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최재영은 사람들과 관계하는 디자이너다. 자신의 주변 사람들은 물론 사람과 세상에 관심이 많은 그는 이번 무대를 그 어느 때보다 철학적 관점을 가지고 풀어냈다. 무대는 관객보다 낮은 눈높이에 설치되었고 천정에 매달린 원통형의 가느다란 기둥은 빛을 받아 물결치듯 흔들리며 관객들의 기대치를 더욱 높였다.
보랏빛 조명이 만들어낸 구름 속에서 선보인 오프닝은 A라인 실루엣이 만들어낸 탑과 진의 매치였다. 가슴을 깊게 판 아이보리 튜브 탑이 두 겹으로 러플되어 타이트하고 터프한 진 팬츠를 감쌌고 여기에 역시 아이보리 머플러를 둘러 전체적으로 로맨틱한 실루엣을 살리면서도 모던한 느낌을 잃지 않았다. 코튼과 실크로 된 아이보리 재킷과 블라우스 등의 탑은 벌룬 소매를 포인트로 로맨틱하게 표현되었고 리본과 매듭, A라인 실루엣이 진 팬츠와 미니 스커트, 크롭 팬츠들과 매치되었다. 여성복 중 풍성한 H라인을 이루는 재킷과 팬츠에는 ‘보상화’ 무늬가 응용되어 나타났다.
‘보상화’란 중국 당나라 때부터 불교 조각이나 불교 그림에 흔히 쓰이던 다섯 개의 잎으로 이루어진 가상의 꽃을 말하는데, 단순히 보상화 무늬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는 듯 숨겨진 듯 절...more
최재영은 사람들과 관계하는 디자이너다. 자신의 주변 사람들은 물론 사람과 세상에 관심이 많은 그는 이번 무대를 그 어느 때보다 철학적 관점을 가지고 풀어냈다. 무대는 관객보다 낮은 눈높이에 설치되었고 천정에 매달린 원통형의 가느다란 기둥은 빛을 받아 물결치듯 흔들리며 관객들의 기대치를 더욱 높였다.
보랏빛 조명이 만들어낸 구름 속에서 선보인 오프닝은 A라인 실루엣이 만들어낸 탑과 진의 매치였다. 가슴을 깊게 판 아이보리 튜브 탑이 두 겹으로 러플되어 타이트하고 터프한 진 팬츠를 감쌌고 여기에 역시 아이보리 머플러를 둘러 전체적으로 로맨틱한 실루엣을 살리면서도 모던한 느낌을 잃지 않았다. 코튼과 실크로 된 아이보리 재킷과 블라우스 등의 탑은 벌룬 소매를 포인트로 로맨틱하게 표현되었고 리본과 매듭, A라인 실루엣이 진 팬츠와 미니 스커트, 크롭 팬츠들과 매치되었다. 여성복 중 풍성한 H라인을 이루는 재킷과 팬츠에는 ‘보상화’ 무늬가 응용되어 나타났다.
‘보상화’란 중국 당나라 때부터 불교 조각이나 불교 그림에 흔히 쓰이던 다섯 개의 잎으로 이루어진 가상의 꽃을 말하는데, 단순히 보상화 무늬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는 듯 숨겨진 듯 절제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쇼가 시작되기 전 그가 밝힌 것처럼 ‘보상화’라는 상징적 무늬를 통해 인간과 패션과의 존재 이유와 상호 관계에 대해 표현하고자 했던 시도가 그야말로 시도에 그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보상화’를 절제된 시각으로 표현했다고 하기엔 패턴은 단조로웠고 특히 전체 발표한 옷들 중 절반을 차지했던 남성복의 경우 그가 얘기한 주제와의 연결고리는 약하다는 느낌이었다. 남성복은 다양한 헌팅캡이 사용되었고 머스터드와 핑크의 화사한 컬러들이 가죽 소재와 부드럽게 매치되어 철학적이기보다는 소프트하고 댄디한 현대의 남성들을 만들어냈다. 특히 피날레를 장식한 김정민이 입었던 핑크 새틴 재킷과 세로 스트라이프 셔츠, 그레이 팬츠, 부인 타니 루미코의 레드 버버리와 로맨틱한 아이보리 드레스는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10여 년 전 이미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벌였던 그의 쇼에 자리를 가득 메운 해외 바이어와 프레스들의 모습은 보기에 너무나 흐뭇했고 컨셉도 주제도 모호한 몇 몇 디자이너들과는 달리 패션을 통해 인간 관계의 근원적 고찰fo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