미술관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유럽 곳곳의 미술관에 전시된 그림과 조각들을 바라보면서 ‘왜 저런 색을 사용했을까?’‘저 부분은 왜 저렇게 만들었을까?’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빠져드는 순간이 행복했다.
그런 그가 「샤틴」의 런칭 멤버로 지금까지 브랜드 디자인팀을 이끌고 있다는 것을 알면 새삼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샤틴」은 1950년대와 오드리 햅번을 테마로 한 브랜드예요. 중심 테마에 매시즌 1960년대 룩킹이라든가 바로크, 로코코의 분위기를 더해 고전적이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하죠.”
「샤틴」은 지난 2000년 브랜드 런칭 때부터 복고적이고 로맨틱한 스타일로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했다. 매장에서는 꽃무늬, 레이스와 프릴 장식으로 디자이너의 손 맛이 느껴지는 디테일 강한 옷들과 여성이면 누구나 입어보고 싶은 공주 풍 원피스를 볼 수 있다. 여기에 클래식한 단정함으로 우아함을 잃지 않는 것이 「샤틴」의 특징. 이러한 브랜드 이미지 때문인지 졸업ㆍ입학 시즌과 결혼 예복 구입 시 브랜드를 찾는 고객이 많다.
나 실장이 이끄는 디자인팀 식구들은 매시즌 가장 여성스러우면서 다른 디테일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브랜드 방침과 유럽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브랜드 콘셉트가 디자인에 어려움을 더한다. 명확한 브랜드 이미지 안에서 만들 수 있는 옷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어려움 중 하나. 하지만 그만큼 끝없는 상상력을 발휘해 입어보고 싶은 옷, 영화나 동화 속에서 본 듯한 옷을 만드는 것이 「샤틴」 디자이너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정형화된 이미지라고들 하지만 그 안에서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디테일이 무궁무진해요. 레이스 장식 하나, 단추 하나에서도 느낌이 확연히 다르잖아요. 그런 부분들을 찾는 것이 재미죠.”
올해 「샤틴」은 복고풍의 페미닌 스타일 안에서 재킷과 하늘거리는 소재로 만든 하의로 정제된 느낌의 옷들을 선보인다. 레드 계열 컬러를 주로 사용하던 예년과 다르게 그레이와 블루 컬러를 곁들인 것은 ‘정해진 틀 안에서의 새로운 시도’라는 그의 의도를 보여준다.
지금 그는 포멀한 원버튼 수트나 차이나 칼라 같은 대중적 아이템들을 「샤틴」의 틀 안에서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하다. 또한 어떤 공간에서 「샤틴」의 옷들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어느새 그의 일과가 됐다.
“부드러운 곡선과 동그란 지붕의 건물에 인테리어는 물론 샹들리에, 집기를 모두 앤티크한 분위기로 꾸미는 거예요. 그리고 「샤틴」 옷으로 가득 채우는 거죠.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나왔던 오드리 햅번이 우아하게 차 한잔 마시고 있을 것 같은 분위기의 매장을 만들고 싶어요.”
1950년대의 복고풍 분위기, 오드리 햅번 스타일과 5년째 사랑에 빠진 나지현 실장은 올해 고가 라인과 대중적 아이템을 동시에 보강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신수연 기자
ssy@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