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욱
첫 날의 마지막 쇼가 끝나고 난 후 가슴 저 밑에서 무엇인가 아득한 느낌이 몰려온다. 그것은 잊고 살았던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다. 우리가 태어난 땅의 아름다운 풍경과 내면에 잠재된 감성에 대한 그리움. 우리 주위에 스쳐 지나갔던 바람과 올려다보지도 않았던 하늘과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꽃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그러나 낯설지 않게 다가온 시간이었다. 최명욱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 버린 자연을 털고, 물들이고, 꿰매는 작업을 통해 잊혀졌던 아름다운 기억을 패션으로 수놓았다.
쇼가 시작되고 한 떨기 꽃보다 더 붉은 드레스가 등장했다. 전통적인 무늬의 장식을 가슴에 늘어뜨린 이 드레스는 꽃잎을 겹겹이 쌓은 것처럼 우아했고 걸으면 옷자락이 나부낄 만큼 자유로웠다. 곧이어 옛 여인네들의 속곳 같은 바지가 매듭으로 여미는 블라우스를 만나 세련된 어번 룩으로 변신했다. 강물처럼 흘러내리는 실루엣의 플리츠 원피스와 와이드 팬츠가 날아갈 듯 펄럭거렸다. 치맛단을 들어올리면 전통 문양이 수놓아진 실크가 엿보였고 저고리를 연상케 하는 재킷에는 시접 처리를 하지 않은 내추럴한 멋이 강조됐다. 한땀 한땀 정성들인 스티치 기법은 차분하고 조화로웠다. 적, 청, 황, 흑, 백의 오방색...more
첫 날의 마지막 쇼가 끝나고 난 후 가슴 저 밑에서 무엇인가 아득한 느낌이 몰려온다. 그것은 잊고 살았던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다. 우리가 태어난 땅의 아름다운 풍경과 내면에 잠재된 감성에 대한 그리움. 우리 주위에 스쳐 지나갔던 바람과 올려다보지도 않았던 하늘과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꽃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그러나 낯설지 않게 다가온 시간이었다. 최명욱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 버린 자연을 털고, 물들이고, 꿰매는 작업을 통해 잊혀졌던 아름다운 기억을 패션으로 수놓았다.
쇼가 시작되고 한 떨기 꽃보다 더 붉은 드레스가 등장했다. 전통적인 무늬의 장식을 가슴에 늘어뜨린 이 드레스는 꽃잎을 겹겹이 쌓은 것처럼 우아했고 걸으면 옷자락이 나부낄 만큼 자유로웠다. 곧이어 옛 여인네들의 속곳 같은 바지가 매듭으로 여미는 블라우스를 만나 세련된 어번 룩으로 변신했다. 강물처럼 흘러내리는 실루엣의 플리츠 원피스와 와이드 팬츠가 날아갈 듯 펄럭거렸다. 치맛단을 들어올리면 전통 문양이 수놓아진 실크가 엿보였고 저고리를 연상케 하는 재킷에는 시접 처리를 하지 않은 내추럴한 멋이 강조됐다. 한땀 한땀 정성들인 스티치 기법은 차분하고 조화로웠다. 적, 청, 황, 흑, 백의 오방색을 가공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 접목시키려는 시도는 잇꽃으로 염색한 적색, 쪽풀잎에서 빼낸 청색으로 더욱 강렬하고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신명 나는 타악기 소리가 고조되자 생생한 풀빛의 원피스가 나타났다. 가냘프지만 약하지 않은 들풀처럼 소박하지만 강건하게 여성의 몸을 에워싸고 있었다. 커다란 코사주로 가슴을 감싼 화이트 드레스 역시 황토 위에 피어난 백색 들꽃처럼 맑고 기품있었다.
전반적으로 인위적인 것을 배제한 로맨틱한 룩에 한국적 감성을 잘 녹여낸 옷들이었다. 천연 염색의 강렬하고 깊이 있는 색감과 은근하면서도 디테일 강한 실루엣들이 돋보였다. 쇼가 시작되기 전 최명욱 디자이너는 VIP고객에게 아플리케 기법의 고운 끈을 나눠주었다. 잿빛 주머니에 정성스레 싸여있던 이 끈은 최명욱과 관객을 묶어주는 연결고리이자 전통에서 현대를 풀어내는 옷감 한 자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fold