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onio Marras
패션 디자이너가 컬렉션을 준비할 때 자료를 수집하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방식은 소설가가 소설을 쓰기 위한 준비처럼 집요하고 치밀해야 한다.
하지만 모인 자료를 디자인을 풀어내는 방식은 소설처럼 설명적이기 보다는 시처럼 함축적이어야 한다.
‘안토니오 마라스’의 2014 S/S 컬렉션은 바로 이 함축적인 이야기가 가득한 컬렉션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주제가 바로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었다. 오비디우스는 고대 로마의 시인으로 그의 대표작 ‘변신 이야기’는 천지창조에 관한 대서사시이다.
서양 중세 문화는 기독교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고 할 정도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신이나 인간이 별이나 나무나 동물 등으로 변하는 이야기를 200여 편 모아 놓은 서사시로, 오늘날 그리스 신화의 원형으로도 평가 받는다.
이러한 배경 지식을 알고 컬렉션을 살펴보면 디자이너의 의도가 더 잘 읽힌다. 이렇게 거대한 양의 고전 작품을 함축적으로 풀기 위해 마라스는 태초를 암시하는 각종 식물 패턴과 무의식의 상태를 표현한 듯 곡선적인 일러스트를 다양한 소재와 색, 실루엣으로 버무려 놓았다. 영상으로 본 컬렉션에서는 신화 속 저주받은 캐릭...more
패션 디자이너가 컬렉션을 준비할 때 자료를 수집하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방식은 소설가가 소설을 쓰기 위한 준비처럼 집요하고 치밀해야 한다.
하지만 모인 자료를 디자인을 풀어내는 방식은 소설처럼 설명적이기 보다는 시처럼 함축적이어야 한다.
‘안토니오 마라스’의 2014 S/S 컬렉션은 바로 이 함축적인 이야기가 가득한 컬렉션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주제가 바로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었다. 오비디우스는 고대 로마의 시인으로 그의 대표작 ‘변신 이야기’는 천지창조에 관한 대서사시이다.
서양 중세 문화는 기독교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고 할 정도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신이나 인간이 별이나 나무나 동물 등으로 변하는 이야기를 200여 편 모아 놓은 서사시로, 오늘날 그리스 신화의 원형으로도 평가 받는다.
이러한 배경 지식을 알고 컬렉션을 살펴보면 디자이너의 의도가 더 잘 읽힌다. 이렇게 거대한 양의 고전 작품을 함축적으로 풀기 위해 마라스는 태초를 암시하는 각종 식물 패턴과 무의식의 상태를 표현한 듯 곡선적인 일러스트를 다양한 소재와 색, 실루엣으로 버무려 놓았다. 영상으로 본 컬렉션에서는 신화 속 저주받은 캐릭터처럼 인간과 동물이 합쳐진 괴이한 분장의 악사들이 어딘가 어그러진 불협화음의 관현악 연주를 무대 뒤 숲에서 하고 있었다.
디자인적으로는 전체적으로 높은 명도의 파스텔 톤의 색감이 특히 묘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밑바탕이 되었는데, 간간히 섞인 검정 선과 면이 무게감을 잡아주었다.
무엇보다 투명과 불투명한 소재의 결합, 겹겹이 입은 속이 비치는 소재는 이러한 은유적이며 몽환적인 시의 느낌을 표현하는데 적절했다. 허리를 조이지 않는 넉넉한 실루엣들은 의상을 입은 모델을 여성이 아닌 신화 속 여신이나 요정 같은 이미지로 보이도록 했다.
패션 디자이너가 자료 수집을 할 때 누군가는 첨단 기술에, 누군가는 고전 문학에, 역사에, 음악에, 전통 문화까지 다방면으로 관심을 갖게 되며 어느 것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데 적당한 주제인지 이성적으로 골라야 한다.
하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방법으로는 시적 감수성이라는 감성적 영역을 열어 두어야 함을 꼭 명심해야 할 것이다.fo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