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감성이 중시되고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산업이라, 경영자의 안목과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강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영자에게 더 높은 역량이 요구된다. 때로는 제1의 소비자가 되어야 하고, 누구보다 강한 업에 대한 신념과 열정을 갖고 있어야 한다. 또 가끔은 스스로를 먼저 혁신의 대상에 올려놓아야 하고, 전체를 보고 소홀하기 쉬운 아래까지 챙길 줄 알아야 한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강한 패션회사를 만든 경영자들이 지닌 공통점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경영자는 ‘제1의 소비자’
소비자와 만나는 것을 꺼려해서는 강한 패션회사를 만들 수 없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패션회사를 이끄는 경영자들은 좋은 소리든 나쁜 소리든 소비자의 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했다. 소비자들의 소리가 두렵다고 꺼리거나 귀찮아서 직원에서만 맡겨서는 절대 강한 회사를 만들 수 없다. 전문가들은 가장 이상적인 경영자의 역할로 회사와 소비자 사이의 중간자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상품이 소비자에게 제안되기 위한 마지막 단계에 경영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자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판단하는 눈을 가져야 하고, 그러려면 누구보다 소비자를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자는 곧 ‘제1의 소비자’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한섬은 모든 상품들이 매장 출고에 앞서 반드시 실제 매장과 같이 꾸며진 자체 쇼룸에서 최고 경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품평회를 갖는다. 좋다고 생각했던 제품도 실제 매장에 전시됐을 때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보여지기에 앞서 검증의 단계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많은 업체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급변하는 시장 환경 하에서 속도감 있는 대응을 위해 업체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지키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한섬의 경영자들은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제품을 만들고 보여주기 위한 이러한 검증과정을 철저히 지켰고, 오늘의 한섬은 바로 이러한 노력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이다.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이러한 노력은 강한 패션회사를 이끄는 많은 패션 경영자들이 실천하고 있는 사항이다. 박성수 이랜드 회장은 소비자 눈높이를 알기 위해 대중교통 이용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언론 인터뷰를 꺼리는 것도 얼굴이 알려지면 이러한 활동에 제약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박상돈 예신퍼슨스 회장은 디자이너들에게 동대문에 자주 나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디자인 실장의 경우에는 특히 더해, 진행하는 일이 막히거나 답보상태라면 아예 동대문에서 살라고 지시하고 있다. 심지어 업무 지시도 그곳에서 핸드폰 등으로 하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민복기 이엑스알코리아 사장은 “최고 경영자는 실시간으로 진정한 고객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마인드와 이를 조직의 혁신에 반영할 수 있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이에 맞는 조직문화를 끊임없이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에 대한 강한 신념과 열정
업에 대한 강한 신념과 열정은 강한 패션회사를 이끄는 경영자들이 예외없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다. 성향과 기질에 따라 겉으로 드러나, 다른 이에게도 영향을 주는 카리스마형이 있고, 겸양과 신중한 성격으로 드러내기를 꺼리는 외유내강형이 있을 뿐이다.
「티비제이」에 이어 「버커루」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며 캐주얼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엠케이트랜드.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김상택 사장과 김상훈 전무, 김문환 상무 등 핵심 경영자들은 업에 대한 신념과 열정이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다. 동대문에서 시작한 엠케이트랜드가 제도권 브랜드로 탈바꿈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회사 경영자가 지닌 실력 이외에 업에 대한 강한 신념과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동대문 2평 남짓한 매장에서 하루에 청바지만 3천장을 팔던 매장을 접고, 제도권으로 나온 것이 이러한 업에 대한 신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이 회사 경영자들은 기자들 사이에서 인터뷰하기 가장 어려운 사람들로 통한다. 어렵사리 인터뷰가 성사돼도 말수가 적어 원하는 내용을 속 시원히 듣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엠케이트렌드가 이룩한 성과를 모르는 기자라면, 어떻게 이런 회사가 그처럼 잘 할 수 있을까? 오해를 살 정도다. 하지만 엠케이트렌트는 패션업계는 물론 제도권 브랜드 평가에 인색한 동대문 업체 사이에서도 실력을 인정하고 있으며, 가장 닮고 싶어하는 몇 안 되는 패션회사이기도 하다.
‘좋은 회사를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를 쓴 저자 짐 콜린스 역시 이러한 업에 대한 강한 신념과 열정을 ‘직업적 의지’라는 표현을 써서 강조했다. 특히 지속 성장하는 위대한 기업의 경영자들이 갖고 있는 공통된 덕목으로 이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자신부터 스스로 혁신한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강한 패션회사를 만든 경
박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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