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윤
장식 대신 생략과 절제를 추구하는 건축가 승효상의 정신 세계 ‘빈자의 미학’에서 영감을 받아 미니멀리즘을 컨셉트로 한 쇼를 펼친 디자이너 이진윤. 최근 불어오는 주거문화에 대한 관심은 이진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몇 시즌 전 앤디앤뎁이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아 ‘플리츠’를 쇼의 주요한 디테일로 사용했던 것처럼 이진윤 컬렉션에도 플리츠와 셔링, 자연스러운 드레이프 실루엣이 다양하게 제안됐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는 단순한 디테일의 역할을 넘어 ‘여유’와 ‘긴장’을 구분하는 요소로 사용됐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콘크리트 건축물을 통해 자신의 절제된 미의식을 표현하는 승효상처럼 이진윤은 과도한 디테일을 배제한 미니멀리즘을 제안했다. 승효상이 주거환경에서 ‘공간’이라 부르는 요소를 이진윤은 공기가 가득 찬 ‘볼륨’으로 해석했고, 공간과 공간을 구분하는 기둥과 벽은 타이트한 고무밴드로 대체하여 긴장을 주었다. 어깨를 강조하고 땅으로 향할수록 슬림하게 떨어지는 라인, 몸을 옥죄이거나 너무 느슨하지 않은 실루엣 역시 구조적으로 제안됐다. 이번 시즌 그의 쇼는 분명 간결해졌다. 하지만 그의 손을 거친 작품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이진윤만의 아이덴티티는 약해진 모습...more
장식 대신 생략과 절제를 추구하는 건축가 승효상의 정신 세계 ‘빈자의 미학’에서 영감을 받아 미니멀리즘을 컨셉트로 한 쇼를 펼친 디자이너 이진윤. 최근 불어오는 주거문화에 대한 관심은 이진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몇 시즌 전 앤디앤뎁이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아 ‘플리츠’를 쇼의 주요한 디테일로 사용했던 것처럼 이진윤 컬렉션에도 플리츠와 셔링, 자연스러운 드레이프 실루엣이 다양하게 제안됐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는 단순한 디테일의 역할을 넘어 ‘여유’와 ‘긴장’을 구분하는 요소로 사용됐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콘크리트 건축물을 통해 자신의 절제된 미의식을 표현하는 승효상처럼 이진윤은 과도한 디테일을 배제한 미니멀리즘을 제안했다. 승효상이 주거환경에서 ‘공간’이라 부르는 요소를 이진윤은 공기가 가득 찬 ‘볼륨’으로 해석했고, 공간과 공간을 구분하는 기둥과 벽은 타이트한 고무밴드로 대체하여 긴장을 주었다. 어깨를 강조하고 땅으로 향할수록 슬림하게 떨어지는 라인, 몸을 옥죄이거나 너무 느슨하지 않은 실루엣 역시 구조적으로 제안됐다. 이번 시즌 그의 쇼는 분명 간결해졌다. 하지만 그의 손을 거친 작품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이진윤만의 아이덴티티는 약해진 모습이었다. 많은 것을 압축한 미니멀리즘이라기보다 실루엣의 심플함을 위해 디테일을 제외한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진윤 역시 쇼가 끝난 후 백스테이지에서 “디자인에 있어서 제가 의도하려고 했던 바가 100% 다 드러난 것 같지 않아요”라며 아쉬움을 남겼다.
캐주얼한 진도 이진윤의 손을 거치면 충분히 이야기거리가 생겨난다. 때문에 그의 쇼는 한편의 연극 무대를 본 듯한 서사적인 감동을 제공한다. 시크한 컬러감으로 레트로와 퓨처를 함께 표현할 수 있는 힘, 레디투웨어 안에 오트 쿠튀르를 적절하게 도입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이 이진윤에게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자 그의 디자인 세계다. 졸업 후 10년간 패션계에 몸을 담은 후 6번의 서울 컬렉션을 치룬 디자이너 이진윤. 그에게는 지나온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그것은 더 많은 가능성도 남아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간이 흘러도, 디자인이 변해도, 그의 컬렉션을 관통하는 이상과 신념, 그리고 순수한 열정만은 변질되지 않기 바란다.fo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